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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잔디 종류에 따라 똑같은 샷도 다른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초보자라면 페어웨이가 벤트그라스(Bentgrass)로 심어진 한지형 양잔디가 국산 중지보다 더 치기 어렵고 골프 엘보에 걸릴 확률도 높다. 특히 그린에만 쓰이는 벤트그라스라면 페어웨이라도 잎 폭이 얇고 좁아 볼을 지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볼과 땅 사이로 클럽날(블레이드)이 들어가야 정확한 샷이 나온다.국내에 이런 초종을 페어웨이에 모두 깔아놓은 곳은 많지 않다. 제주도 클럽나인브릿지가 처음으로 시작했고,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 중에서 하늘코스, 해슬리 나인브릿지, 트리니티 등 극소수의 고급 코스가 페어웨이를 포함한 코스 전체를 벤트그라스 초종으로 깔았다. 일반적으로 페어웨이에 양잔디를 깔았다고 하면 캔터키 블루그라스(Kentucky Bluegrass)를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벤트그라스보다 잎이 더 굵고 저렴해 페어웨이에 자주 사용된다. 프로 대회에서 보이는 1만원짜리 디봇이 뚝뚝 떠지는 것은 양잔디에서나 가능하다.안양·장성 등의 지명을 딴 한국산 중지에서는 넓적한 디봇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한국 잔디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양 잔디는 조이시아(Zoysia)종에 해당하며 자생 잔디로는 한국 들잔디(野芝), 잎 폭이 좁고 섬세한 중지, 금잔디(고려잔디), 비로드 잔디가 있으며 해안 지방에서 자라 내건(耐乾)성, 내염(耐鹽)성이 뛰어난 갯잔디, 왕잔디도 있다. 중부 이남지방으로 내려가면 금잔디도 볼 수 있다. 부산 동래베네스트에 깔린 금잔디는 섬세한 질감에 밀도가 높은 장점으로 늦가을이면 불타는 것처럼 변색되는 멋이 일품이다. 하지만 추위에 약해 중부 이북에서는 자라지 못한다.한국 잔디는 4~9월까지 자라기 때문에 여름 더위에도 잘 견디지만 가을이면 잎이 누렇게 변한다. 양잔디는 더위에 약해 여름에 성장을 멈추는 대신봄·가을에 자란다. 늦가을까지 푸른 잎을 볼 수 있으며 빠르게 자란다. 초겨울 코스를 찾으면 그린만 초록이고 나머지는 누런 게 그 때문이다.양잔디 중에는 그린용 벤트그라스, 페어웨이용 켄터키 블루그라스 외에도 러프에 쓰이는 초종도 있다. 호밀풀로 불리는 라이그라스(Ryegrass)는 다년생 초종으로 관다발로 자라고 추위에 강하다. 색은 늦가을까지 푸르름이 유지되기 때문에 요즘 국내 코스에서는 중지와 함께 섞여 뿌려진다. 그러면 여름에는 중지의 힘으로, 늦가을에는 라이그라스의 힘으로 푸른 필드를 유지할 수 있다.외국 코스들을 볼 때 페어웨이는 녹색이지만 러프와 그 주변은 황금빛으로 길게 자란 풀들이 보인다. 러프에 주로 쓰이는 긴 풀이 바로 페스큐(Fescue)다. 러프나 도로 및 비탈면의 침식 방지용으로 쓰이는 이 잔디는 뻣뻣하면서 한 번에 수십 개 잎이 뭉치로 자란다.샷이 힘차고 정확하지 않으면 잔디에 감겨버린다. 따라서 페스큐러프에 볼이 들어가면 페어웨이까지 레이업을 하는 게 상책이다. 이 밖에 양잔디 중에서도 한지형이 아닌 동남아나 저위도 지방에서 잘 자라는 떡잔디 즉, 버뮤다그라스(Bermuda Grass)도 있다.이들은 주로 옆으로 줄기를 뻗어내며 전 세계 온난 습윤 지역, 열대 아열대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 땅에 바짝 누워 있어 볼을 치면 디봇을 떠내기조차 쉽지 않다. 잔디의 종류를 알았다면 그 다음으로는 잔디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 잔디의 상태에 따라서주의해야 할 상황을 7가지로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①그린에서는 결을 살펴라
볼이 굴러가는 방향으로 누워 있는 밝은 색 잔디결을 순결이라 한다. 반대로 역결은 잔디가 골퍼를 향해 깎여있어 어둡다. 결 차이가 스트로크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지만, 순결이면 들어갈 볼이 역결 때문에 홀컵 앞에서 멈추는 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것이다. 경기도 광주의 남촌 골프장은 10월의 여자프로대회를 앞두고 지난 몇 달 간 페어웨이 잔디까지 순결과 역결로 달리 깎아 관리하고 있다. 잔디 밀도가 높으면 페어웨이에서도 순결과 역결의 샷 차이가 날 것이고 이것이 변별력이 된다고 골프장은 전망한다.
