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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관심병사 사태 극복 - 충성·복종·단결만 외치지 말라 

우애·배려·소통의 미덕도 중요 … 스트레스 해소, 폭력 근절 신경 써야 

군대는 강력한 사회심리가 작동한다. 동조·복종·왕따현상이다. 평범한 사람조차 죄의식 없이 끔찍한 행동에 가담할 수 있다. 구성원들은 억압된 공격성을 투사할 희생양을 찾는다. 공격성이 외부로 향하면 폭력이 되고, 내부로 향하면 자살충동이 된다.

  Healing 후박사의 힐링 상담 - 관심병사 사태 극복


 #1. 육군 모 일병은 신병교육대 인성검사 결과 관심병사 A등급으로 지정됐다. 그는 전입 이후 지옥 같은 내무생활을 경험했다. 선임병의 잦은 질책과 놀림, 습관적인 폭언·구타와 강제 추행은 그를 한계까지 몰고 갔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소속 부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다.

 #2. 이 상병은 복무 당시 정신질환을 앓다가 전역해 집에 오자마자 자살했다. 그는 입대할 당시 특수부대를 지원할 정도로 군 복무에 열의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 정신과 치료병력으로 관심병사 A등급으로 분류됐다. 이후 자대 배치를 받는 순간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전입해 온 첫날부터 70명 중대원의 군번과 이름을 암기하도록 강요당했다. 또 일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집합, 말실수와 행동실수를 트집으로 선임병에게 욕설을 듣고 뺨과 배를 얻어맞았다.

 #3. 윤 일병 집단구타를 주도한 이 병장. 그는 온몸에 성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후임병을 때리고 물고문 하고 가래침까지 핥게 시켰다. 그런데 그도 한때는 폭행의 피해자였다. 그는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23살의 늦은 나이로 입대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등병 시절 왕따를 당했다. 또한 작업을 잘 못한다며 나이 어린 선임병에게 폭행과 구타를 당했다.

 윤 일병의 집단구타 사망으로 온 나라가 어지럽다. 당사자 가족은 물론 전 국민들을 불안과 울분에 떨게 했다. 3군 사령관 검찰단이 수사를 맡고 살인죄를 적용하며, 전군 인권 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숨진 윤 일병은 한 달에 걸쳐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5명의 선임병이 가담했고, 무려 11명의 병사가 목격했으며, 간부들은 이를 축소·은폐했다. 폭력을 당연하게 여겨온 관행과 동료들에 대한 무관심에서 발생한 비극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비극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달라진 20대, 모두가 관심병사

 아이들이 바뀌었다. 통제하기 어려운 20대라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우수하다. 학력도 좋고, 건강상태도 양호하다. 머리가 뛰어나고, 기술도 능하다. 행정병·통역병·전산병 등 다양한 영역에 쓸모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이기적이다. 최근 한국 출산율은 1.2명이고, 이혼율은 30%를 넘는다. 많은 아이들이 형제 없이 자라고, 부모 없이도 컸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집단생활에 익숙하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미성숙하다. 모든 교육이 입시와 취업 위주다. 심리학·철학·인간관계 교육은 제대로 못 받았다. 많은 아이들이 마마보이, 왕자병, 착한아이 등에서 못 벗어났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관심병사에 해당한다.

 군대는 바뀌지 않았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걸려 있다. 군대는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한다. 군대는 국가의 방어를 책임지고, 전쟁과 전투를 담당한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철칙이다. 군대는 개성을 무시한다. 획일적이다. 군대는 특별한 역량을 원치 않는다. 제비뽑기 식으로 전방 초소, 운전병, 군병원 등에 배치한다. 개인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치 않는다. 군대는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군대에서 자유는 위험하다. 통제 불능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은 징병제다. 자발성·책임감·사명감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다. 어떻게 보면 어느 누구라도 정신질환에 걸릴 환경이다.


 군대는 강력한 사회심리가 작동한다. 동조·복종·왕따현상이다. 동조현상은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주 사회적 힘에 눌려 자신의 판단을 포기한다. 배척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복종현상은 권위자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 권위에 굴복한다. 평범한 사람조차 죄의식 없이 끔찍한 행동에 가담할 수 있다. 왕따현상은 근거 없이 특정인을 따돌리고 비난하는 것이다. 사회에는 항상 억압된 공격성이 숨어있다. 구성원들은 공격성을 투사할 희생양을 찾는다. 무의식적 행동이라 아무런 의도 없이 일어난다.

 군대의 조직체계가 오작동하고 있다. 비상등이 켜졌다. 잇단 집단구타 사망, 군부대 이탈, 총기난사, 동반자살 사건 등이 보고된다. 군대 내부의 폭력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 폭언·폭행뿐 아니라 집단 구타, 가혹행위, 성폭력까지 나타난다. 모든 폭력은 정신질환을 동반한다. 군대는 표현이 억압되고, 행동이 앞서는 조직이다. 우울·불안·공포·공황 등 정신질환이 행동화되기 쉽다. 공격성이 외부로 향하면 폭력이 되고, 내부로 향하면 자살충동이 된다. ‘죽이고 싶다’와 ‘죽고 싶다’는 같은 표현이다. 피해자가 쉽게 가해자로 변신할 수 있다. 이른바 ‘폭력의 악순환’ ‘대물림의 비극’을 초래한다.

 이제, 관심병사로 돌아가자. 탁월한 해법은 무엇일까? 우선, 군대가 바뀌어야 한다. 첫째, 철저한 폭력 근절이다. 폭력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대한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 폭력예방을 위한 외부와의 소통도 필요하다. 고발 포상, 신고 의무화, 암행 감찰, 민원 도우미, 휴대폰 사용 등 가능한 제도는 도입해야 한다. 둘째, 지휘관의 인식 전환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한국에는 훌륭한 사관생도들이 있다. 기존 악습과 병폐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리더십에 정의·인권의식·소통능력·상담능력 등이 포함돼야 한다. 셋째, 병영문화의 혁신이다. 군대도 많이 달라졌다. 세계적 추세는 징병제에서 모병제, ‘작지만 강한’ 군대를 지향한다. 몸보다 머리, 힘보다 기술, 체육보다 과학을 더 중시한다. 충성·복종·단결은 군의 오래된 가치다. 우애·배려·소통의 미덕도 고려해 봐야 한다. 전투력은 얼차려가 아닌 전우애에서 나온다. 문화도 관리될 수 있다.

 다음, 스트레스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첫째, 인간관계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20대 초반은 정체성이 들어서지 않은 나이다. 게다가 입시나 취업에 찌든 가운데 군에 입대한다. 자기·타인·사회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에게 인간관계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보통 사회 초년생이 직장에 입사하면 6~12개월 교육훈련을 받는다. 군대도 직장이다.

1252호 (201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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