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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세율 인상 후 일본의 소매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도심부에 출점 공세를 펼치는 수퍼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편의점과 드럭스토어에 밀려 방어에 급급했지만 소형화와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도쿄도 외곽의 다마 지구를 기반으로 하는 수퍼마켓 ‘이나게야’는 올 3월 도쿄 미나토쿠 시로카네다이에 새로 문을 열었다.매장 면적은 기존 매장의 절반 수준인 968㎡(약 293평)다. 부유층이 많은 상권 특징에 맞춰 가게 이름을 히라가나에서 영문으로 바꾸고 고급스러움을 내세웠다. 단순히 수퍼의 고급화만 지향한 것은 아니다. 과거 이 자리에는 고급수퍼인 ‘더 가든’이 입주했지만 1인 가구과 중산층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철수했다.이나게야는 고급화와 더불어 가격대와 상품 종류 확대에 주력했다. 예를 들어 와인은 300가지 품목이 있다. 200엔부터 2만엔까지 가격대 역시 다양하다. 가마보코(어묵)도 100엔부터 1000엔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반찬과 신선제품은 표준 매장과 품목 수가 비슷하지만 과일은 2배나 많다. 이 지역은 점심에 편의점의 도시락 종류가 잘 팔린다.이나게야 시로카네다이점도 간단한 점심 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보통 수퍼에 10석 정도인 휴식 공간을 24석으로 늘렸다. 조미료와 물수건을 비치하고 흡연 공간도 설치해 매장에서 구입한 도시락과 반찬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매장의 목표는 하루 매출 400만엔(약 4000만원), 연 매출 14억5000만엔(약 146억원)이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대형 유통업체 마루에쓰의 소형 수퍼 ‘마루에쓰 프티’도 도심형 소형 수퍼의 선두 주자다. 현재 56개 매장이 있다. 프티는 ‘도심부의 쇼핑이 불편한 지역에서 식자재를 살 수 있는 매장’ ‘신선식품과 반찬의 양과 질이 훌륭한 매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평균 매장 면적은 317㎡(약 96평), 하루 매출은 140만엔(약 1400만원) 정도다. 매장에 따라 132㎡(약 40평)에 하루 200만엔(약 2000만원) 가까이 판매하는 점포도 있다.휴식 공간-반찬 코너 늘려특징은 다양한 상품 구성이다. 4000~1만개 품목을 보유하고 있어 평균 2000~3000개인 편의점이나 여타 소형 수퍼를 크게 웃돈다. 바닥과 벽 등 곳곳에 상품이 가득 진열돼 있다. 선반 높이도 일반 수퍼는 1.6m(5~6단)지만, 프티는 1.9m(최대 9단)나 된다. 상품 선별보다 다양한 상품 확보를 우선시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수익성이 좋은 반찬 코너의 판매 비중이 커서 총수익률은 일반 수퍼보다 6~7% 높다.다른 소형 수퍼와 프티와의 큰 차이점은 신선도 관리가 어려운 어패류·정육 매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것과 주변 면적을 줄여서라도 점포에서 반찬을 직접 가공한다는 점이다. 주방이 작아 직접 가공하기 어려운 곳은 주변의 마루에쓰 대형점으로부터 받는다. 조금이라도 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보완 체제다.이처럼 너도나도 경쟁이 뛰어들면서 도심 소형 수퍼 간의 입지 쟁탈은 점차 과열되고 있다. 특히 유일하게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일본 수도권에 수퍼 출점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다른 지역에만 머물던 수퍼들도 수도권에 진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4~5개체가 경합했던 것이 지금은 10개 가까이로 늘었다”고 말했다.건설비 상승은 걸림돌이다. 이나게야 시로카네다이점의 인테리어 비용 등 투자액은 4억엔(약 40억원)이다. 지난해 12월 신설한 도쿄 사쿠라신마치점은 3.3㎡(1평)당 투자액이 60만엔(약 600만원)이 넘는다. 이나게야 관계자는 “건설비가 2~3년 전에 비해 30% 정도 올랐다”며 “지금은 3.3㎡당 70만엔을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도심 진출에 속도를 늦추려는 기미가 없다. 인구의 도심부 집중, 소비세 증세를 고려하면 지금 좋은 입지를 확보하는 게 장기적인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소비세 증세 여파로 ‘100엔샵’의 모습도 변하고 있다. 100엔샵은 다이소산업이 1991년 시작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절약 분위기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상품을 대량으로 진열해 ‘보물찾기’ 느낌을 준 것도 소비자에게 먹혔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 100엔샵에 대항해 수퍼 등에서 가격 인하 움직임이 나타났다. 다이소산업은 여전히 부동의 1위지만 매출은 감소 추세를 보인다.100엔샵 세리아, 자체 데이터 분석으로 상품 재구성이 와중에 최근에는 업계 2위인 세리아(SERIA)가 운영하는 ‘칼라 더 데이즈’가 인기를 얻고 있다. 세리아도 한때 이익 감소를 보였지만 2009년부터는 평균 10%대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인다. 