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ssue | 태양광 사업 엇갈린 행보 

발 빼는 삼성, 올인한 한화 누가 웃을까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삼성정밀화학 폴리실리콘 자회사 지분 매각 … 한화케미칼 재무구조 개선하며 사업 확대



태양광은 포기할수록 좋은 사업일까? 태양광 사업에서 한 발 물러선 삼성정밀화학과 한 발 더 들어간 한화케미칼의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불안한 업황에 두 태양광 주력사가 정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삼성정밀화학은 태양광 지분을 줄이고 반도체 생산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한화케미칼은 비주력사업 지분을 팔아 태양광 설비를 확대한다. 삼성정밀화학 주가는 오르고, 한화케미칼 주가는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일단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한 쪽 손을 들어줬다.

태양광 관련 합작사 지분을 줄인 삼성정밀화학 주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정밀화학은 3월 21일 태양광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을 위해 만든 합작사 SMP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태양광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한다는 의미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정밀화학은 전날보다 8.22% 오른 4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튿날에도 1250원(2.71%) 올랐다. 2 거래일 만에 11% 급등했다.

SMP는 2011년 삼성정밀화학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위해 미국의 태양광 기업 선에디슨과 함께 만든 회사다. 삼성정밀화학은 SMP 지분 35%를 선에디슨에 넘기고, 대신 선에디슨에서 분리돼 나온 SSL의 주식을 사들이는 계약을 했다. 이에 따라 SMP의 삼성정밀화학 지분은 15%로 축소됐고 선에디슨 지분은 85%로 확대됐다. SSL은 반도체 재료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삼성정밀화학이 폴리실리콘 생산에서 반도체 재료 생산으로 관심을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정밀화학은 그동안 폴리실리콘을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투자를 확대해 왔다. 하지만 2012년 들어 폴리실리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이번에 태양광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하는 대신 2차 전지 재료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전기차나 전력저장장치 등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전지 재료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리튬이온배터리(LiB) 양극화 물질을 제조하는 자회사 STM을 통해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정밀화학의 관심 이동은 태양광 업체 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폴리실리콘 분야 세계 3대 제조업체인 OCI 주가는 3월 21일 3개월래 최저인 17만7000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날 한화케미칼도 3개월래 최저가(1만8550원)를 기록했다. 태양광 산업에 대한 삼성의 부정적인 전망이 시장에 영향을 줬다.

태양광 사업 철수 발표 후 주가 급등

이전에도 태양광 사업 축소는 해당 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말 웅진홀딩스는 자회사 웅진폴리실리콘의 지분 50.38% 가운데 28.09%를 개인 주주에게 매각했다. 이에 따라 웅진폴리실리콘은 웅진홀딩스의 주요 종속회사에서 빠졌다. 이 사실이 알려진 12월 26일 웅진홀딩스 주가는 하루 만에 7.12% 올랐다.

수익 전망이 불투명한 태양광 자회사를 정리해 2012년부터 진행 중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2012년 2월 3일 KCC가 폴리실리콘 사업을 철수하자 발표 당일 주가가 6.41% 상승했다. 전날 발표한 4분기 실적부진이라는 악재보다도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호재가 더 강했다.

태양광 사업 철수가 해당 기업에 호재가 될 정도로 태양광 사업은 한계사업일까? 태양광 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며 각광을 받았다. 한 때 국내 태양광 업체들도 좋은 실적을 내며 주가를 높였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공급과잉문제가 일어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에 더해 태양광 에너지의 수요자가 되는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시장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글로벌 태양광 모듈 설비 역시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폴리실리콘 가격이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각국 정부 지원도 축소될 전망이다. 태양광 발전 수요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일본·미국 등에서 태양광 보조금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태양광 관련 지원기업 범위를 109개 업체로 한정하고 나머지 기업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태양광 업계에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중국 태양광 업체 차오리솔라가 3월 7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2년 전 발행한 10억 위안 회사채에 대한 이자 8980만 위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에도 디폴트 위기에 빠졌지만 중국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살아났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한계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제한하면서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 디폴트를 선언한 첫 번째 기업으로 기록됐다. 지난해에는 세계 1위 셀·모듈 기업인 중국의 선텍이 파산했다. 세계 2위 웨이퍼 기업인 중국의 LDK solar도 지난해부터 이자 지급을 못해 채권단과 협상 중이다.

전 세계 태양광 업황이 나빠지는 가운데 한화케미칼은 오히려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 각국이 손을 빼고 있고, 국내에서는 삼성마저 빠져나간 상황을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본 것이다. 한화는 여러 비주력 사업의 매각을 진행해 자금을 모으는 한편 태양광 사업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한화는 매출이 줄고 있는 자회사 한화L&C의 건자재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또 영업 손실이 생긴 제약사 드림파마의 일부 지분도 매각할 계획이다. 태양광 담당인 한화케미칼은 올해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세우고 최소 3억 달러 규모 해외주식예탁증권(GDR)을 발행할 계획이다. 자회사와 직접 금융 등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한화는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

설비 투자부터 늘린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중으로 한화솔라원(셀 200MW, 모듈 500MW)과 한화큐셀(셀 200MW)의 설비를 증설한다. 한화는 이 두 회사가 올해 각각 2조 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태양광 모듈 가격이 하락하는 등 현재 업황은 나쁘지만 점유율을 더욱 늘리면 전 분기와 비교해 매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화케미칼은 일본이나 유럽, 북미 시장 등으로 매출이 다변화되는 환경에서 주택용이나 일반용과 같이 판매가격을 올릴 수 있는 시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는 3월 2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새로운 M&A 및 비주력 사업에 대한 매각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태양광 사업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1231호 (2014.04.0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