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말 많고 탈 많은 BBQ - 가맹점에 판촉비 떠넘기고 점유율도 하락세 

해외 매장 실적 부진에 신규 사업도 시들 ... 업계 1위 교촌에 내줄 수도 


▎BBQ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굿웨이그룹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지만, 지난 2013년 70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사진:BBQ 제공
제너시스BBQ의 ‘갑질’ 논란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BBQ가 치킨값 인상 등에 따른 판촉비 부담을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긴 사실이 사법당국의 철퇴를 맞으며 세상에 알려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BBQ는 지난 2005년 5월 치킨 가격을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인상했다. 닭을 튀길 때 쓰는 기름을 1마리당 원가 205원인 대두경화유에서 그보다 7배 이상 비싼 올리브유(마리당 1475원)로 바꿨고, 이에 맞춰 치킨 값도 대폭 올린 것이다.

문제는 판매량이었다. 가격 인상으로 판매량이 확 줄었다. 다급해진 BBQ는 8개월여 동안 13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홍보·판촉행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초콜릿·잡지·콘서트 티켓·돗자리·우산 등 약 66억원 상당의 판촉물을 뿌렸다. 판매 가격을 올린 기업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취하는 일상적인 마케팅 활동이었다. 그런데 BBQ가 판촉물 구입에 든 대부분의 비용을 여러 가맹점주들에게 떠넘기면서 문제가 생겼다. 본사가 부담한 비용은 6억여원에 불과한데, 가맹점들이 나눠 낸 돈은 60억 여원에 달했다. BBQ가 본사의 가격 정책 변화로 발생한 판촉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떠안긴 셈이다.

BBQ의 가맹계약서에 따르면 판매 증진을 위한 판촉행사의 비용 분담 건은 가맹점주들에게 미리 알리거나, 가맹점주들의 자율적인 참가 신청이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BBQ는 자신들이 만든 절차를 무시하고 가맹점주들에게 비용을 내라고 강요했고, 가명점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판촉비를 지출해야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고, 2008년 4월 가맹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BBQ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의 결정 후 가맹점주 13명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했다. 서울 고등법원은 3월 24일 판결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각각 150만∼400만원씩 총 374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비용 전가, 허위 영업, 매출 편취 ‘갑질 횡포’


BBQ의 가맹점주 상대의 갑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허위·과장 영업으로 가맹점주를 유치했다가 이들에게 손실을 끼친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BBQ는 2012년 BBQ프리미엄카페 가맹점을 모집하면서, 계약 후 3년 간 투자 금액의 연 5%에 해당하는 금액을 최저 수익으로 보장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파격적인 제안에 여러 예비 창업자들이 몰려 들었다. 이들은 서울 시내 곳곳에 BBQ프리미엄카페를 출점했다. 그러나 막대한 유지 비용과 매출 감소 탓에 적자를 보는 가맹점이 속출했고, 손실을 입은 가맹점주들은 당연히 최저 수익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BBQ는 자체 기준 금액에 해당하지 않으면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없다며 이를 묵살했다. BBQ와 가맹점주들 간에 다툼이 심해지면서 공방은 결국 법정으로 갔다. 지난해 말 법원은 BBQ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밖에도 지난 2013년에는 본사가 발행한 상품권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10%를 가맹점주에게 떠안겼다가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2011년에는 지역본부를 상대로 매출의 30%를 가져가는 등 부당한 점포관리를 지시한 행위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77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1위를 지켜온 BBQ가 왜 갑질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발단은 경영 실적 악화에 있다. BBQ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해외 법인에서 지난 2013년에만 7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여러 해 동안 부진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3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해외 사업의 부진 탓에 결과적으로 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매장 수는 350개에 달하지만 제대로 이익이 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밖에 저축은행 인수 시도 등 신규 사업에서도 적잖은 돈을 날렸다. 결국 2010년께 시작된 실적 악화로 누적 영업적자를 메우려다 보니 가맹점주들을 옥죄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BBQ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가맹점주의 권리를 무시하는 듯한 BBQ의 경영 행태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BBQ는 지난 2013년부터 편의점 GS25 매장에 숍인숍 개념의 간이 치킨 판매대를 설치했다. 그런데 일반 가맹점주들로부터는 억대의 가맹비를 받으면서, GS25에는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았다. 가맹점을 통하지 않고 GS25의 판매망을 이용하면, 본사가 대부분 수익을 챙겨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BBQ는 편의점에서 기름이 튀거나 냄새가 날 것을 염려해 에어프라이라는 특수 조리기구까지 무료로 설치해줬다. 66㎡당 1억원에 달하는 가맹비를 내는 BBQ 가맹점주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특히 GS25와 위치가 가까운 가맹점은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BBQ 관계자는 “메뉴가 달라 기존 가맹점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고소한 순살크래커’ ‘간장마늘 닭날개’ 등 일반 매장 메뉴에서 이름만 바꾼 것들이다. 일반 매장 메뉴명은 ‘순살크래커·’ ‘마늘간장 닭 날개’다. 가격도 편의점이 매장보다 10~30%가량 저렴해 소비자 입장에선 편의점에서 사는 편이 유리하다.

가맹점 10곳 중 1곳 1년 이내 폐점

사정이 이렇자 BBQ의 매장 수가 2010년 1600개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고 있다. 이듬해 1549개로 줄었다가 2012년 1551개, 2013년 1556개 등으로 미진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기간 직영점은 12개 늘었다. 전체 매장 수에서 계약을 해지·만료한 점포의 비율도 10.6%(2013년 기준)에 달했다. BBQ 가맹점 10개 중 1개는 1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다. 라이벌 교촌의 이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가맹점주로서는 BBQ보다 교촌의 사업 안정성과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가맹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입비·교육비·보증금 등의 부담금을 비교하면 BBQ가 2억1906만원, 교촌은 BBQ의 4분의 1 수준인 5679만원이다.

상황이 이렇자 BBQ의 업계 1위 자리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교촌의 지난 2013년 매출은 1741억원으로, 제너시스BBQ(1752억원)의 턱 밑까지 쫓아왔다. 교촌의 매출이 2011년 1140억원, 2012년 1425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이미 순위가 뒤바뀌었거나, 올해 바뀔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교촌의 매장 수가 BBQ의 3분의 2 정도인 950개에 불과하고 매장별 가맹비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영속성과 건전성 측면에서도 교촌이 앞선다고 풀이할 수 있다.

1279호 (2015.04.0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