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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나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열려라 금강산’ 희망 올 해 안에 이뤄질까 

기대감에 현대그룹 계열 주가 들썩 … 5·24 조치 해제 여부가 관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에서 셋째)은 11월 18일 금강산 현지에서 현대아산 임직원 20여명과 원동연 아태 부위원장 등 북측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강산관광 16주년을 기념해 식수 행사를 가졌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대북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지배력 강화에 성공한 현 회장이 숙원이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현 회장은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등과 함께 11월 18일 북한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1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귀국한 자리에서 현 회장은 “북측과 공동 기념행사를 열었고 연내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물꼬를 트자는 뜻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현 회장의 방북은 지난 8월 4일 고 정몽헌 회장의 11주기 추모제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 기념행사차 방북은 만 5년 만이다. 이번 방북 기념식에는 북측 관계자 20여명도 함께했다. 이들은 공동 식수 행사를 열고 ‘열려라 금강산’이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는 등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였다고 한다.


방북 이후 현 회장 발언을 뜯어보면 사업 재개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연내에’라며 시점을 밝힌 점과 ‘북측과 … 뜻을 함께했다’는 식의 비교적 단정적인 어법을 사용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은 대외적인 발언에 대단히 신중하기 때문에 북측과 구체적으로 진전되거나 합의된 내용이 없었다면 이런 방식으로 발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현 회장이 올해 금강산 사업 재개에 확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북사업의 아이콘

주식시장도 반응을 보였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연중 최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대북사업을 독점하는 현대아산의 대주주이고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대주주다. 현 회장이 북한을 다녀오고 난 후인 11월 20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6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25일 2만9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17%나 올랐다.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실적이 개선됐다는 호재에 이어 현 회장 방북 이후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 회장은 정·재계를 떠나 대북사업의 아이콘이다. 정부의 통일사업과 남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직접 방북해 남북 협력의 중추로 활약했다. 이제까지 방북 횟수만 봐도 국내 누구보다 많다. 2003년 10월 이후 공식 방문만 34회에 달한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3차례나 면담했다. 2005년 백두산·원산 시범관광에 합의하면서 처음 만난 데 이어 2007년 금강산 관광사업에 합의하면서 또 만났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에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실제 현 회장만큼 열정적으로 대북사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도 드물다. 2009년 8월 16일 묘향산을 찾은 현 회장은 북한과 5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을 이끌어 냈다. 2006년 10월 북핵 사태가 터지면서 금강산 관광객이 하루 20명으로 줄어들 때였다. 관광사업은 고사하고 남북경협사업까지 존폐 위기에 몰렸다. 현 회장은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해 “단 한 명의 관광객이 있더라도 금강산 관광을 계속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는 남북한 모두가 금강산 관광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됐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현 회장의 핵심 숙원 사업이다. 금강산 관광은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회장이 물꼬를 튼 범현대가를 통틀어 정통성을 가진 유지 사업이다.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이 1998년 기틀을 마련한 핵심 가업이다. 현 회장은 정 전 회장이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던 중 사망하자 2003년 10월 21일부터 현대그룹 회장직을 맡으면서 금강산 관광사업도 이어받았다. 현 회장은 2008년까지 10년 간 193만여명의 남측 관광객을 유치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으로 중단됐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현대가 맏며느리로서 반드시 이뤄야 할 가업인 동시에 남편 정 회장을 기리는 사업이다. 또 현 회장만이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현 회장은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에도 평양과 금강산을 7차례나 찾았다. 하지만 남북 긴장관계가 길어지면서 무위로 돌아갔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한 5·24 조치가 강경했기 때문이다. 남북교역 자체를 불법화하는 조치가 유지되는 한 대북사업은 불가능하다.

이번 기념식 방문은 그 때와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일단 정부가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이후 정부도 대외적으론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점진적인 민간 교류를 어느 정도 열어줄 듯한 눈치다. 통일부 일각에서는 연말이나 연초에 이산가족 상봉등을 전제로 5·24 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관광 재개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아산의 손실이 늘어나는 것도 사업 재개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현대아산 임직원은 한 때 1000여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300여명수준이다. 현대아산이 밝힌 북한 관광사업관련 매출 손실은 9347억원에 달한다. 금강산에서 8094억원, 개성에서 1253억원 규모다. 여행사나 운송업체 등 협력업체 손실 규모는 관광 중단 이후 지난 10월까지 3258억원으로 추정된다. 현 회장은 지난 3월 조건식 전 통일부 차관을 현대아산 사장으로 임명했다. 북한 관광 재개로 현대아산의 새로운 수익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번 관광 재개 시도는 현대아산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 중 하나다.

그룹 경영권 튼튼해져 미해결 사업에 전념

현대그룹에서 현정은 회장의 경영권이 튼튼해진 것도 남북경협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현 회장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전까지는 사실상 지주회사 격이던 현대엘리베이터를 범현대가와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아게(AG) 등이 흔들어왔다. 이제는 기존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털고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돼 현 회장만의 그룹 지배력이 굳어졌다. 그룹 경영권이 위협을 받지 않게 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등 숙원 사업 해결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현대그룹은 올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힘겹게 경영권을 방어해 왔다. 이 과정에서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등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실적 개선 가능성이 떨어지는 현대아산만은 매각대상에서 제외하며 지속적인 대북사업 의지를 보여왔다.

1263호 (201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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