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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피플 [72]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겸 기술담당 사장 - 구글의 혁신 이끄는 ‘디지털 히어로’ 

구글글래스·무인자동차 개발 주도 세상에 없는 획기적 기기로 미래 시장 열어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겸 기술담당 사장.
구글의 공동 설립자 세르게이 브린(41)과 래리 페이지(41)는 11월 초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서 공동 9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7위에서 순위가 다시 올랐다. 구글의 지분을 나란히 16%씩 보유하고 있는 두 사람은 재산도 각각 299억 달러로 똑같다. 포브스 ‘세계의 부호’ 명단에서 19위, 미국 부호 순위에서 14위를 차지했다. 브린과 페이지는 디지털 시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기업인 구글을 창업하고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엔진 시장에서 전 세계의 65%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다.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전 세계에 10억명을 넘는다. 이 회사는 전 세계 40개국에서 4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대부분 최고의 인재다.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 다니던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먼로 파크에 있는 친구의 주차장에서 구글을 공동 창업한 브린과 페이지는 이 회사를 지구상에서 가장 기업 가치가 높으면서 가장 창의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키었다. 두 사람은 거의 쌍둥이처럼 함께 해왔지만 바로 이 부분에서 역할이 나뉜다. 페이지가 구글을 가장 기업 가치가 높은 쪽으로 키우는 데 공을 세웠다면 브린은 구글을 가장 창의성이 높은 혁신 기업으로 유지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일상 업무 넘기고 미래 사업에만 열중


캘리포니아에서 구글의 무인자동차 테스트를 마친 세르게이 브린(오른쪽)
페이지는 최근 스마트홈 서비스 업체인 네스트를 32억 달러에 인수해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사업영역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구글의 미래 수익을 위한 참신한 투자로 평가 받는다. 브린은 기술 담당 사장 직함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롭게 내놓으려고 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글래스와 무인자동차다.

지난 10월 브린은 일상적인 구글 업무의 대부분을 순다르 피차이에게 넘기고 자신은 장기적인 전략과 혁신적인 아이디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창조적인 활동에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글 업무 중 창조와 관련한 것은 여전히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 X’라고 불리는 비밀 조직이다. 구글X팀의 개발업무는 그가 장악하고 있다. 구글의 고유 업무인 서치 엔진을 제외하고 무인 자동차나 스마트 콘택트렌즈, 특수 풍력 발전기 등 모험적인 각종 프로젝트를 관장하는 부서다. 브린의 대표작으로 통하는 구글글래스가 이 부서에서 나왔다. 구글글래스는 안경 모양의 착용형 컴퓨터 단말기다. 패션과 IT기기, 인체와 단말기의 결합으로 불린다.

무인자동차는 브린의 노력으로 구글이 기술을 선점하고 있다.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운전대·브레이크·엑셀레이터가 없는 3무(無)의 2인승 소형 무인자동차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운행 중인데 지난 5월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지난 5년 간 12만㎞ 이상 무인차를 시험 주행하면서 사고는 단 한 차례만 났다. 그것도 사람이 직접 운전해 본사 정문에 들어서다 가벼운 접촉사고를 낸 것이다.

구글이 무인차를 선도하자 다른 업체도 따라오고 있다. 전기차 보급에 앞장서 온 테슬라모터스의 엘런 머스크는 최근 “5~6년 안에 완전한 자동 운전이 가능한 무인자동차를 출시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GM·혼다·닛산 등 기존 자동차 업체도 2016년에서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시제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현대차와 볼보 등은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주고 차선 이탈을 막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술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첨단 기술에 관심이 많은 영국은 정부차원에서 무인자동차의 일반 도로 시험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고 때 책임문제, 자동차보험 등 정책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무인자동차가 2020년 이전에 거리를 달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린의 상상력과 추진력이 이제까지 없었던 무인차를 우리 앞에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브린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창조적인 디지털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를 만화와 영화에 등장하는 수퍼맨과 아이언맨을 합친 ‘디지털 시대의 수퍼히어로’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감하고 창의적인 혁신을 계속하며 시장을 선점한 것을 구글이 고속성장을 누리는 배경으로 꼽았다. 사실 구글은 기업공개 이후 자금을 딴 데 쓰지 않고 구글의 고속성장을 위한 시장 선점에 쏟았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주요 전술의 하나였다.

‘미생(未生)’인 성장 유망산업에 뛰어들어 키워 사실 구글은 초창기에 검색엔진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유일한 수익원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구조적인 한계를 탓하며 거기에만 만족했으면 오늘의 구글은 없다. 구글의 브린과 페이지는 이순신이 되는 쪽을 택했다. 환경이나 조건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구글은 유망한 기업을 사들이는데 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다양한 미래 성장 업종을 미리 구글의 영역에 결합했다.

