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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세카슈(セカ就, 해외법인 취업)에 목 맨다 

일본 취업준비생은 지금 

인터넷 지원 간편하고 물가 싸서 인기 … 대기업은 구직난 중소기업은 구인난



‘올해 취업 열쇠는 OOO이다.’ 일본에서 매년 취업 시즌이 되면 그 해의 트렌드를 반영한 키워드가 쏟아진다. 과연 이 키워드들은 실제 취직활동에 근거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화제거리를 만드는 데에 그치는 것일까.

신조어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의 취업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세카슈(セカ就)’라는 말이 유행이다. ‘세계(世界·セカイ) 취직’의 줄임말이다. 해외에 있는 일본계 기업의 현지법인이나 로컬 기업에 직접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과 유럽은 노동비자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최근에는 동남아 진출이 특히 활발하다. 입사전형이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등 지원이 어렵지는 않다. 이렇게 현지법인에 진출한 20대 중반 사원의 평균 월급은 20만엔(약 216만원)정도다. 동남아의 경우 현지물가가 싸고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이 적다.

다만 세카슈는 대부분 ‘신졸(新卒) 채용’보다 경력자를 선호한다. 해외 취업 전문가 모리야마 타츠오 컨설턴트는 “경제성장이 빠른 동남아시아에서는 신입사원을 따로 교육할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규직·비정규직 불문하고 관련 직무 경험만 있다면 도전이 훨씬 수월하다. 모리야마 컨설턴트는 “관련 경력이 있다면 취업활동의 선택지가 해외에도 있다”고 덧붙였다.

2010년 일본 채용시장에서는 ‘글로벌 인재채용’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많은 일본 기업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면서다. 당시 일본으로 유학 온 외국인 대학생이나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일본 대학생 등 어학 실력이 뛰어나고 해외 문화에 익숙한 인재에 기업의 관심이 쏠렸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일정 비율의 신입사원을 외국인으로 채우는 것을 명문화하기도 했다.


글로벌 인재채용은 기업에 따라 명암이 갈렸다. 기업의 채용 동향에 정통한 취업정보회사 디스코의 가이누마 토모노리 커리어리서치 그룹장은 “기업들이 외국인 채용을 늘렸지만 고용 조건이 이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해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대 ‘세카슈’ 사원 평균 월급 20만엔

산업기기 관련 대기업인 나브테스코의 다카하시 세이지 인사부장은 “외국인 직원은 느린 일본의 승진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며 “아직은 20~30대가 대부분인 이들이 다음 단계로 갈 때는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외국인 채용 확대를 시도한 대기업 중심으로 현실을 직시하자는 움직임이 생겼다.

올해 5월 디스코의 조사에 따르면 종업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중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하겠다’고 대답한 곳은 전년 대비 6.5% 줄었다. 채용 의사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10% 채용’ 등 일정 목표치를 내걸기에는 부담이라는 것이다. 대신 기업이 관심을 보인 것이 해외 유학파 대학생이다. 글로벌 소양을 갖췄으면서도 일본의 인사 시스템과도 충돌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유학파 대학생의 수가 줄어 몸값도 높다.

그러나 구직자 입장에서는 함정도 있다. 대부분의 유학파 신입사원의 희망과는 달리 막상 입사하면 국내 업무에 배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한 대기업에 들어간 유학파 신입사원은 “유학파라고 뽑아놓고는 담당 업무는 국내 인사라서 영어를 사용할 기회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리쿠르트워크스연구소의 도요다 요시히로 주간연구원은 “업무 배치 문제는 유학파 신입사원에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취업시장에 새로 생긴 말이 ‘글로벌 인재 쇼(笑)’다. ‘笑(しょう·쇼)’는 인터넷 상에서 문장어미에 붙어 자신이 쓴 글에 대한 농담·멋쩍음·비웃음 등을 뜻하는 일본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ㅋㅋㅋ’ ‘ㅎㅎㅎ’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경우 글로벌 인재라는 말 뒤에 이 단어를 붙여 글로벌 인재를 구한다는 기업의 채용 홍보와는 달리 글로벌 역량이 활용되지 않는 모순을 비꼬는 것이다.

2011년에는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면서 소‘ 카츠(ソ一活)’가 화제가 됐다. 소‘ 셜네트워크 취직활동(ソ一シャル就職活動)’의 준말이다. 기업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채용 정보를 올리면 구직자가 댓글을 다는 채용 방식이다. 하지만 소카츠도 한계가 분명했다.

SNS를 개인적인 용도로만 사용하길 원하는 구직자가 대부분이다. 개인 설정을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자신의 사생활이 회사 전체에 공개될 수도 있다. 실제로 문화방송 커리어 파트너즈가 지난해 12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취업 준비 학생 전체의 60% 이상이 소카츠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12월 본격적인 취업 시즌을 앞두고 일본 대학생들의 걱정이 크다. 취업난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신입사원을 뽑고 싶어도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 리쿠르트워크스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대졸 구인비율’을 보면 취업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졸 구인비율이란 민간 기업 취직을 희망하는 학생수와 기업의 채용 예정인원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학생 1명당 몇 개의 일자리가 주어지는가를 보여준다. 가령 구인비율이 1이라면 취직을 희망하는 사람 수와 기업의 채용 예정인원이 같은 것이다. 따라서 1을 넘을 경우 이론적으로는 전원 취직 가능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1을 밑돈다면 구직자수가 채용 예정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내년 대졸 구인비율은 1.28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종업원 5000명 이상 회사는 0.54, 1000~4999명 회사는 0.79이다. 그만큼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종업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의 대졸 구인비율은 3.26이다. 대기업에만 목매지 않는다면 일자리는 충분한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일본에는 421만3000개의 기업이 있다. 이 중 대기업이 1만2000개, 중소기업은 420만1000개다. 대기업은 전체의 0.3%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직 많은 일본 대학생들이 ‘나는 대졸자니까 대기업에 취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진학률이 낮았던 때에는 대학생이 일종의 엘리트 대접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면 대기업 취직이 보장됐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대학진학률은 50%를 넘었다. ‘대학졸업 후 대기업 취직’이라는 고정 코스는 옛날 얘기가 됐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신졸(新卒) 채용 올해 막 졸업한 학생을 ‘신졸’, 이미 졸업한 학생을 ‘기졸’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대개 대학교 3~4학년 때 취업활동을 한다. 이 때 미리 기업의 내정을 받고 졸업 후 그 기업에 입사하는데 이를 신졸 채용이라고 말한다.

1209호 (201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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