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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퍼니싱 시장 춘추전국시대] 한국 vs 유럽 vs 일본 팽팽한 신경전 

시장 규모 12조원대로 성장 … 앞다퉈 매장 늘리고 가격 경쟁 


▎이랜드는 1996년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론칭하며 일찍이 홈퍼니싱 사업에 뛰어들었다. / 사진:이랜드 제공
summary | 작은 가구나 소품만으로 직접 집을 단장하는 실속파가 늘면서 국내 홈퍼니싱 시장은 12조원 규모로 커졌다. 국내 거주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토종 브랜드부터 세련된 감성으로 무장한 해외 브랜드까지 앞다퉈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케아(스웨덴)·모던하우스(한국)·무인양품(일본)으로 대표되는 3국 브랜드의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 홈퍼니싱(생활용품) 시장이 뜨겁다. 특히 이케아·무인양품·자라홈·H&M홈 등 외국 브랜드의 진출이 활발하다. 이에 질세라 모던하우스·버터·자주 등 국내 브랜드도 매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구 시장(약 10조원)과 생활용품 관련 시장(약 2조5000억원)을 합해 추산한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2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08년 7조원 규모에 비하면 적지 않은 성장세다. 관련 업계에선 홈퍼니싱 시장 규모가 2023년께 18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전체 가구 수가 늘었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혼자만의 공간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됐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집을 사거나 인테리어 공사에 큰 비용을 쓰는 대신 소형 가구나 소품 등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는 ‘셀프 인테리어족’이 늘어난 것도 글로벌 홈퍼니싱 업체의 국내 진출에 불을 지폈다.

셀프 인테리어족 늘어 시장 확대 부채질


▎무인양품은 9월 강남점 리뉴얼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국내 매장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 사진:무지코리아 제공
글로벌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의 국내 진출은 홈퍼니싱 시장을 달아오르게 만든 신호탄이었다. 지난해 12월 광명시 일직동에 1호점을 낸 이케아는 개장 한 달 만에 방문객 100만명을 기록했다. 연면적 13만1550㎡ 대지에 들어선 2층 건물에서는 약 8600여 가지 제품을 판매한다. 이미 27개국에 315개 매장을 낸 이 글로벌 기업은 조립식(DIY) 가구를 파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제품의 절반은 생활용품이 차지한다. 대량 생산 방식으로 원가를 낮추고, 가구 배송이나 조립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줄여 더 낮은 판매가를 책정한다. 이전까지 국내 가구 업계에선 찾아보기 힘든 판매전략이다. 트렌디하면서 값싼 가구를 판매하는 전략은 ‘가구도 생활용품’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켰다. 가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케아 진출로 가구는 오래 쓰는 튼튼한 제품을 택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평가했다.

이케아 광명점의 일평균 매출은 평일 기준 4억원, 주말·공휴일 기준 10억원으로 알려졌다. 아직 개점 1년이 채 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연 매출 2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진출 당시 30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업계 전망에 비하면 다소 싱거운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많은 방문객 수로 눈길을 끌었지만 매출로 직결되진 않았다”며 “당초 우려와 달리 주변 대형마트나 가구점포의 매출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을 연 이케아 1호점은 개장 한 달만에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 사진:중앙포토
이케아가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에 비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이유로는 결코 싸지만은 않은 가격이 꼽힌다. 특히 같은 제품을 두고 미국·일본·중국 등에 비해 적게는 10~20%, 많게는 30% 이상 비싼 가격을 매겨 논란을 일으켰다. 이케아는 이에 대해 “철저한 시장 조사와 환율, 관세는 물론 경제 사정과 물가를 고려해 국가별 가격을 매긴다”며 “전체를 놓고 보면 각국별 제품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초 실용적인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거라는 기대에 부푼 소비자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케아는 8월에 ‘2016 카탈로그’를 선보이며 국내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대형 매장 5곳을 추가로 국내에 열 계획이다.