일찌감치 모바일의 중요성을 깨달은 구글은 2005년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인 안드로이드를 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안드로이드는 현재 삼성 모바일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성공에는 구글의 전략이 주요했다. 삼성전자와 HTC 등 단말기 제조업체에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로열티 없이 제공한 것이다. 이로써 초기 애플에 밀렸던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역전을 이뤘다. 2006년에는 영상 콘텐트의 중요성을 인식해 16억5000달러를 들여 유튜브를 사들였다. 현재 유튜브는 사용자 10억명, 월 시청시간 600억 시간에 이르는 거대한 공룡 IT기업이다. 지구촌의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유튜브는 현재 브린의 처형인 수전 보이치키가 대표를 맡고 있다. 구글은 2008년 오픈 소스 브라우저인 크롬을 내놨으며 2010년에는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을 내놓으면서 모바일 기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스마트홈 서비스 업체인 네스트를 인수해 사물인터넷 사업을 주도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과감하고 혁신적인 투자가 구글의 성장 발판이 됐다. 1998년 창업 이후 구글이 인수한 기업만 164개에 이른다. 이를 통해 구글은 거대한 아이디어의 결합체에 추진력을 모은 엔진결합체와 시장 개척력까지 갖춘 IT산업계의 수퍼히어로로 떠올랐다. 이는 기존의 잘 되는 업종으로 무턱대고 진출하는 문어발식 확장과는 분명히 다르다. 새롭고 아직 ‘미생(未生)’인 성장 유망산업에 일종의 벤처적인 투자를 해서 시장 자체를 개척하고 키운 것이다.

자금력을 발판으로 이미 성장이 이뤄진 레드오션 업종에 진출해 이익을 따먹으려고 한 게 아니라 아직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한 신규 업종에 진출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다음 특유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 패기로 해당 업종 자체를 키워서 산업을 일군 것이다. 브린과 페이지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구글의 성장전략이다. 특히 새롭고 모험적인 것을 선호하는 브린의 냄새가 확 풍긴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혁신적인 기업의 모습이다. 네스트 인수는 페이지가 주도했지만 나머지는 브린과 페이지가 주도하면서 전문경영인인 에릭 슈미트와 함께 했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은 여기에 다양한 미래 첨단 기기 개발에 나서면서 미래 기술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그 변신을 주도하는 인물이 바로 브린이다. 브린은 구글글래스에 이어 다양한 웨어러블 컴퓨터에 무인자동차 등 미래형 첨단기기까지 모험투자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브린의 이런 과감한 투자 때문에 구글은 과감한 도전정신을 성장의 엔진으로 삼고 있는 흔치 않은 회사로 평가된다.

구글의 사업 과정을 보면 곳곳에서 브린의 톡톡 튀는 창의성, 불타는 열정과 함께 성장 배경에서 비롯한 성격이 잘 드러난다. 구글이 검열에 예민한 것이 대표적이다. 브린은 옛 소련에서 태어나 6세 때인 미국으로 이민 온 유대인이다. 부모는 과학엘리트다. 아버지 미하일은 메릴랜드 주립대 수학 교수이고 어머니 유지니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센터의 연구원이다. 부모 모두가 모스크바대 출신이다. 브린의 아버지 미하일은 물리학을 전공해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옛 소련 공산당이 핵심 업무를 맡거나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는 주요 학문인 물리학과에는 유대인을 입학시키지 않으려고 방해하는 바람에 수학으로 전공을 바꿨다고 한다. 1977년 폴란드에서 열린 수학자 대회에 참석한 아버지는 이민 신청을 하고 2년을 기다리다 미국으로 갈 수 있었다. 그 사이 이민 신청서를 낸 것이 드러나면서 직장에서 해고돼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미하일은 어려서 부모로부터 옛 소련에서 겪은 고초에 대해 들었으며 고교 시절 영재학교 학생들과 함께 옛 소련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공산체제의 실상을 보고 환멸을 느끼게 됐다. 이는 구글이 중국의 검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줬다. 이익을 위해 자유를 제한하는 체제에 순응하기보다 철수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어린 시절 경험 때문에 공산체제에 환멸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낸 브린은 지난해 2억2300만 달러를 내놓는 등 기부활동을 열성적으로 벌이고 있다. 2011년 자금난을 겪고 있던 인터넷 오픈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50만 달러를 기부했다. 브린은 페이지와 더불어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잘 기억하는 창업자로 꼽힌다.

구글이 지난해 9월 사용자의 검색 요청에 더 잘 응답하는 업그레이드 된 새 검색 알고리즘인 ‘허밍버드(hummingbird, 벌새)’를 공개하면서 발표 장소로 구글을 처음 시작했던 ‘구글 차고(Google Garage)’를 선택했다. 캘리포니아주 먼로 파크에 있는 친구 수전 보이치키(현 유튜브 대표)와 부인 앤 보이치키 자매의 차고다. 단순한 단어뿐 아니라 긴 문장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에 맞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지능적인 이해 능력을 높이는 첨단 검색 알고리즘을 발표하는 장소로 초창기 단출하게 창업했던 공간을 이용한 것이다. 이날 발표는 구글 창업 1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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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3호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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