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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두 기업 인수로 달러 벌이 

유정헌 미래에셋자산운용 PEF부문 대표 

美·유럽 PEF 침체 틈타 해외 진출 … 타이틀리스트·커피빈 등 잇따라 인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미래에셋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계적 골프용품 업체에 이어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PEF(Private Equity Fund, 사모투자펀드)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PEF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기업 경영에 참여한 후 실적을 개선해 수익을 내는 펀드다.

미래에셋의 핵심 사업부문으로 떠오른 PEF부문의 컨트롤 타워는 유정헌(48) 미래에셋자산운용 PEF부문 대표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산업은행에서 13년 간 근무했다.

2005년 미래에셋캐피탈로 자리를 옮겼다가 같은 해 하반기부터 미래에셋맵스운용에서 PEF부문을 맡아왔다. 9월 10일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서 만난 그는 “글로벌 선두 기업을 인수해 침체된 금융시장에서도 수익을 만드는 것이 주요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PEF부문은 2004년 첫 펀드를 출시한 후 2008년 두산그룹 4개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경험을 쌓고 규모를 키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해외 M&A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펀드 시장이 정점을 찍고 정체기에 접어들어 새로운 영역 진출이 불가피하던 시기다.

유 대표는 “2000년대 후반 PEF 수가 급격히 늘어난 국내 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판단했다”며 “금융위기 이후 미국·유럽에서 자금 모집이 막혀 해외 M&A 매물이 국내로 유입된 시기에 맞춰 해외 기업 인수로 관심을 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와중에 유 대표의 레이더에 감지된 것이 아큐시네트 인수 건이다. 아큐시네트는 세계적인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 등을 소유한 세계 1위 골프용품 업체다. 일본의 지인으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고 휠라코리아와 함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이키와 캘러웨이-블랙스톤 연합 등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매입가만 1조3000여억원에 달하는 대형거래를 성사시켰다. 유 대표는 “나이키는 신발부문에서 미국 독과점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컸고 캘러웨이-블랙스톤은 사업적 효과 부문에서 우리가 앞설 것으로 예상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아큐시네트 인수 성공으로 얻은 것은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인한 지분법 수익뿐만이 아니다. 유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수의 경쟁자를 제치고 세계 1등 브랜드를 인수한 PEF로 미래에셋의 이름이 알려진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대형 거래 이력이 다른 해외 인수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은 최근 미국 사모펀드 두 곳과 함께 글로벌 커피전문업체 커피빈앤티리프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유 대표는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특히 1등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국내 기업과 함께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면 그들의 브랜드파워나 기술·제조시설 등을 가져오는 장점이 있고 작은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국·유럽에서 유동성 위기로 시장에 나오는 글로벌 선두 기업을 눈 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조업에 관심이 많다. 정보기술(IT)이나 미디어 영역이 유망한 산업인 건 확실하지만 워낙 ‘1등만이 전부를 가지는’ 구조여서 M&A로 경쟁력을 올려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유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지금까지처럼 실물이 있고 검증 가능한 제조업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05호 (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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