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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 성적은 연봉순이 아니랍니다 

저비용 고효율 프로야구단은? 

1승에 든 선수단 연봉 기준으로 효율성 계산 … 넥센·LG 효율적 운영 돋보여



프로야구 구단의 계산기 두드리는 손이 바빠졌다. 팀당 128경기를 치르는 2013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10월 5일로 막을 내렸다.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연봉 협상의 시기다. 구단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선수들의 몸값 산정을 놓고 골머리를 앓는다. 적절한 신상필벌이 이뤄져야 하지만 선수와 구단 간에 성적을 평가하는데 의견차가 크다. 구단 사무실에서는 고성이 오가기 일쑤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선수들은 한국야구협회(KBO)에 연봉조정신청을 하기도 한다.

프로 스포츠는 결국 돈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연봉에는 많은 요소가 포함돼 있다. 이용철 KBS 야구해설위원은 “과거 성적, 나이에 따른 미래 예측 성적, 관중 동원능력을 비롯한 마케팅 능력, 구단 선수들과 융화, 선수 자체의 상징성, 구단과 기업의 경제상황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 선수의 최종 연봉이 결정된다”며 “너무 많이 주는 것도, 너무 적게 주는 것도 구단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책정했다가는 구단 재정이 어려워지고, 터무니 없이 적게 줬다간 선수단 사기를 꺾을 수 있다.

올해 가장 적절한 연봉을 책정한 팀은 어딜까. 구단의 총 연봉 대비 팀 성적으로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한 해 동안 각 구단이 거둔 승수에 선수단 총 연봉을 나눠봤다. 구단이 1승을 올리기 위해 선수단 연봉으로 쓴 금액이 나온다. 신생팀 NC는 선수단의 대부분이 낮은 연봉의 신인급 선수들이어서 숫자상으론 가장 효율적인 팀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8개 구단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비효율 구단 1위는 한화

NC를 빼고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야구를 한 팀은 넥센이었다. 넥센이 올 시즌 1승을 올리기 위해 쓴 선수단 연봉은 6035만원이다.

다음으로 경제적인 구단 운영을 한 LG보다도 1000만원 가량 싸게 1승을 챙겼다.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운영비 절감과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팬들의 오랜 한을 풀어준 LG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간 연봉은 높고 성적은 낮은 대표적인 비효율 구단이라는 오명도 씻었다.

정규시즌 1위 삼성은 9개 구단 중 선수단 연봉 총액이 가장 높은 팀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비용 대비 당연한 성적을 올린 셈이다.

그나마 삼성은 사정이 낫다. 비싼 몸값을 지불하고도 불만족스런 성적표를 받은 팀도 있다. SK와 기아다. SK는 프로야구 최초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이다. 수년째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선수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올해에는 삼성 다음으로 많은 돈을 선수단 연봉으로 지출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진 못했다. 정규시즌 6위에 오르면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좌절됐다. 기아는 모기업(기아자동차)의 든든한 지원으로 지난해 이범호, 올해 김주찬 선수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구단 연봉 총액도 올라갔다. 시즌 초반까지 투자 대비 최고의 효과를 올리는 듯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올 시즌 우승후보 1순위로 기아를 꼽았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5월부터 팀 성적이 하락했다. 최종 성적 8위로 신생구단 NC에게도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최하위 한화는 1승을 올리기 위해 1억676만원을 쓴 구단이다. 타 구단에 비해 연봉 지출 총액은 작았지만 워낙 낮은 승수를 올리는 바람에 가장 비효율적 운영을 한 구단이 됐다.

올 시즌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9496만원이다. 553명의 선수 중 연봉 1억원이 넘는 선수는 총 131명이다. 롯데 야구단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연봉이 높아지고 억대 연봉 선수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프로야구 선수들을 가늠하는 기준은 연봉 1억원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억대 연봉들이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각 구단의 억대 연봉자 수를 살핀 결과 성적과는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LG와 넥센이 10명 미만의 억대 연봉 선수로 좋은 성적을 올린 반면, 가장 많은 억대 연봉 선수를 보유한 SK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각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의 성적은 팀 성적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들은 모두 타자였다. 박동희 MBC 야구 해설위원은 “최고 연봉 선수는 그에 걸맞은 성적을 올려야 하고, 구단을 상징하는 스타가 돼야 하고, 팀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단순히 성적만 놓고 평가할 순 없다”고 말했다. 1~3위 팀의 최고 연봉선수들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준수한 성적을 올렸고 팀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위권 기아의 김주찬 선수는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김 선수의 출전이 줄어든 만큼 팀 성적도 떨어졌다. 현재 프로야구 최고 연봉을 받는 한화 김태균 선수는 준수한 개인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팀이 꼴찌를 했고, 워낙 많은 연봉을 받은 탓에 ‘몸 값을 못하는 선수’라는 비난을 받았다.

1208호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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