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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9월 디젤 택시 유가보조금 지급 논란 - 이익일까 손해일까 주판알 튕기기 한창 

 

국토부 vs 환경부, 택시 사업자 vs 노조, 정유 업계 vs LPG 업계 동상이몽



왜 우리나라 택시는 전부 액화석유가스(LPG) 차일까? 답은 간단하다. 휘발유·디젤 차보다 유지 비용이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LPG’ 공식이 내년이면 깨질 수도 있게 됐다. 정부가 내년 9월부터 디젤 택시에도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해서다. 택시 사업자, 자동차 제조사, 에너지 회사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디젤 택시 급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택시의 차량 유종에 대한 규정은 없다. 지금도 사업자만 원한다면 누구나 디젤·휘발유 택시를 운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 택시의 98.6%는 LPG 차량이다. 울릉도 등 LPG 충전소가 없는 특수 지역을 제외하면 모든 택시가 LPG인 셈이다. 이는 정부의 지원 때문에 LPG 유지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택시 사업자에게 L당 221.36원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택시=LPG차’ 등식 깨질까?

LPG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건 2011년이다. 최근 일반인에게 LPG 중고차 구입을 허용하긴 했지만, 정부는 운송 사업자와 국가유공자·장애인에게만 LPG 차량의 사용을 허용해왔다. LPG의 적정한 수급과 사용상의 안전관리, 그밖에 공익상의 이유에서다. 택시 사업자들은 당연히 연료비가 싼 LPG 차량에 몰렸다. 그런데 2011년 정부가 에너지 세금을 조정하면서 LPG 가격이 큰 폭 올랐다. 운송 사업자들이 이에 반발했고, 이에 세금 상승분을 보전해주기로 한 것이 지금의 유가보조금이다.

지난해 정부는 유가보조금을 디젤 차량에도 확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해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정부의 택시산업발전 종합대책도 확정됐다. 종합대책에는 내년 9월부터 일정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는 경유 택시에 대해서 화물차나 버스 수준(L당 345.54원)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모든 택시가 LPG를 연료로 사용하다 보니 택시 업계가 LPG 가격 변동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경유 택시가 설자리를 만들어 LPG 독점 구조를 깨면 이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택시 업계의 요구를 디젤 택시의 보조금 지급으로 무마하려는 의도라는 얘기도 나온다.

택시 사업자들이 경유 택시 활성화를 요구하는 것은 LPG 가격이 많이 올라서다. LPG 가격은 최근 5년 간 32%나 올랐다. 2009년 1월 L당 850.26원이었던 LPG 가격(차량용 충전소 가격)은 올해 3월 첫 주 기준 L당 1121.95원으로 올랐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김명현 차장은 “LPG 업체가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결정 체계가 불투명하다”며 “택시 연료 다변화를 통해 에너지 업체가 가격경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9월 이후 보조금을 받을 경우 디젤·LPG 택시 연료비는 어떻게 달라질까? 국산차 중 배기량이 같은(2000cc) 한국GM의 말리부 디젤과 기아차 K5 LPI 모델을 비교했다. 연비는 택시 운행 환경에 맞게 도심주행을 기준으로 했다. 말리부의 도심주행 표시연비는 L당 11.9km, K5는 8.9km다.

3월 첫 주 평균 연료비 기준으로 한 달 6000km를 운행한다면 디젤차는 85만5288원, LPG는 75만5554원이 든다. 여기에 보조금을 지급 받으면 각각 68만1136원, 60만6357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보조금을 받더라도 디젤 차량의 연료비가 조금 더 든다.




