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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OEM·ODM 1위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 세계 500개 화장품 회사가 고객이죠 

25년 연구·개발로 기술·노하우 축적 … 중국 공장 증축해 연간 1억2000개 생산 


▎사진:오상민 기자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한국콜마 본사 4층 사무실에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인 더 페이스샵과 토니모리,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인 로레알, 록시땅 등의 100여개 화장품이 진열돼 있다. 화장품 회사이니 연구용으로 모아둔 걸까? 알고 보면 모두 한국콜마에서 만든 화장품이다.

한국콜마는 화장품·제약·건강식품을 주문자가 요구하는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의 개발·생산을 책임지는 제조업체개발생산(ODM) 전문 기업이다. 한국콜마 매출의 60%는 화장품, 40%는 제약 부문에서 나온다. 한국콜마는 국내 1위 화장품 OEM·ODM기업이다. 세계 화장품 ODM시장에서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에 이어 세계 2위다.

국내에서는 LG생활건강과 그 계열사인 더페이스샵,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인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에 적지 않은 물량을 공급한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와 로레알 등 전 세계 500여개 화장품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최근 한국콜마 본사에서 만난 윤동한(67) 한국콜마 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화장품 중에 제품의 제조사가 한국콜마라면 우리가 만든 제품”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0년 설립된 한국콜마는 설립 이후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연 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직원 30% 이상이 연구원이다. 이런 R&D 투자는 윤 회장의 ‘소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라는 우보천리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지금의 한국콜마를 글로벌 화장품 제조 업체로 이끌었다.

연 매출의 5% 이상 연구·개발에 투자


윤 회장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당시 불모지였던 OEM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43세였다. 한국콜마를 설립하기 전 대웅제약 부사장까지 지냈지만 돌연 사표를 낸 것이다. 주변의 반대에도 그는 1990년 충청남도 연기군에 작은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 3명과 함께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OEM 전문 기업이었던 일본콜마와 제휴해 한국콜마를 설립했다(현재 한국콜마 지분은 윤 회장과 한국콜마홀딩스 등이 22.26%, 일본콜마가 13.16%를 보유하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회사를 세웠지만 일감이 없었다. 그는 “회사 설립 후 일감이 없어 공장 전기세도 못 낼 만큼 어려웠지만 묵묵히 개발에 몰두 했다”며 “노력 끝에 액체 형태의 파운데이션이 아닌 고체 파운데이션인 ‘투웨이케익’을 자체 개발하면서 쓰러져 가던 회사를 살렸다”고 말했다. 1993년 개발된 투웨이케익은 국내는 물론 해외 화장품 시장에서도 처음 출시된 상품이었던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한국콜마를 찾는 기업들이 늘었고 에스티로더와 로레알 등도 한국콜마의 고객이 됐다. 윤 회장은 “성공의 밑바탕은 끊임없는 R&D였다”며 “R&D 없이는 회사의 미래가 없다라는 생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말했다.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른 이후 윤 회장은 “고객사 주문을 받아 제조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ODM사업에 진출했다. 현재까지 개발 생산한 화장품 종류는 2만여개에 달한다.

한국콜마 화장품 부문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3518억원으로 전년보다 28% 늘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덕이 컸다. 화장품 수주 증가와 함께 홈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화장품이 인기를 얻은 것도 매출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콜마가 연구개발한 국내 최초 스틱형 오일베이스 자외선 차단제와 주름 개선과 미백 성분이 든 아이크림이 큰 인기를 얻었다.

미국과 중국 등 화장품 기업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호재다. 한국콜마에겐 중국은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한국콜마는 지난 2007년 북경콜마를 설립했다. 윤 회장은 “중국 화장품 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만큼 북경콜마는 한국콜마의 R&D 기술이나 영업 노하우 등을 전수받아 중국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경콜마의 올 2분기 매출은 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1% 증가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기업과 중국 대형 화장품 기업으로부터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콜마의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연내 중국 법인의 공장 증축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증축으로 화장품 생산량이 기존 2400만개에서 1억2000만개로 늘었다. 광저우에도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윤 회장은 “현재 중국에서 화장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아이들과 노년층을 제외하고 중국 인구의 20% 밖에 되지 않는다”며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세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4~5년 뒤에는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종시에 아시아 최대 기초화장품 공장 완공

미국 시장에서도 한국콜마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미국 최대 홈쇼핑 채널인 QVC에서 미국 화장품 기업인 잇 코스메틱(IT COSMETICS)의 마스카라와 타르트(Tarte)의 아이브로우가 ‘2014 베스트 제품’으로 선정됐다. QVC는 상품 선정이 엄격해 현지 제품들도 입점하기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는 홈쇼핑 채널이다.

한국콜마의 마스카라와 아이브로우는 해외 여성의 속눈썹 조사와 1000여종의 브러시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한국콜마가 개발한 상품이다. 한국콜마는 올해 마스카라 생산량은 전년 대비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고객사에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제조사 표기 문제다. 윤 회장은 “화장품 용기에는 판매사와 제조사의 이름이 들어가야 하지만 일부 화장품 회사들은 판매·제조를 모두 주문자 회사 이름으로 적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콜마 화장품은 판매사가 아니라서 시중에 광고할 수는 없지만 제조사도 하나의 브랜드”라며 “판매사와 제조사를 제대로 표기해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콜마는 지난해 충남 세종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화장품 공장을 완공했다. 스킨과 로션 등 기초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윤 회장은 “앞으로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 기업들에게도 ODM 서비스를 통해 이들 기업들이 성장하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굳건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1305호 (20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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