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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수익률 수수께끼 - 경기회복 전망에도 장기금리 떨어져 

부채 부담으로 저성장 가능성, 연준의 저금리 유도 등 배경 

이공순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미국 국채 수익률(yield·금리)은 전 세계 모든 금융자산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지난해 말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를 결정하면서 시장에서는 대부분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3.03%까지 상승했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5월 21일(현지 시각)에는 오히려 2.5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에 연준의 월간 자산 매입(국채와 모기지 담보부 채권) 규모는 무려 400억 달러나 감소했다. 연준이 국채 매입 규모를 줄였으니, 당연히 국채 수익률이 상승(국채 가격 하락)해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놓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연준이 국채 매입 규모 줄였는데도…

미 국채 수익률 하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거래 방식의 변화, 규제 변화에 따른 연기금 및 보험회사들의 국채 수요(수요 공급의 측면, 올해 미 연방 정부의 재정 개선 때문에 미국채의 순발행 규모는 감소할 것으로 추정), 비교 대상국(독일) 국채 수익률 하락으로 인한 스프레드 압력,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장기적인 금리 전망의 변화 등이 시장 환경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는 미국의 장기적인 성장률 추이를 하향하면서, 미국의 실질 자연금리(real natural interest rate)가 1%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준이 2%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 명목 기준금리는 고작해야 2%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질 자연 금리는 통화 정책 등의 개입 없이 미국 경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용된다는 전제 하에서의 적정 금리다.

기준금리가 2%대라면,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핌코가 이처럼 실질 자연 금리를 낮게 보는 것은 미국의 부채 부담이 과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기업이나 정부, 민간가계 등은 더 이상 부채를 늘릴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채 증가율이 낮아지며, 따라서 장기적으로 저성장에 처하게 된다. 또 빌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는 5월 20일 연설에서 실질 자연 금리 수준이 0%에 근접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기준 금리는 1% 대를 넘어서지 않는다. 더들리 총재는 인구 구조의 변화(고령화)를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더들리 총재의 주장은 미국이 ‘일본화(japanification)’의 길을 밟고 있다는 것을 암암리에 전제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더들리 총재는 인구 노령화로 노동력 공급증가 속도가 낮아지고 잠재성장률 역시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정상(old normal)’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정책금리가 일시적인 역풍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아닌, 경제의 구조변화에 부응한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라는 뜻이다. 뉴욕 연준 총재는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의 견해를 가장 충실히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국채 장기물의 수익률은 연준의 기준 금리에 근접하거나, 하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최근의 미 국채 10년물 2.5%, 30년물 3.5% 수준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유로달러 시장도 미 국채 수익률이 보여주는 것과 유사한 장기적인 금리 전망을 보여준다. 블룸버그통신의 5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유로달러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2019년(5년물 유로달러 선물)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는 3.4%에 지나지 않는다. 유로달러 선물시장은 세계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달러 유통시장이다.

뉴욕 소재 액시엄 매니지먼트 파트너스의 전 파트너인 스탄 조나스는 유로달러 시장에서 “진짜 관심거리는 연준이 얼마나 빨리 금리를 인상할 것이며, 어느 수준에서 멈출 것인가 하는 점”이라며 “시장은 이제 거시적 경제 전망이 하향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며, 연준이 앞으로의 긴축 싸이클에서 약 3% 정도의 금리에서 멈출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의 언급 가운데 ‘거시적 경제 전망의 하락’은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아주 낮은 수준의 성장(2%대)에 머물 것으로 시장이 예측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아주 낮은 수준으로만 발생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 같은 주장은 5월 14일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총재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생산자 물가(4월 생산자 물가는 전월 대비 0.6% 상승)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는 첫 신호일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내가 보기에는 오류”라고 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과연 예전 같은 인플레이션은 발생하지 않을까? 첫째는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하회하는 낮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수 있다. 이는 특히 노동시장 내에서 임금상승 압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자연 실업률에 근접한 상태에서도 수요는 증가하지 않으며,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관찰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결과적으로 수요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률도 낮아진다는 것을 함축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낮은 국채 수익률은 정당화될 수 있다.

두 번째 해석은 연준이 의도적으로 실제 적정금리 수준보다 국채 수익률을 낮게 유도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는 낮은 금리가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경제는 ‘초과 성장’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실제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도록 유도하려는 정책을 쓰고 있을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다. 이 때는 국채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자산 인플레이션(이른바 버블)이 먼저 발생하며 이후에 이것이 실물 경제로 침투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자산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져 2008년과 같은 금융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과 정부 당국은 일정 수준에서 버블을 억제하는 조치를 동시에 취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간 명목 성장률이 4.5%대에 달해야 한다.

현재의 미국의 물가 수준은 1.3%(연준의 정책 기준이 되는 소비지출 인플레이션)에서 1.7%(소비자 물가)에 달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기준으로 삼는 연간 실질 성장률은 약 2.8~3.2% 수준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성장률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경기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장기금리(10년물 이상)는 낮게 유지하되, 대신에 자산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단기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해야 한다.

“정상보다 낮은 금리를 장기적으로”

5월 21일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의사록은 연준이 이 같은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의사록은 다소 모호하게 표현돼 있지만, 더들리 총재의 연설 내용은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있다. 예컨대 그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서에서 표현된 “정상보다 낮은 정책금리를 ‘얼마 동안’에만 유지한다”는 대목을 “정상보다 낮은 금리 제공 기간을 장기적(secular)으로”라고 시기를 연장했다. 이는 버냉키 전 총재가 퇴임 뒤 “내 생전에는 과거 같은 수준으로 정책금리가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발언에는 먼 훗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상당 기간 동안은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연준의 의도가 담겨있다. 국채 수익률은 연준의 명목 장기 금리 전망에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으로서는 올지 안 올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의 인플레이션은 나중 문제로 하고, 당장은 중앙은행의 ‘낮은 금리’ 약속에 호응해 국채수익률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저금리·고성장·저물가의 시대는 가능할까? 유럽의 사례를 본다면, 물가에는 에너지 가격의 변동과 환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달러화 환율을 인플레이션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일 때는 강세로, 그리고 물가와 성장이 낮아지면 다시 약세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때마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 특히 신흥시장 국가들의 통화는 몸살을 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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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호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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