연료비는 디젤이 이익, 유지비는 LPG가 유리

그러나 법인택시 사업자나 개인택시 운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표시연비와 실연비의 차이, 이른바 ‘뻥연비’ 때문이다. 이들은 LPG 차의 실제 연비를 재보면 L당 5~6km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이 경우 한 달 연료비는 100만원에 육박한다. 개인택시 운전자 이명호(가명·58)씨는 “실연비로 따지면 디젤 연료비가 훨씬 쌀 것”이라며 “차종이 다양해지고 보조금 지급이 시작되면 디젤 차량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법인택시 회사 관계자는 “꼭 디젤이 훨씬 싸지 않더라도 다른 연료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LPG 가격이 낮아진다거나, 운행하던 차를 중고로 내놨을 때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부가적인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중고차 업체 SK엔카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식 LPG용 YF소나타의 중고차 감가율은 31.8%, i40디젤 모델은 16.8%다. 일반적으로 디젤 중고차는 LPG보다 가격이 덜 떨어진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디젤 택시 도입은 사실 2005년부터 논의돼왔다. 당시 디젤 자동차 판매가 허용되면서 연료 효율이 높은 디젤 택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환경부가 경유 택시 허용에 따른 배출가스 문제와 경유 승용차 가격이 LPG차 대비 비싸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지금도 환경부와 국토부는 이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올해 초 언론에서 환경부의 자료를 통해 ‘디젤 택시의 환경비용이 LPG의 4.3배’라는 보도를 내놓자 국토부에서는 사‘ 실과 다르다’며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국토부 측은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한 유럽식 모드 NEDC로 측정하면 오히려 LGP 차량의 환경비용이 높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다른 측정 방식을 쓴다. 국내서 개발한 NIER 모드다. 이 방식으로는 디젤 자동차의 환경비용이 4.3배 높게 나온다. 박준홍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사는 “비교적 고속 상태에서 측정하는 NEDC보다는 국내 운전 환경을 적용한 NIER 모드가 배출가스 산정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기준이고 기준 자체도 유로-5에서 유로-6로 올려 과거에 비해 까다로워졌다”며 “배기가스 저감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디젤 택시 때문에 환경오염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개인택시나 법인택시 사업자와는 달리 택시 노조도 디젤 택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2010년 택시노동자를 대상으로 경유택시 도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사납금 인상’ 등의 이유로 응답자의 92.3%가 경유택시 도입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구입비가 커지면 택시 회사에 내야 할 사납금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임승운 전국택시노동조합 정책본부장은 “디젤 차량은 차값이 비싸기 때문에 이는 고스란히 법인택시 운전자들의 사납금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조측도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연료 다변화’에는 동의한다. 임 본부장은 “경유에만 버스·화물차 방식의 보조금을 지급하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휘발유·압축천연가스(CNG) 등 모든 택시 연료에 면세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엽적인 문제들도 남아있다. 디젤 자동차는 거친 승차감이 단점이다. 특히 장시간 운행을 해야 하는 택시 운전자 입장에서는 승차감이 부드러운 LPG가 유리할 수 있다. 관리 비용도 걸림돌이다. 디젤 차량은 5~6년 주기로 미립자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교체 비용도 100만~200만원으로 비교적 고가다.

LPG 자동차는 10년 주기로 20만~30만원의 교체 비용이 든다. 이를 교체하지 않을 경우 차량 자체 문제뿐 아니라 배출가스 문제도 심각해진다. 모든 디젤 택시의 미립자 필터를 제때 교체하도록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국이 이를 관리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선 디젤 택시 도입이 정유 업계와 LPG 업계의 대리전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현재 경유는 국내 생산이 남아 수출하는 반면 LPG는 사용량의 60%를 수입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지속적으로 디젤 택시 허용을 요구해 왔다. 전국 25만대를 디젤 택시로 대체할 경우 경유가 LPG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LPG 업계는 환경성을 이유로 경유 택시 도입을 반대한다. LPG 업계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택시 연료시장을 수성해야 하는 셈이다.

디젤 택시 전환 연간 1만대로 제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어쨌든 내년 9월이면 디젤 택시 보조금이 지급되기 시작한다. 이에 국내 완성차와 수입차들의 판매 전쟁은 벌써 택시 시장으로 확전 조짐을 보인다. 내수 부진과 수입차 공세에 시달리던 국산차들이 택시 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들도 유가보조금 지급으로 새롭게 형성될 디젤 택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택시의 주요 세그먼트인 2000㏄급 중형 세단의 경우 국산 디젤 차종이 거의 없다. 이 시장을 장악한 수입차 업체 입장에서 디젤 택시 등장은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다만 경유가 택시 운행에 유리하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다. 또 한꺼번에 LPG 택시가 경유 택시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토부는 택시산업 발전 종합대책에서 디젤 택시 전환을 연간 1만대로 제한했다. 따라서 디젤 택시가 업계 판도를 크게 뒤집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1229호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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