올해도 최고 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100엔샵과 다른 점은 2004년 도입한 판매시점정보관리(POS)에 의한 자동발주 시스템이다. 품목이 소량으로 팔리는 100엔샵의 발주 업무는 대부분 점장의 감과 경험에 의존한다. 잘 맞으면 좋겠지만 상품을 대량으로 사들인 후 판매가 급감하면 재고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다.반대로 상품이 갑자기 많이 팔려 품귀현상이 발생해도 고민거리다. 이에 세리아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모습을 바꾸는 점포를 만들기 시작했다. 상품별 SPI(Seria Purchase Index)수치를 기본으로 한다. 고객 1000명 당 얼마나 팔리는가를 나타내는 PI수치를 세리아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SPI수치를 사용해 각 점포마다 상품을 서열화하고 전 점포 평균치와 비교한다. 이를 통해 고객 선호도부터 입지나 규모 등을 고려해 점포마다 이상적인 상품구성을 예측하고 자동발주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예를 들어, 특정 시기에만 팔린다고 여겼던 파티 용품이나 오토시다마(새해 선물)의 경우 일부 점포의 데이터를 통해 생일이나 환영회 등 다방면에서 사용되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매장에서 상품이 눈에 띄도록 판매방식을 바꾼 결과 연중 내내 꾸준히 잘 팔리는 상품으로 변했다. 세리아는 이 데이터 분석력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취급 상품 수는 다이소의 절반 이하인 약 1만9000개지만 매월 500개 이상 교체해 신제품 비율이 3배에 달한다.편의점 업체 중에서는 2위 업체 로손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로손은 지난해 11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를 보였다. 올해도 1000곳 이상의 출점을 계획 중이다. 실적만 보면 만사가 순조로워 보인다. 하지만 로손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는 “편의점의 점포 확대에 따른 성장모델은 한계가 있다”며 “기존 고객과 밀접한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본 편의점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고객 쟁탈전은 점점 격화되고 있다. 다른 업종에서의 공세도 거세다. 4월부터 아마존이 주류 판매를 시작하는 등 인터넷 기업이 식품·음료 분야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2002년 로손의 CEO로 취임한 니이나미 타케시 회장은 신선 제품 편의점 ‘로손 스토어100’과 같은 신사업 개발과 대형 약국과의 제휴 등 편의점 고객층 확대에 힘을 쏟아왔다. 10년 전 30% 정도였던 여성 고객 비율은 45%로 증가했고 60세 이상 시니어층도 20%에서 35%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1위인 세븐일레븐과의 격차는 메워지지 않았다.지난해 점포 당 하루 평균 판매액을 비교해 보면 세븐일레븐은 66만4000엔, 로손은 54만1000엔으로 10만엔 이상 차이 난다. 전체 체인점 매출은 세븐일레븐이 3조7000억엔, 로손은 1조9000억엔이다. 이 정도 차이면 상품 공급자에 대한 발언권도 크게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로손은 세븐과 다른 길을 강구해야만 한다. 한층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로손은 ‘마을의 핫 스테이션’이던 슬로건을 지난해 ‘마을의 건강 스테이션’으로 바꿨다. ‘건강 관련 상품은 로손’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중이다. 일부 점포에서는 의약품 판매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최초로 직영 조제약국을 열었다. 로손 홈약국 니시카마타점에서는 재택양호 서비스를 받고 있는 고객에게 출장 제조를 해준다. 약과 함께 편의점 과자 등을 배달해주기도 한다.매장에서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몸조리 잘하세요’라는 인사말을 함께 쓴다. 무료로 사용하는 체지방 측정기를 설치해 고객들이 정기적으로 매장을 방문하도록 한다. 채소류 판매를 확대하면서 건강이라는 테마를 살린다. 식사·운동 관리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상품 소개나 할인 쿠폰도 발행할 예정이다.편의점 로손, 건강 테마로 고객 유치이와 함께 로손은 6000만명의 회원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개발하는 ‘이노베이션 랩’를 설립했다. 오야마 마사히로 로손 전무는 “상품 공급자가 가진 기술의 99%는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며 “그들의 능력만으로는 제품화가 어려운 기술도 1만여 로손 점포가 있다면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노베이션 랩은 상품 공급자들이 로손을 말 그대로 ‘실험실’로 사용하게 하자는 발상이다. 개발한 상품은 초기에는 로손에서만 판매하지만, 일정 기간 후 다른 곳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로손은 올해 9월까지 이노베이션 랩에서 개발한 상품 약 200종류를 투입할 계획이다.-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