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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액화천연가스)선 건조 특수로 재도약 

일본 조선업계의 반격 

미국서 도입하는 셰일가스의 운반선 30척 필요 … 日 대형사 몸집 키우며 수주 경쟁



“앞으로 일본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가 대량으로 발생할 것이다. 건조기술이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건조실적이 많은 우리 회사에겐 절호의 기회다.” 가와사키중공업의 해양선박사업 담당인 무라카미 아키오 상무는 LNG 운반선의 대량 발주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만이 아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올해 LNG 운반선만 여섯 척 내외의 수주를 목표로 잡았다. 2004년 이후 발주가 끊긴 미쓰이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 모두 시장에 다시 뛰어들 태세다.

일본 대형 조선회사 사이에서 LNG 운반선이 각광 받고 있다. 배경은 셰일가스 혁명이다. 미국산 LNG 수출이 재개될 조짐이다. 다른 생산지보다 가격이 낮아 일본의 여러 전력·가스 회사들이 미국에서 가스를 들여올 계획이다. 해상 운송에 필수적인 전용 운반선의 발주 러시가 예상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중부전력과 오사카가스는 미국 텍사스주의 프리포트(Freeport)와 LNG 장기 구입 계약을 했다. 현지에서 액화 설비가 가동되는 2017년부터 연간 220만t을 구입할 예정이다. 이에 필요한 운반선은 5척이다. 미국 동해안과 일본 사이의 왕복 항해 일수는 약 50일이다. 이 두 회사의 수입 계획 만으로 10척의 운반선이 필요한 것이다.


日 전력·가스사 자국 조선사에만 발주

그 외 도쿄가스와 간사이전력과 조달 계약한 코브포인트(Cove Poi nt),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이 참여하는 카메론(Cameron) 등 미국 LNG 사업과 관련된 복수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일본유센의 가와노 아키라 에너지 수송본부 LNG그룹장은 “일본 기업의 미국 LNG 계약만으로도 30척 이상의 LNG선 수요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LNG 수출 허가 속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2017년 이후 수입 개시 운반선 상담도 올해 안에 시작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정식 발주가 나올 전망이다.

현재 세계 LNG선 시장은 한국 대형 조선회사의 독무대다. 한국 대형 조선사들은 연간 10척 이상의 건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해외 대형 수주를 잇따라 따냈다. 과거 이 분야를 이끈 일본의 존재감은 희박하다. 그러나 일본시장만 보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통상 일본의 전력·가스 회사는 오랜 신뢰 관계가 있는 자국 조선회사에 발주한다. 이번 LNG 운반선도 일본 조선사에 발주할 게 거의 확실하다.

이 수요를 손에 넣기 위해 일본 대형 조선사들은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LNG 운반선으로 일본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한 미쓰비시 중공업은 올해 4월 대형 조선업 회사인 이마바리조선과 합병해 MILNG컴퍼니를 세우고 LNG 운반선 영업을 통합했다. 건조 분담 제휴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두 회사를 합쳐 연간 8척을 건조할 수 있다. 오오미야 히데아키 미쓰비시중공업 회장은 “향후 몇 년간 많은 LNG선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마바리조선과 손을 잡고 기회를 잡을 생각”이라고 제휴 목적을 밝혔다.

이를 저지하려는 것이 실적 2위 가와사키중공업과 다시 시장에 뛰어든 미쓰이조선·JMU다. 미쓰이조선은 특유의 선용 엔진 기술을 살려 연비가 좋은 가스기반의 저속 디젤엔진을 개발했다. 이를 탑재한 LNG 운반선 수주를 위해 업계 관계자들을 공장에 초대하고 시범 운전을 하는 등 판로 확대에 힘쓰고 있다.

JFE홀딩스와 IHI의 조선 자회사가 올해 1월 합병한 JMU도 독자적으로 대형 LNG 운반선을 개발 중이다. 안전성이 높은 IHI의 SPB탱크를 채용한 선박이다. 한 JUM 임원은 “LNG 운반선을 합병회사의 주축으로 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해운·조선업 버블이 터지면서 조선업계에서는 신규 수주가 급감했다. 최근 들어 일본 정부의 극단적인 엔저 정책으로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조선업계 불황으로 선박 가격 하락과 건조 물량 감소로 사업 환경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 조선사가 중장기적인 건조물량을 유지하고 수익성 악화를 막으려면 LNG 운반선 수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하 162℃의 초저온으로 운송하는 LNG 운반선은 대규모 사업이다. 한 척당 건조 비용은 대개 200억엔(약 2190억원)에 달한다. 일반 범용상선의 대표격인 대형 벌크선을 네 척 건조할 수 있는 규모다. 마진도 큰 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느 일본 조선사나 혈안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쯤 되면 수주 쟁탈전의 향방이 궁금해진다. 결국에는 모든 조선사가 고루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조선사의 LNG 운반선의 건조 능력은 모든 회사를 합쳐도 연간 17척 내외다. 2017~2018년에 집중될 이번 특수의 수주량은 30척 이상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만으로는 공급 시기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고-원저 깨져 한국과 겨룰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일본 조선업계가 이 특수를 발판으로 다시 글로벌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느냐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선해 영업부장으로 합병 회사 MILNG의 사장을 겸한 오우미 하루히코는 “일본은 물론이고 해외 물량도 가져올 것”이라며 “이마바리조선과 손을 잡은 것도 조선업계 선두인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면 목표는 적어도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정도가 아니면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내밀 수 없다”며 “비정상적인 엔화 약세-원화 강세가 깨졌기 때문에 한국과 겨룰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조선업 불황과 한국 조선업 강세의 경쟁에 휩쓸린 일본 조선업계에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LNG 운반선 특수는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되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기회를 살릴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일본 대형 조선사의 미래와 글로벌 조선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1205호 (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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