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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직종별로 은퇴 설계도 세세히 그려라 

은퇴설계 전문화 시대 

정리=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1만7000여명 컨설팅 결과 10개 직종별 해법 내놔




▎『직업별로 알아보는 은퇴설계』 표지.
‘은퇴설계는 직업별로 살펴봐야 한다.’ 삼성증권 부설 은퇴설계연구소가 설립 이후 약 3년 동안 1만7000여명 고객에게 은퇴설계 서비스를 하면서 얻은, 당연한 듯하지만 매우 중요한 교훈이다. 다양한 투자상품을 바탕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제공하면서 직업별로 많은 데이터를 축적했다.

일종의 ‘은퇴에 관한 임상시험’이라고 할 만한 이 분석자료는 조만간 『직업별로 알아보는 은퇴설계』라는 제목의 단행본(비매품)으로 발간된다.

은퇴설계는 왜 직업별로 해야 할까? 재무적인 관점에서 은퇴를 대비할 때 개인별 재무환경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직업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상속·증여나 개인별 재테크 실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수 있으나 동일 직업군 내 종사자들은 급여 수준이나 퇴직 연령이 비슷한 편이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20대 중·후반에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50세 즈음 1차 퇴직을 고민하며 60세를 넘으면서 완전히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은 다르다. 자격증을 취득해 제대로 활동하려면 남성의 경우 30대 중반은 돼야 하지만 평생소득 수준이 높은 편이고 60세 이후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의 경우 노후 연금액이 일반 민간 직종보다 많은 편이다. 자영업자는 어떤가? 별도의 퇴직금이 없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인 경우도 많아 자구책을 더 마련해야 한다.

연 평균 6%대 수익률 올려야 무난한 노후

은퇴설계연구소가 2만명 가까운 개인별 컨설팅을 하면서 도출한 통계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수치 중 하나가 6.44%다.

은퇴 목표달성에 필요한 최소 자산운용 수익률이 연 평균 6.44%라는 것이다. 요즘 은행예금 금리나 공시이율형 연금 상품의 수익률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더 많은 수익률을 필요로 한다. 은퇴가 임박한 50대의 은퇴 준비가 미흡하다는 뜻이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시작할 때라고 지금이라도 장년층은 적극적인 자산운용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은퇴설계의 첫걸음은 내게 맞는 필요수익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정확하게 알아야 제대로 된 나만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은퇴설계라고 할 때 은퇴 필요자금을 산출해 이를 준비하기 위한 자금을 계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온전한 은퇴설계라고 하기 어렵다. 예컨대 은퇴 이후 필요한 돈이 기본 생활비만이 아니다.

대학을 아직 졸업하지 않은 자녀가 있을 수 있고, 자녀 혼인비용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별장을 지을 수 있으며 사망 전 간병비가 필요할 기간이 도대체 몇 년이나 될 지 알 수 없다. 특히 은퇴 대비를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 고려 때 기존 자산구성에 대한 정보는 필수다.


이미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된다면 가급적 추가 과세가 되지 않는 방향으로 자산 구성을 짜나가야 한다. 상속세를 낼 정도의 자산 규모라면 절세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과도한 부동산 비중 탓에 수입 안정성이 떨어진다면 미래가치를 분석해 일부 부동산은 처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은퇴설계는 재무설계의 결정판인 셈이다.

은퇴설계연구소는 크게 10가지 직종·상황 별로 직종의 특성과 해당 직종 고객의 실제 은퇴설계 사례, 은퇴설계 팁(Tip)을 책자로 만들었다. 이 중 대기업 퇴직자와 연예인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다.

K씨(51)는 평생 일한 회사에서 사직 종용을 받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건강검진 하는 마음으로 은퇴설계연구소의 문을 두드렸다. 아직 정규교육이 끝나지 않은 자녀가 둘 있으며 다행히 중소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럴 경우 연봉은 지금보다 30~40% 떨어지겠지만 60세까지 일할 수 있을 듯싶다. 은퇴생활비는 현재가치로 월 300만원 정도 필요하다. K씨의 세부 상황을 정리해 향후 자산 흐름을 예측해 봤다.

