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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다 

동양그룹 사태로 곤욕 치른 동양생명 

독립경영 체제 구축 서둘러 … 계열분리 성공하면 호재 될 수도



“현수막 걸고, 광고 내고, 사명 변경까지 할 수 있는 건 다해 봤습니다.” 동양생명 관계자의 한숨이 깊다.

동양그룹 부실사태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동양생명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이 돌고, 고객들의 보험 해약이 몰리는 등 곤욕을 치렀다.

동양생명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동양그룹은 2011년 3월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계열사가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 46.5%를 보고펀드에 매각했다.

현재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보고펀드는 동양생명의 지분 57.6%를 갖고 있다. 동양그룹이 보유한 지분은 3%에 불과하다. 동양생명이 동양그룹과 는 무관한 독자 경영을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양생명을 동양그룹의 계열사로 분류하고 있다. 동양그룹이 동양생명의 이사 6명을 보고펀드와 협의해 선임할 수 있는 이사선임권을 가지고 있어서다.

동양생명은 동양그룹과의 선 긋기에 나섰다. 동양생명은 10월 7일 이사회를 열고 ‘완전한 독립경영 체제 구축을 위한 경영위원회 설치와 계열분리 및 사명변경 관련 세부사항’을 의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신청서를 접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분리심사에 착수했다. 이르면 한달 안에 심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동양을 비롯해 동양레저·동양인터내셔널·동양네트웍스 등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회생절차에 들어가 사실상 그룹이 해체되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이 말하는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회사 홈페이지·고객창구·언론광고를 통해 현재의 동양생명의 상황을 고객들에게 알리며 계약해지 막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다행히 추석 이후 급증했던 해약율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9월 30일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동양생명 측은 10월 14일 정도면 해약율이 평소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본다.

동양생명은 총자산 17조8000억원, 자기자본 1조4000억원, 4년 연속 10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정도로 안정적 수익구조를 가진 보험사다. 올해까지 14년 연속 흑자달성에 성공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1.38%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은 233.2%(7월 기준)로 보험업법상의 기준인 100%를 상회한다. 동양생명의 신용평가등급 역시 AA+로 장기 보험금 지급능력이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양그룹 사태가 동양생명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동양생명은 그간 동양그룹의 인수합병(M&A) 이슈로 시장에서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실한 분리가 진행되면 동양생명이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하나대투증권은 10월 10일 발표한 종목리포트에서 ‘동양생명이 동양그룹과 단절하기 위해 취한 적극적 대처들이 적절했으며, 계약자들의 우려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27일 현대증권은 ‘동양생명이 그룹의 위기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태경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동양그룹 위기설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얻었는데, 잃은 것은 소액의 이차마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208호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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