이케아 진출에 앞서 등장한 스페인 인디텍스그룹의 홈퍼니싱 브랜드 ‘자라홈’과 스웨덴의 ‘H&M홈’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0~11월 진출한 H&M홈과 자라홈은 각각 서울 잠실 제2 롯데월드몰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국내 1호점을 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자라홈은 패션 브랜드인 자라를 모태로,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넘어선 패션 브랜드를 지향한다. 3500여명의 전문가와 디자이너로 이뤄진 팀이 수시로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며 매주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H&M홈 역시 ‘집을 위한 패션’을 지향하며 생활용품부터 인테리어 용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H&M홈은 의류 브랜드 H&M이 그러하듯 한 제품이 최대 15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저가 전략을 펼친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제공한 덕분에 H&M홈은 올해 2개의 신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정해진 H&M코리아 홍보팀장은 “H&M홈 론칭 1년이 되어가는데 현재까지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팝업스토어 행사를 펼친 청주점과 광주점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둬 앞으로 본격적으로 매장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니코앤드와 무인양품 등 일본 브랜드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 1호점을 낸 니코앤드는 3개월 만에 제2롯데월드점과 코엑스 파르나스몰점을 여는 등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잡은 니코앤드는 이미 일본 내 100개 매장을 갖고 있으며,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니코앤드가 신흥강자라면 무인양품은 일찍이 자리를 잡은 터줏대감이다. 일본 양품계획 60%, 한국 롯데상사 40%의 합자회사인 무지코리아를 통해 2003년 한국에 진출했다. 진출 10년째를 맞은 현재 전국 14개 매장과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도장이 찍혀있지 않는, 즉 브랜드가 없는 좋은 제품을 뜻한다. 이 회사 제품은 단순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로고도 없고, 유행을 따르지 않는 대신 어디에나 어울리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실생활과 관련된 모든 물건’이라는 다소 모호한 개념의 홈퍼니싱 브랜드에서 오히려 단순함을 내세워 차별성을 꾀한다. 현재 전 세계 3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2602억엔(약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중 국내 매출은 529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무인양품은 2020년까지 국내 매장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9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인양품 오오니시 카츠시 대표는 “한국에 14개 매장이 있는데 인구에 비해 아직 매장 수가 적다고 생각한다”며 “서울과 인천·경기지역을 시작으로 매장 수를 2020년 6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가격 인하 전략 역시 국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그간 일본 현지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에 따른 후속조치다. 무인양품 관계자는 “무인양품은 지난해 600가지 품목의 가격을 30%가량 내렸으며 올해도 300가지 품목의 가격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며 “가격조정 정책은 3년 전부터 준비하고 조정한 만큼 이익도 줄어들겠지만 고객만족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국내 업체로는 가장 먼저 홈퍼니싱 사업을 펼쳐왔다. 1996년 론칭한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모던하우스’는 연평균 15%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던하우스는 기존 생활용품 업체와 다르게 가구의 비중이 크다. 침구와 주방·욕실용품 등 가구·인테리어 용품을 한 곳에서 살 수 있다. 모던하우스 관계자는 “유럽 감성을 담아 시즌별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며 “특히 소량으로 생산하는 시즌 콘셉트 상품은 2~3주에 한번씩 교체돼 유행에 민감한 소비층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행에 구애를 받지 않는 생활 필수품은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오히려 가격을 대폭 낮추는 등의 전략으로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부 MD가 발품 팔아 고른 실용품 내세워