②에어레이션 된 그린은 더 세게 쳐라
종종 골프장 그린에서는 그린에 조그만 구멍들이 뚫려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통기(通氣) 즉, 에어레이션(Aeration)은 잔디 밑에 축적된 잔디 찌꺼기를 제거하고 토양의 통기성·투수성을 좋게 해 뿌리의 생육을 왕성하게 하는 작업을 말한다. 따라서 이런 그린에서는 아예 평소보다 더 강하게 친다 생각하고 퍼팅을 한다. 또한 이런 그린은 라인 브레이크도 덜 반영된다. 조절을 잘해서 그린 근처로 보내는 것이 관건이다.
③스팀프미터(Stimp meter) 거리를 감안하라
그린에서 볼 구름을 측정하는 도구가 스팀프미터다. 관을 경사지게 놓았을 때 볼이 그린에서 구르는 거리를 측정하는 도구다. 어떤 골프장들은 그린 빠르기를 적어놓는다. 만약 7.5피트(2.3미터) 이하라면 느린 그린이고 10피트(3미터)이상이면 대회용 빠른 그린이다. 그리고 오전에는 이슬로 그린 스피드가 느리지만 오후를 지나면서 그린이 마르면 오전보다 더 빨라진다.
④바짝 깎인 타이트 라이는 볼부터 맞혀라
유럽의 링크스는 아니더라도 바짝 깎은 페어웨이에 볼이 놓인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이때 평소처럼 샷을 하다가는 뒤땅이나 혹은 탑볼을 내기가 쉬워진다. 이런 경우에는 볼을 정확하게 먼저 맞히는 것이 우선이다. 일반적인 스탠스에서 볼을 약간 더 뒤쪽, 즉 오른발 쪽으로 오도록 서고 샷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⑤젖은 페어웨이는 방향성에 맞춰 임팩트하라
젖은 도로에서 자동차의 타이어가 미끄러지듯 비와 새벽 라운드에서의 이슬은 클럽 페이스에 윤활유를 바른 것 같은 효과를 줘서 일반적으로 볼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찰을 줄인다. 그 결과 볼은 예측 불가능하게 페이스를 타고 오르게 된다. 그래서 샷의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이 때는 클럽 페이스에 볼을 정확하게 맞히는 데 신경을 써야 하며 그린을 공략한다면 차라리 정중앙을 겨냥해야 한다.
⑥플라이어(Flyer) 라이에선 더 짧게 쳐라
가을 필드에서 러프에서 친 어프로치 샷이 평소보다 훨씬 더 멀리 날아가는 것이 플라이어이다. 이는 볼이 무성한 잔디 위에 올라 앉아 있는 라이에서 발생한다. 볼과 페이스 사이에 잔디가 끼면서 볼은 스핀이 거의 먹히지 않은 채 날아가 그린을 지나쳐 평소보다 훨씬 더 멀리 날아간다. 무성한 긴 러프에 볼이 놓여 있을 때는 아이언보다는 조금 더 짧은 웨지를 잡고 볼을 띄워 핀을 공략하는 편이 낫다.
⑦깊은 러프에선 확실하게 레이업(Lay up)하라
볼이 페스큐와 같이 긴 러프에 들어갔다. 이때 그린이 가깝다고 해서 바로 온그린을 시도하다가는 몇 미터 앞에 뚝 떨어지는 엉뚱한 샷이 나오는 수가 있다. 깊은 러프라면 클럽이 잔디를 지나면서 클럽은 종종 틀어져서 열리거나 닫히게 되며 클럽과 볼 사이에 끼는 풀이 임팩트의 효과를 반감시키게 된다. 따라서 이런 경우 그린보다는 가까운 페어웨이로 레이업을 시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