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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뛰어드는 온라인 중고차 시장 - 중고차 구입도 ‘클릭’ 한 번으로 

SK엔카, 호주 카세일즈닷컴과 손 잡아 … 현대캐피탈·도이치모터스도 공략 채비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SK엔카가 카세일즈닷컴과 합작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도 온라인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 중고차 시장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 하지만 유독 온라인 중고차 시장만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기업-소비자간 거래(B2C)에서 실질적인 매출을 내는 사업체는 SK C&C의 SK엔카가 유일하다. 한국 온라인 중고차 시장을 이끄는 SK엔카이지만 직영점에서 직접 매입, 판매되는 중고차 대수는 전체의 2%에 못 미친다.

한국 온라인 중고차 시장에는 SK엔카를 비롯해 보배드림·G카·오토인사이드 등이 있다. 중고차 매매 전 한번쯤 둘러보는 사이트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확인한 중고차가 실제 거래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실제 중고차 시장에 가기 전 중고차 딜러들이 올려놓은 광고를 보는 용도로만 온라인 중고차 시장을 활용하는 편이다.

온라인 중고차 시장이 한국에서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불신’이다. 중고차 가격 산정 기준부터 제멋대로다. 한 사이트에서는 3000만원인 차가 다른 사이트에서는 1500만원인 경우도 있다. 오프라인 시장 딜러들이 단순 호객용으로 온라인 시장을 이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온라인에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보고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온 고객에게는 다른 차를 파는 수법이다. 많은 딜러가 이런 수법을 사용하다 보니 소비자들도 온라인 매장에서 차를 직접 사겠다는 생각을 접은 지 오래됐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중고차 정보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외관이나 주행거리, 출시 연도에 비해 저렴한 중고차가 나와도 침수나 사고 이력 여부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차량의 가격을 산정하는 모든 정보가 온라인에 기재돼 있다고 믿는 소비자도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온라인 시장은 그저 구경에만 활용하고 실제 구입은 자동차를 볼 줄 아는 사람과 함께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온라인 중고차 시장 성장 걸림돌은 ‘불신’

도난차량이나 무자료 차량이 버젓이 온라인 시장에 나오는 일도 있다. 개인끼리의 거래도 가능한데, 온라인 매장이 차량의 상태 등을 확인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거래 상의 탈세나 불법이 온라인 매장에서 심심찮게 발각되면서 한국의 온라인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한참이나 떨어진 상태다.

해외는 사정이 좀 다르다. 호주의 경우 카세일즈닷컴과 같은 온라인 중고차 시장이 고도로 발달해 있다. 중개자가 풍부하고 사업자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오프라인 시장보다 온라인에서 중고차를 직접 구매하는 일이 더 흔하다. 온라인 실제 거래가 늘면서 온라인 중고차 시장이 큰 산업 부문으로까지 성장했다.

미국은 카맥스(CARMAX)와 같은 온-오프라인 중고차 매매가 성황을 이룬다. 카맥스는 신뢰할 만한 성능 인증과 미국 전역에서 단일한 가격을 제시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신뢰를 얻고 있다. 온라인에서 본 가격 그대로 미국 어디에서든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차를 구입할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운송비만 주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택배처럼 집에서 자동차를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카맥스 온라인 사이트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온라인에서 중고차를 고르는 일은 별도 절차가 없어 간단하다. 온라인 사이트를 방문해 원하는 차종이나 가격대별로 중고차를 고를 수 있다. 매물로 나와있는 사진으로 외관을 확인하고 판매자나 딜러가 작성한 옵션 내역이나 성능점검, 보험처리 이력 등의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중고차를 발견하면 딜러에게 직접 연락한 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면 된다.

개인 판매자일 경우는 별도 약속 시간과 장소를 잡아 차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구매 과정은 개인대 개인간 거래로 일반 중고차 매매거래와 같다. 전국에 걸쳐 매물로 나오는 차량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온라인 중고차 시장의 최대 장점이다. 실제 한국 시장에서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업 전망은 밝다. 오프라인에 비해 투자비용이 적고 아직 시장이 발달되지 않아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재고비용과 보관비용이 필요 없어 마진율도 크다. 또 낙후돼 있는 중고차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어 괜찮은 수익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이어 더해 고객의 문의를 받고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판매하고 광고를 하는 등 부가적인 수익장치도 다양한 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온라인 중고차 매매도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5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자동차 판매업(오프라인 시장)을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오프라인 시장 진입이 금지됐다. 이미 관련 사업을 하고 있더라도 매장이나 투자 등을 확대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기존 중고차 매매업을 하던 대기업은 의지가 있어도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정부가 오프라인 시장 진입을 막자 대기업이 온라인 중고차 매매 쪽으로 관심을 전환하고 있다.

온라인 중고차 판매 1위 업체 SK엔카가 시작을 끊었다.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SK C&C는 3월 6일 SK엔카와 카세일즈닷컴이 합작기업(JV)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SK엔카의 온라인 사업부문은 물적 분할을 통해 만들어진 에스케이엔카닷컴을 설립해 영업을 시작한다.

중기적합업종 지정 후 온라인으로 몰려

신설회사는 SK엔카와 카세일즈닷컴이 50대 50으로 참여한다. SK엔카는 50%지분에 1주를 더 가지고 카세일즈닷컴은 1주를 덜 가진다. 수익은 반으로 나누되 경영권을 SK엔카가 가지는 식이다. SK엔카닷컴은 카세일즈닷컴의 성공모델을 SK엔카에 이식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현재도 SK엔카 온라인 사업부는 차량 매도자에게 일정 부분의 등록수수료(광고비)를 받고 있지만 향후 카세일즈닷컴의 수익모델과 결합되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6월 현재 SK엔카는 SK엔카닷컴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온라인 시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SK엔카 관계자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부는 온라인 사업에 힘입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오프라인 매장은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에 걸려 전국 26개 점포만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는 2016년에 연기 혹은 만료가 결정된다.

만료 결정이 나면 SK엔카의 온라인-오프라인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SK엔카는 규제 만료에 앞서 온라인 사업 부문을 최대한 키운다는 전략이다. 한편 도이치모터스와 현대캐피탈도 각각 ‘지카(G-car)’와 ‘오토인사이드’를 통해 투명성과 편리성을 무기로 중고차 및 부품판매의 온라인시장 성장에 대비 중이다.

1241호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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