▎이마트는 이케아 대항마로 더라이프를 내세워 무료 배송과 조립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 사진:더라이프 제공
모던하우스가 다른 해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은 머천다이저(MD)의 90%를 주부로 구성해 제품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30~40대를 겨냥한 브랜드인 만큼 주부의 입맛에 맞는 상품군을 개발했다. 업체 관계자는 “주부 MD가 직접 20여 개국을 다니며 제품을 조달해 실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제공한다”며 “좋은 생활용품을 사고 싶어도 비싼 가격 탓에 망설이는 주부의 마음을 반영해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한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한결같은 전략을 고수한 모던하우스는 지난해 2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늘어난 3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50여곳인 매장 수 역시 연내 6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에는 중국에 매장을 열며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20대 젊은층을 겨냥한 하위 브랜드 ‘버터’를 선보이며 소비층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 등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홍대입구역에 1호점을 열어 문구·팬시류와 인테리어 소품 대부분을 1만원대 이하의 가격으로 책정했다. 모던하우스는 버터에서 연매출 2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이마트 역시 이케아의 대항마로 ‘더라이프’를 내세우며 홈퍼니싱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더라이프는 지난 6월 일산 이마트 킨텍스점에 1호점을 냈다. 매장을 6개 섹션으로 나뉘어 가구·수납·침장·조명·가든데코·욕실·키즈·주방 총 8개의 카테고리, 5000여 품목으로 구성했다. 각각의 콘셉트에 맞춰 방을 꾸민 쇼룸을 제공했다. 제품 가격 역시 이케아에 대응해 초저가 품목 10%, 중저가의 일반상품군을 80%로 구성했다. 나머지 10%는 고가 프리미엄 라인으로 구성해 소비자가 가격대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무료 배송과 조립서비스로 차별화


더라이프에서 눈에 띄는 차별화 전략은 무료 배송과 조립서비스다. 이랜드는 일본 니토리퍼니쳐와 제휴를 통해 매트리스·침대 등 다양한 상품을 베트남 현지로부터 직소싱하는 방식을 취했다. 제품 구매가격이 저렴한데 비해 과도한 배송비가 붙는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송상품에 한해 무료 배송과 조립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로 이케아는 제품별로 최소 2만9000~16만9000원의 배송비가 붙는다.

더라이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거리 기준으로 배송가격을 책정하는 이케아에 비해 이마트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있는 쇼파·침대·수납장 등 가구상품에 대해 무료 배송 및 조립서비스를 제공한다”며 “특히 킨텍스점의 경우 12시 이전에 주문하는 고객에 한해 당일 배송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마트가 가진 유통·배송서비스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제품을 구매, 본인 스스로 직접 조립해야 하는 서구식 DIY 제품의 한계가 존재한다”며 “국내 주거공간에 맞춘 독창적인 상품과 다양한 볼거리, 홈퍼니싱과 연결된 특화 서비스로 글로벌 홈퍼니싱 업체를 뛰어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더라이프를 선보이기 앞서 수년 전부터 해외 선진 유통 업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케아와 H&M홈, 자라홈은 물론 가정·주방용품과 침구류 등을 주로 취급하는 미국 대형 체인점 ‘베드바스앤비욘드’와 수납과 정리라는 한가지 콘셉트에 주력하는 ‘컨테이너 스토어’까지 두루 돌며 업체별 장점을 연구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이갑수 대표는 “1998년 월마트가 국내에 진출했을 때에도 국내 유통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상품과 프로모션으로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당한 것이 사실”이라며 “더라이프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와 형태의 전문 매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마트 신규점 뿐만 아니라 신세계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사업이나 아울렛에도 적용해 국내 생활전문매장으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 이해가 성공의 관건

한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0년 이마트 생활용품 브랜드 자연주의를 인수해 2012년 브랜드명을 ‘자주’로 바꿨다. 2년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지난해 6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였다. 현재 14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장 내 생활용품 코너가 아닌 자체 브랜드 강화를 위해 유통 채널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를 테스트 매장으로 활용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업계 관계자는 “집이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합리적인 제품을 선보이는 업체가 결국 치열한 홈퍼니싱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 홈퍼니싱 : ‘집(home)’과 ‘가구(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는 물론 조명·벽지·침구와 각종 소품을 이용해 집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어려운 경기에 집을 사거나 인테리어 공사에 큰 비용을 들이는 대신 소형 가구나 소품 등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는 ‘셀프 인테리어족’이 늘면서 홈퍼니싱 업체의 진출이 활발하다.

1305호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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