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Home>이코노미스트>Special Report

[美 비영리단체 ‘코딩하는 여성들’의 활약상] 프로그래밍으로 멋지게 성공해야죠 

남성 주도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세계 각지의 여성 후원 

케리 플라인 아이비타임스 기자

▎알제리 ‘코딩하는 여성들’의 공동 대표 파트마 주주와 라차 벨라(가운데). 지난 2월 ‘코딩하는 여성들’의 첫 환영 행사가 열렸다.
양성평등 문제를 안고 있는 IT 허브는 실리콘밸리뿐이 아니다. 알제리만 해도 그렇다. 약사 라차 벨라(28)는 바칼로레아 시험(대학 입학 자격시험) 성적으로 알제리 컴퓨팅 스쿨인 국립고등정보학교에 합격했다. 그 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기로 했다. 약사는 잠재적으로 안정적이고 수입이 좋지만 벨라는 더 큰 목표를 추구했다. “약학도 상당히 좋은 직업이지만 성취감이 없었다. 내 자신감을 키울 만한 뭔가가 필요했다.” 18명 정원인 벨라의 반에는 여학생이 7명이었다.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을 순 있었지만 여학생 입장에서 그 분야의 공동체와 직업 네트워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구직경쟁이 치열하지만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다만, 기업들이 언제나 남자만 채용하고 여자는 외면한다는 점이 문제다.” 벨라의 불만이다.

18개국 51개 도시에서 회원 3만여명


벨라는 원군을 만났다. 샌프란시스코의 비영리단체 ‘코딩하는 여성들(WWC, Women Who Code)’이다. 업계의 동료 전문직 종사자와 사업체 네트워크, 팀을 이끌어 나가는 데 필요한 약간의 재정 지원, 그리고 상조 모임의 성공 사례를 벨라와 공동 팀장인 파트마 주주에게 제공한다.

2011년 출범한 WWC는 현재 6개 대륙 18개국의 51개 도시에서 3만명 안팎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아프리카에선 알제리에 처음 지부를 열었다. 알제리 지부는 업계 파트너를 찾고 코딩을 홍보해야 한다고 알레이나 퍼시벌 대표가 말했다. “연중 내내 규칙적으로 저녁 시간을 할애해 경력을 쌓도록 여성들을 독려한다”고 퍼시벌 대표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희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으려 신경 쓴다.”

WWC는 여성들이 코딩을 배우고 연습할 뿐 아니라 다른 개발자들과 인맥을 형성하도록 모임을 주최하고 장학금을 제공하는 식으로 지원한다. 미국에선 퇴근 후 네트워킹 행사, 기숙사 방에서의 심야 코딩, 그리고 철야 ‘해커톤(프로그래밍 경연)’이 유행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선 그 정도로 열기가 뜨겁지는 않다고 벨라 팀장이 말했다. 대신 벨라 팀장은 주중과 주말 중 해커톤 등의 다른 활동을 후원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개인용 노트북 컴퓨터 같은 장비를 제공할 만한 후원사를 찾으려 한다. 회원들이 집에서 과제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WWC의 다른 지부도 프로그램 운영상의 어려움에 부닥쳤다. 퍼시벌 대표는 인도 방갈로르의 네트워크가 “멋지게 성공하리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적절한 행사 시기와 편리한 교통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IT 기업이 있는 곳과 사람들 사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다”고 퍼시벌 대표가 말했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데 버스로 2시간 걸린다. 우리 행사는 통상적으로 밤에 열리기 때문에 그것은 큰 문제였다.”

그러나 알제리 팀과 마찬가지로 방갈로르 팀도 초기의 난관을 극복하는 길을 찾아냈다. 아침과 점심 시간에 수업과 모임을 갖는 방법이다. 또한 식사·공간·장비를 후원하겠다는 기업들과 제휴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스폰서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도 있다.

