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그룹서 3번째 규모 ... 한국적 디자인 GM 신차에 반영
▎전 세계 GM의 10개 디자인센터 가운데 최적의 외관 디자인을 평가할 수 있는 한국 디자인센터의 ‘익스테리어 스튜디오’에서 쉐보레 차량이 평가를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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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자동차의 기본은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삼박자를 갖춘 차다. 이 세 가지는 모든 자동차 업체의 개발 콘셉트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신차를 구매할 때 이런 삼박자보다 디자인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동급 모델보다 10∼20% 비싼 가격이라도 디자인이 좋으면 지갑을 연다. 신차의 성능은 엇비슷해졌지만 디자인은 해당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확연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한국GM이 시설을 대폭 보강해 디자인센터를 새 단장했다. 4월 25일 오전 경기도 부평시 한국GM 본사. 이날 본사 공장 옆에 위치한 디자인센터 개소식 및 미디어 투어 행사가 열렸다. 새롭게 시설을 보강한 디자인센터는 기존 7640㎡에서 1만6640㎡로 규모를 두 배로 키웠다.전 세계 8개국 10곳에 위치한 GM 글로벌 디자인센터 가운데 규모로 따져보면 미국·브라질 다음가는 세 번째다. 익스테리어·인테리어 스튜디오부터 디지털 디자인과 모델링, 3차원 버추얼(가상) 스튜디오까지 콘셉트카부터 신차, 양산차 디자인을 총괄해 개발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총 투자비 400억원이 들어간 새 디자인센터에는 디자이너와 모델러 등 200여명이 근무한다. 전 세계 2500여명의 GM 디자이너 가운데 8%를 차지한다.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했을 때보다 규모나 인원이 네 배 이상 커졌다.
▎에드 웰번 GM 글로벌 디자인 총괄 부사장(오른쪽)과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이 한국 디자인센터 개소식에서 ‘에너지환경디자인’ 골드 메달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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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GM 글로벌 디자인 총괄인 에드 웰번(65) 부사장을 비롯,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용근 회장 등이 참석했다. 호샤 사장은 “이번 디자인센터 확장은 한국GM의 연구개발 역량에 대한 GM 본사의 투자 의지를 대변한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GM이 개발하는 신차부터 미래 디자인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수하려는 나라에 누가 거액 투자하나?”지난해부터 일부 언론이 철수설을 주장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철수하려는 곳에 왜 이런 거액의 투자를 하겠느냐’는 반문이기도 했다. 한국GM은 2002년 회사 출범 이래 매년 1조원 이상 투자를 해오고 있다.이날 미디어 투어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곳은 ‘모델러 스튜디오’다. 새로 개발하는 소형차의 외관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다. 고성능 컴퓨터에 연결된 전동 로봇이 드릴링 머신으로 찰흙 덩어리를 1분당 수 십 회씩 깎아 내린다. 예전 모델러들이 조각칼을 들고 일일이 수작업 했던 것을 첨단 로봇이 대신하는 것이다. 찰흙 모델이 완성되면 익스테리어 디자인 품평회를 할 수 있도록 조명 시설을 갖췄다. 직선이나 곡선, 면의 조화를 가장 먼저 테스트하는 곳이다.다음은 3차원 가상 스튜디오다. 개발하는 신차를 입체 영상으로 띄워 놓고 전 세계 디자인센터와 연결해 실시간으로 의사 소통을 한다. 북미뿐 아니라 문화가 다른 인도·브라질·중국의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디자인 요소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다. 최종 양산 직전의 신차 디자인을 평가하는 익스테리어 스튜디오는 전 세계 GM 디자인센터 가운데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농구장 2배 정도 크기에 자연 채광으로 최종 개발된 차의 디자인을 평가한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전 부문의 경영층이 모여 의견을 나누면서 양산 직전까지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다듬는다.새 디자인센터는 고효율 에너지 설계와 상수도 사용 저감 설비, 친환경 냉매와 재활용 자재 적용으로 미국 그린빌딩위원회가 선정하는 ‘에너지 환경 디자인’ 골드등급 인증을 받았다.개소식에 참가한 에드 웰번 부사장은 “한국GM 디자인센터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GM이 부활하는 데 공헌을 한 준중형차 쉐보레 크루즈를 개발하는 등 세계적인 신차 디자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현재 미국인으로는 유일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 총괄이다. 미국에서 ‘흑인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하워드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 GM에 입사했다.2005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GM 디자인 총괄에 올라 GM의 모든 승용차와 트럭 디자인 개발을 맡고 있다. 웰번 부사장은 디젤 중형 세단으로 인기인 말리부에 대해 “미국 디자인센터가 주도한 말리부는 세계 93개국에서 판매되는 만큼 글로벌 디자인 추세를 제대로 반영했다”며 “중형차로 우아하면서도 정제된 디자인에 프리미엄과 럭셔리 이미지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6월에 출시되는 캐딜락 CTS에 대해선 “캐딜락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는 스포티와 엘레강스의 조화”라며 “신형 CTS는 캐딜락만의 역동적인 선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행사에 동행한 마이클 심코 GM 아시아담당 디자인 총괄은 “한국GM 디자인센터의 파워는 신차 디자인뿐 아니라 이곳에서 배출된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에 위치한 GM 디자인센터 곳곳에서 공헌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디자인센터가 북미·호주·인도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독자적인 가치가 있다”며“한국 문화에 기반한, 한국적 디자인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세계 신차 디자인에 반영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한국GM은 이런 역동적인 디자인에다 매년 1조원씩 투자를 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신차를 개발, 올해 판매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4월 내수시장에서 1만3086대를 팔아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했다. 최근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