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축소로 여전히 살얼음판 ‘ 지금이 바닥권 투자 적기’ 의견도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달러 대비)는 1월 한 달 동안 18.7% 급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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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한 달 동안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18.7% 폭락했다. 주가도 보름 동안(1월 15일~30일) 6.3% 하락했다. 아르헨티나는 경상수지 적자와 높은 인플레이션에 반정부 시위까지 겹치면서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2001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이후 13년 만에 다시 국가부도 위기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미국이 지난해 말 양적완환 축소를 발표하고 올 1월부터 달러를 거둬들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신흥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양적완화 축소 시행 발표 이후 1월 20일까지 터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통화 가치는 각각 -8.09%, -4.42% 하락했다. 양적완화 축소 이후 외국 자본 비중이 큰 국가들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에 자국 금융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30% 이상 들어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등이 양적완화 축소 여파에 더 취약했다”고 말했다.실제로 터키 리라화 가치는 1월 중 11일 연속 하락하면서 1달러당 2.20리라 대에서 1월 27일에는 장중 2.36리라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다.지난해 12월 터키 검찰과 경찰이 정치권이 연루된 대형 비리와 뇌물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치 혼란이 초래됐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겹치자 더욱 가팔라졌다. 여기에 7%의 높은 물가 상승률에도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중앙은행이 2년 만에 외환시장에 직접 매도 개입에 나섰지만 리라화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터키 금융시장에서 1월 국채금리는 0.35%포인트 올랐고 국가부도 위험 정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급상승했다. 터키는 2009년부터 유망한 신흥시장으로 떠올라 2012년까지 외국인 주식투자가 123억달러 늘었지만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최고조였던 지난해 6월부터 올 1월까지 1억 달러 넘게 자금이 빠졌다.
브라질 무역흑자 13년 만에 최저치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2월 들어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2.4헤알선으로 지난달에만 2% 넘게 하락했다.브라질은 1월 40억57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94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냈다. 지난해 브라질 연간 무역흑자는 25억6100만 달러로 최근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입장에선 원자재 가격 하락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위험 요인이다.브라질은 수출의 30%가 연료와 광물이고 농산물이 34%를 차지한다.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금리가 상승하면서 10년 만기국채금리는 지난해 5월 9.5% 수준에서 13%대로 올랐다. 급격한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브라질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나 올린데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겹치며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경상적자와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인도 역시 위기다. 최근 인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렸다. 외자 유출을 막아 루피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통화 긴축 탓에 인도 내부 금리가 치솟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시장금리)이 8.7%를 웃돌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전보다 1.3%포인트 올랐다.피치는 “인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기업 빚 가운데 1조 루피(약 17조원) 정도가 조만간 부실채권(NPL)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실채권 1조 루피면 인도 전체 여신 가운데 약 17%가 부실화가 된다는 얘기다. 정상 수준은 2%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위기설이 불거진 신흥국 투자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의 금융불안은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공포로 조성된 신흥국 자산을 ‘팔자’ 라는 분위기가 과장돼 있다”며 “앞으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있지만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아 오히려 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외채 비중 커 위험 가능성 여전전문가들은 향후 선진국 경기가 좋아지면 선진국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으로 경제 효과가 파급되면서 선진국 자산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큰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본다. 윤태웅 신한은행 여의도PB센터장은 “신흥국 만기수익률이 이미 오를 만큼 올라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그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특히 브라질 국채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높은 표면금리와 비과세가 강점이다.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에 따라 국채 이자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세전 수익률은 고스란히 세후수익률이 된다. 또 브라질 정부가 지난해 6월 5일부터 6%의 금융거래세(토빈세)를 폐지해 이전 투자자들보다 유리하다.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브라질은 전 세계 국가 중 외환보유액 6위로 대외 충격 대응력이 좋고, 신흥국 중에서 비교적 정치적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채권형 펀드로 JP모간이머징국공채증권투자신탁과 브라질국채신탁 등이 있다.또 이들 국가는 성장성에 비해 현재 주가가 싸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2009년 이후 신흥국 증시가 최악의 출발을 했지만 이제는 저가 매수 기회가 돌아오고 있다”며 “신흥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낮은 상태로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신흥국 증시 흐름을 보여주는 MSCI신흥시장지수는 올 들어 4.9% 하락한 상태로 지수에 포함된 신흥국 상장기업들의 향후 1년간 이익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수준이다. 선진국 증시 흐름을 보여주는 MSCI세계지수 PER가 14배인 것과 비교하면 신흥국 증시가 그만큼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신흥국 금융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매월 750억 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2월부터 6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추가로 축소키로 했다. 고질적인 정치 불안과 단기외채(외국에서 발행되는 채권 중 만기가 1년 미만의 국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신흥국의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아르헨티나는 외환보유액이 293억달러 수준인데 단기외채가 190억달러가 넘어,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단기간에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갚는 데 외환보유액의 70%를 써야 한다는 의미다. 터키의 경우 국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100%를 넘었다. 인도는 오는 5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해준다.전문가들은 신흥국 펀드 투자는 당분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13일까지 신흥국 펀드는 평균 -5.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1083억원이 유출됐다. 윤태웅 센터장은 “수익률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투자비중을 줄이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과 신흥국을 모두 편입한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