K씨의 자산 대부분은 아파트고, 60세 은퇴 이후 예금 등 얼마되지 않는 금융자산은 금세 바닥이 날 듯하다. 아파트 지분을 대출금 형태로 전환해 생활비를 충당하다가 78세가 되면 자산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수 시대에 심각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대책을 제안해 봤다. 자산의 대부분인 40평대 아파트를 줄여 서울 주변 신도시 20~30평대 아파트로 갈아타고 생명보험도 구조조정해 과도한 부담을 낮춘다. 이를 통해 확보되는 돈을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추구형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또 은퇴생활비도 월 300만원에서 20만원 정도를 줄이고 74세 무렵에는 거주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주택연금의 경우 종신형이므로 예상보다 길게 살더라도 어느 정도의 생활비 확보가 가능하다.

사실 대한민국 40~50대 가장 대다수가 전체 자산의 70%를 아파트 등 부동산으로 가진 현실에서 부동산 구조조정 없이는 원하는 은퇴설계 목표를 맞출 수 없다. 더구나 가계소득 하락과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 러시로 향후 주택가격의 상승탄력이 줄어든 상황이라면 자산의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오히려 거주 주택 외의 투자자산을 확보해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적극 갈아탈 필요가 있다. 선입견을 걷어내고 눈만 크게 뜬다면 이러한 투자상품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은퇴 대비를 위한 실행을 할 수 있느냐다.

아파트 규모 줄여 은퇴자산 마련해야

승승장구하던 영화배우 J(45)씨. 드라마에서 이름을 날린 후 영화계에서 입지를 다져왔으나 최근 투자한 영화가 실패한 뒤 인기나 비즈니스 면에서 다소 내리막길이다. 자녀 양육에 대한 관심도 적었는데 이제 막상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깊어진다.

금융자산이 27억원, 부동산이28억원 정도로 상당한 자산이 있지만 지인의 권유로 투자한 주식이 30% 정도 손실을 보고 있다. 현재 서울 강북권 오피스텔을 4채를 분양 받았지만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과 월세 하락이 염려된다. 재테크 경험이 없어 주로 주변 지인들의 정보에 의존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별로 좋지 않은 투자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결단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주변 외풍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그로 인해 잘못된 투자를 거듭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수입이 전혀 없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어느 정도의 생활비가 최소한 확보되어야 할지 물어봤다. 월 50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한다.

현재가치로 월 500만원이 J씨의 예상수명까지 필요하다고 보았을 때 이를 충당하기 위한 종자돈은 약 22억원으로 추정됐다. 물가상승률 3.5%, 투자수익률 4%를 상정했다. 즉 현재 보유자산 중에서 22억원 정도를 떼어내 가급적 매각이 쉽지 않은 고정성 자산 위주로 구성해 생활비를 확보할 경우 웬만한 일이 생기더라도 든든한 보호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시형 연금보험을 종신형으로 수령 때 중도해지가 불가능해 그야말로 고정성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수익형 부동산으로도 6억원 정도를 투자한다. 그리고 물가상승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연금과 부동산 월세 만으로는 원하는 생활비 충당하기가 어렵기때문에 거치형 연금과 중위험·중수익추구형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중위험·중수익 추구형 상품을 넣은 건 너무 안전 위주의 고정성 자산 포트폴리오로는 물가상승을 쫓아가기에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롱숏펀드·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있다.

연예인을 포함해 스포츠 선수나 벤처사업가처럼 일시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활동기간이 비교적 짧은 직종의 경우 J씨와 같은 유형의 은퇴설계도 권유할 만하다.

두 사례 이외에도 다양한 직종별로 판이한 은퇴설계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다. 자녀를 양육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도 직업의 특성에 따라 완전히 다른 콘셉트의 은퇴설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단순히 추가적인 금융투자를 하는 것 못지 않게 부동산 등 기존 자산의 구조조정이나 재무목표 수정 등 다양한 관점에서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래 자산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면 어떤 시점에 무슨 문제가 생길지 미리 대비할 수 있다.




1208호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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