글로벌 측면에서 WWC는 박스(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옐프(지역 생활정보 서비스), 캐피털원(신용대출 서비스), 트윌리오(클라우드 커뮤니케이션 업체), 엣시(핸드메이드 제품 쇼핑몰), 크레익스리스트(지역 정보 사이트), 구글 같은 IT 기업들과 제휴했다. 알제리에는 샌프란시스코 만안지역이나 런던 같은 IT 허브는 없다. 하지만 그 지역의 대형 IT 기업으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업체 모빌리스, 모바일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 제지(Djezzy), 이동통신사 우레두 등이 있다. WWC 알제리 지부는 아직 사업체들과 공식 제휴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멕시코시티의 신설 지부는 WWC의 멕시코 내 세 번째 조직이다. 구글·기트허브 그리고 중남미의 프로그래밍 교육학교 플라치와 손잡았다.

멕시코시티 지부의 데이라 츄 팀장은 “소규모 교육 프로그램들에 무료 소프트웨어 라이선싱과 강사들을 제공하기 위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츄 팀장은 멕시코시티에서 여성이 여성을 위해 주최하는 무료 프로그래밍 교육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설하기를 희망한다. 그녀는 시범 그룹의 일원으로서 이른바 ‘해커 스쿨’을 무료 수강할 수 있었다. 20명 정원인 그녀의 반에서 여학생은 3명이었다. 그러나 3개월 일정의 프로그램이 시작된 직후 여성은 츄 팀장만 남게 됐다. 프로그래밍 강의를 듣던 중 츄 팀장은 WWC와 ‘코딩하는 소녀들(GWC, Girls Who Code)’에 관해 알게 됐다. GWC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다. “WWC가 콜리마와 메리다 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왜 거기에는 지부가 있는데 여기는 없는 거죠?’라고 물었다.”

츄 팀장은 콜리마와 메리다의 WWC 지부 공동 설립자인 비비아나 팔라시오스에게 연락을 취했다. 팔라시오스는 현재 츄 팀장과 함께 공동 팀장인 마르셀라 랑고를 그녀에게 소개시켜 줬다. “처음 만났지만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 다 똑같이 포케몬 같은 비디오 게임을 즐긴다”고 츄 팀장이 말했다. 현재 츄와 랑고 팀장은 여성 프로그래머가 멕시코 문화에서 더 많이 받아들여지고 여성이 전업주부가 되는 정형화된 패턴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힘쓴다. “학교에서 가사 일을 배울 수 있다. 그것은 직업으로 여긴다. 우리는 코딩을 배우는 여성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츄 팀장이 말했다. 알제리의 벨라 팀장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친구와 이웃이 코딩을 배우게 할지 고민한다. 10대 시절 벨라는 의사가 꿈이었다. 모친은 조산원이고 부친은 외과의사다. 그러나 부모는 그녀에게 약사가 되라고 했다.

벨라 팀장은 새로 얻은 학위를 토대로 생물정보학 관련 직업을 구하고자 한다. 약학 관련 취미와 경험에 새로 배운 코딩 지식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프로그램 능력을 활용해 더 깊이 있게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벨라 팀장은 벤처 자본이나 리서치 펀드 관련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반 친구들은 현지 기업에 취직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IT업계 지도자 양성 목표

여성 개발자 네트워크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대형 커뮤니티는 WWC뿐이 아니다. 벨라 팀장은 구글 지원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던 중 비영리단체 WWC를 알게 됐다. ‘위민 테크메이커(Women Tech Maker)’는 IT 분야의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구글의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벨라와 츄 팀장은 미국 정부 후원 프로그램인 테크위민(TechWomen)도 자신들의 지역에서 성장한 단체 중 하나라고 전했다.

WWC의 퍼시벌 대표는 글로벌 확장에 항상 초점을 맞췄다. 요즘 그녀는 세계 각지에 새 지부를 개설할 뿐 아니라 그들의 네트워크를 담당한 여성 지도자들을 후원하는 노선을 지켜나간다고 말했다. “우리 지부의 대표자들이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 WWC의 지도자에서 IT 업계 지도자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

- 케리 플라인 아이비타임스 기자 / 번역=차진우

1303호 (2015.09.2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