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공기(工期)와 임기(任期) 

 

이강호 한국그런포스펌프 회장




최근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후에 스페인 일주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 여행 동안 유네스코가 지정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세계문화유산과 역사적인 건축물을 둘러봤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웅장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역사성에 더해서 이번에는 이들 건축물을 짓기 시작해 완공될 때까지의 공기(工期)에 관심을 가져 보았다.

고딕양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건축물인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은 135개의 첨탑이 섬세한 조각품을 떠올리게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 장식은 화려하고 아름다워 발걸음을 한참 동안 멈추게 한다. 1386년에 짓기 시작해 1813년에 완공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대표 건축물인 성‘ 가족 성당’은 1882년 건축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짓고 있다. 아직 정문조차 완공되지 않았다.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인 톨레도 시내 중심에 장엄하게 자리 잡은 대성당은 1226년에 짓기 시작해 1493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류를 위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의 대역사(大役事)는 단기에 또는 개인이나 정부의 임기에 맞춰 건설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세대를 넘어서며 빛을 봤다. 당대에 이루려는 조급함보다는 여유로움을 가지고 몇 세기가 걸릴지라도 공기(工期)에 제한을 두지 않고 완벽하게 대역사를 완성한 것이다.

공기(工期)에 대한 생각이 조직을 운영하는 책임자들에 대한 임기(任期)로 이어졌다. GE의 최고경영자였던 잭 웰치는 20년의 재임 기간 동안 시가총액을 30배 늘렸으며 포춘지가 선정한 ‘지난 100 년간 최고의 경영자’로 선정됐다. 미국 원자력 해군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리코버 제독은 82세까지 63 년간 현역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복무한 해군장교였다. 그의 비전과 창의 적 추진력은 오늘날 미 해군을 세계 최강의 원자력 해군으로 만들었다. 이는 미 의회가 리코버 제독의 정년 연장을 허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필자는 지난 25년 간, 매년 두 번씩 전 세계 63개국의 사장이 모이는 글로벌 경영회의에 참석했다. 한국에 최초 법인을 설립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회사를 경영 한 내용을 담아 이번 회의에서 ‘25년 경영’이라는 제하의 연설을 했다. 기립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하는 명예로운 시간이었다.

며칠전 ‘북·중·러·일 장기 집권 체제-도루묵 5년 외교론 안 된다’라는 기사를 보았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23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2024년, 일본의 아베 총리는 2018년까지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했기에, 단기간의 임기로는 전략적으로 그들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내용이었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 기업이나 경쟁 국가에서 장기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리더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오랜 경륜과 통찰력을 습득해 큰 리더십을 발휘 할 수 있는 시간, 즉 여유 있는 임기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큰 기업 조직이나 국가 기관의 업무 영역은 방대할 텐데 고작해야 1, 2년 내지 3년 남짓한 임기로는 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임기의 길고 짧음은 각각 장단점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보편적으로 너무 짧은 임기 탓에 국가적 손실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세대를 초월하는 대역사의 공기(工期)에 제한이 없듯, 인재들의 임기(任期)도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하다고 본다.

1256호 (201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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