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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 뉴욕 증시 상장한 알리바바 앞날은 - 고금리 금융사업으로 中 당국 비위 건드려 

중국 전자상거래 점유율 80% 규제 심하고 텐센트·바이두도 도전 

빌 파웰 뉴스위크 기자 / 번역=이기준
알리바바는 지난 9월 19일 뉴욕증권거래소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를 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 사진:중앙포토
이날 알리바바 주식 공모가는 68달러로 결정됐으며, 총 3억2010만주를 발행해 약 218억 달러를 조달했다. 2008년 비자가 세운 뉴욕 증시 최고 기록 197억 달러를 넘어선 액수다. 2010년 중국농업은행이 홍콩 증시에서 달성한 22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알리바바의 기업가치는 1676억 달러로 아마존(약 1500억 달러)을 앞지르며 미국 유수의 IT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그 정도 평가를 받을 만한 근거는 많다. 오늘날 중국 전자상거래의 80%는 알리바바가 만든 플랫폼을 거친다. 2013년 말 알리바바 이용자 수는 2억3100만명에 달했다. 아시아 증권거래업체 CLSA는 2013년 12월 기준 중국 시장의 가치가 2950억 달러이며 2017년까지 71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알리바바가 사랑 받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국민들이 이제 막 소비를 시작한 세계 최대 국가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업이니 말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직원들을 ‘알리런(알리바바인이란 뜻)’이라 부르며 강력한 기업문화를 구축했다.

매년 고객과 직원을 대상으로 부흥회와 광란의 파티를 섞은 듯한 행사를 개최한다.

미국 유수의 IT기업과 어깨 나란히

이 모든 강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몇 가지 위협도 도사리고 있다. 애널리스트, 경쟁사 관계자, 알리바바 직원을 인터뷰하고 알리바바가 내놓은 자료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몇 가지 적신호가 감지된다. 알리바바가 단 15년 만에 비범한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해서 기업공개 후에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주가가 상승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엄청난 성장 잠재력은 있다. 그렇지만 업계가 아직 인식하지 못한 위험 요소도 있다.” 한전직 알리바바 임원의 말이다.

위험 요소 중 한 가지는 알리바바의 사업 대부분이 중국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이룩한 경제 성장에도 중국은 1당 독재 체제를 유지하며 규제가 심한 시장환경 탓에 앞날이 불투명하다. 알리바바는 30년도 더 전에 중국이 경제개방을 한이래 뉴욕이나 홍콩에 상장된 다른 중국 회사들과 달리 사기업이다. 정부의 지분은 손톱만큼도 없다.

일부 알리바바 팬들은 알리바바가 사기업이라는 점이 기업공개엔 좋은 요소라고 주장한다.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성장의 원동력이 국영기업보다 사기업과 소비 증가에서 나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알리바바 기업공개가 중국 전역의 중소기업에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상징이 돼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그리 간단하진 않다. 알리바바의 급부상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양쯔강의 악어(Crocodile in the Yangtze)’를 제작한 전직 알리바바 임원 포터 에리스먼은 그 누구도 중국 정부와 관계를 구축하지 않고는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이든 중국 기업이든,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마찬가지다. 정부 관료들에게 기업의 모든 사항을 속속들이 보고해야 한다. 만약 정부에 거역하면 구글 등 다른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업은 끝난다. “제대로 사업을 하려면 정부 관계자를 만나야 한다”고 에리스먼은 말했다. 그는 “마 회장은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정부와 접촉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알리런’들은 알리바바의 최근 행보가 정부의 심기를 거스르진 않는지 우려한다. 마는 전형적인 창조적 파괴자다. 전자상거래가 존재하지 않던 중국에서 사업을 이뤄냈다. 최근엔 경쟁이 절실했던 국가 주도 경제 부문에 직격타를 날렸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갑작스레 위에바오라 불리는 단기 금융투자신탁을 공개했다. 예금자들에게 국영 은행보다 훨씬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신탁이다. 수년 전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촉진을 위해 이베이의 페이팔에 해당하는 전자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내놓았다. 알리바바 사업의 핵심 요소다. 몇 년 전 마 회장은 내게 알리페이가 결제를 쉽고 안전하게 만들어준다면서 알리페이의 성공에 알리바바의 흥망이 달렸다고 털어놓았다.

예금자들의 저축액을 놓고 중국 국영은행과 직접 경쟁하는 길로 들어서는 알리바바의 움직임은 당연하게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위에바오는 첫 9달 동안 900억 달러를 끌어 모았다.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가 이런 사업을 준비 중이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허가했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영은행은 새경쟁자를 반기지 않는다. 금융제국의 반격이 시작되려는 징조도 나타났다. 위에바오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알리페이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348쪽짜리 건조한 산문으로 구성된 기업공개 안내서에서 알리바바측 변호사는 이렇게 밝혔다. ‘중국 내 규제 당국과 협력업체들은 알리페이 같은 온라인 결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에 따라 알리페이 이용자의 편의나 효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 봄 중국인민은행은 알리페이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새 규제 두 가지를 검토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중국인민은행이 마의 살 1파운드를 떼어가도록 하려는 은행들의 노력”이라고 베이징의 한 산업 관계자가 말했다.

법적으로 말하면 기업공개 안내서에 담긴 내용은 예상 가능한 모든 사업적 위험요소를 기업공개 전에 알리려는 것이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자연재해 가능성까지도 안내서에 실었다. 그러나 알리바바 관계자 두 명은 알리페이와 관련해서 규제환경이 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중 한 명은 “우리가 반드시 피해를 입게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서 규제관련 위험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건 정신 나간 짓”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주된 위험 요소는 중국 전자상거래 지형 자체에 일어나는 변화다. 이베이를 쫓아내던 좋은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이제 알리바바는 컴퓨터보다 휴대전화로 거래가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신세계에서 강력한 자국 적수들과 맞서야 한다. 중국 소셜미디어 선두 업체인 텐센트와 검색엔진 바이두가 알리바바에 도전장을 내려 움직이고 있다.

아직 임박한 위협은 아니다. 전체 전자상거래의 90% 가량은 여전히 컴퓨터로 이뤄진다. 게다가 알리바바는 수익률이 아주 높은 상태에서 기업공개를 실시했다. 지난 분기 알리바바는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14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총매출이익률은 무려 78%로 2009년 이래 최대치다.

우려 떨친 페이스북의 성공가도 따를까

현상 유지는 대안이 아니다. 지난해 텐센트는 2억5000만 이용자를 거느리는 인기 소셜 메시지앱 위챗에 전자결제 기능을 도입했다. 그보다 몇 달 앞서 알리바바는 5억8600만 달러를 들여 시나닷컴 지분 18%를 매입했다. 시나닷컴은 트위터와 비슷한 인기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소유한 업체다. 잠재적인 문제는 없을까? 위챗이 웨이보를 압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지형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알리바바에 유리한 점은 텐센트나 바이두 같은 여타 IT 대기업보다 전자상거래를 더 잘 안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알리바바의 모바일 진출을 당연히 페이스북이 직면한 문제와 비교한다. 알리바바의 앞날에 낙관적인 사람들은 페이스북 주가가 기업공개 후 그런 회의주의 탓에 타격을 입었음에도 모바일 세계를 헤쳐나갈 역량을 보여주자 곧장 수직상승 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내 생각에 마 회장은 우리가 충분히 해낸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고 알리바바의 한 마케팅 담당 이사는 말했다. 에리스먼은 “이 분야는 중국에서 아주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설령 한 회사가 완전히 독점하지 못한다고 해도 큰 돈을 벌지 못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1255호 (2014.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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