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모두 좋아할 CEO의 건배사 ‘성·과·급’ 

 

이상호 참좋은레져 대표

추운 날씨에도 오늘 지면(紙面) 송년회에 이렇게 많이 참석해주신 경영자와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고백하건대, 사실 저는 지난해 사용했던 송년사를 올해도 그대로 사용할까 합니다. 왜냐하면 올해도 역시 다사다난했고 힘겨웠고, 가슴 아팠던 한 해였기 때문입니다.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 언제나 그렇듯이 오감을 자극하는 정치·경제·사회의 각종 루머와 가십성 이야기들, 거기에 따른 시끄러운 논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때론 분노로, 어느 때는 감동으로 이리 밀리고 저리 쏠리면서 우왕좌왕하는 우리의 모습들 역시 한치의 변화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송년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생각도 했지만, 막상 거리에 나가보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시청 앞에 성탄트리가 장식된 지 제법 됐고,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계 온도 역시 많이 올라갔습니다. 송년의 밤이니 송년콘서트, 송년음악회 등의 안내방송도 자주 들립니다. 특히 이미자·조영남·태진아 등의 송년디너쇼 현수막이 육교 위에 걸려 있다면 송년은 분명히 코 앞에 와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자선냄비 종소리가 캐럴과 더불어 더욱 크게 울릴 겁니다. 그럴 즈음이면 동창회·동호회·송년회 등이 막차를 기다리듯이 여러분을 부르고 있겠지요. 평소 모임에 잘 안 나가셨다면 이번에 감투 하나쯤 쓰실지도 모릅니다. 회장이나 총무 타이틀을 달아 모임 참석을 유도하는 것이 고전적 수법이니까요. 또 몇 마디 잔소리와 벌주 몇 잔도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술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제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이 술독에 빠지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맞춰 언론에서는 연말 잦은 술자리 숙취해소 방법에 대한 기사가 넘쳐날 것이고, 알코올을 분해하는 아세트 알데히드니, 간을 보호해주는 글루타민산 같은 전문용어도 자주 등장하겠지요. ‘천천히 마셔라’ ‘약한 술부터 먹어라’는 식의 덜 취하는 방법과 위점막을 보호해주는 비법도 난무할 겁니다.

송구영신! 송년이 무엇입니까? 묵은 한 해를 보내는 것이지요. 나아가 송년의 정을 나누며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신년회 준비가 되어 있어야 송년회도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송년회와 건배사 준비는 하셨는지요? 단순히 ‘위하여’라고만 했다간 고지식하다고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삼행시 스타일로 하려다가 의미가 제대로 연결이 안 되면 망신살 뻗칠까 걱정도 되시지요? 오죽하면 몇 년 전에는 멋진 건배사를 위한 책이 나오고,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되지 않았습니까?

멋지고 폼 나게 그리고 약간은 잘난 체하면서 건배사를 하는 모습을 한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겁니다. 대한민국에서 무난히 살아가려면 마치 노래방에서 18번 노래가 있어야 하듯 그럴듯한 건배사 한두 개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회사의 복잡한 경영목표와 재무제표 숫자는 잘 외워지는데 몇 문장 되지 않는 건배사는 왜 그리 기억나지 않을까요? 남이 하면 ‘아, 나도 아는 건데’ 하면서도, 막상 나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게 마련이죠. 그러나 이렇게만 외치시면 온 국민의 함성과 박수와 칭송을 들으실 겁니다. ‘성(성실히 노력해), 과(과업을 달성했으니), 급(급여를 대폭 인상하겠습니다)’.

1267호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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