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美 경제 진짜 호황인가?] ‘불황은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 

통계·强달러·低유가 착시로 호황처럼 보여 … 재고·노동지표 악화 

이공순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설이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미국의 경기는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만큼 좋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국 경제는 통계 수치가 말해주는 것만큼, 혹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만큼 양호하지는 않다. 어쩌면 매우 위태롭다.

먼저 지난 9월 15일 발표된 미국의 8월 산업생산 지표를 보자. 미국의 8월 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0.4%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2%를 밑돈 것이며, 지난 2012년 8월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세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9% 증가에 그쳤다. 그미국의 산업생산은 지난해 하반기를 고비로 급격하게 둔화하기 시작했다. 시장 분석기관인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세퍼드슨은 이를 “유가 하락으로 인한 에너지산업의 투자 감소와 생산량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장도 대부분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산업생산 증가율 7월 빼고 계속 마이너스


그래프 1은 가격 변동(예컨대 유가 하락)에 따른 착시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산업생산 추이를 지수화한 것이다. 지수(index) 산업생산 차트에서도 미국 산업활동의 둔화 추세는 뚜렷하다. 가격 변동분을 제거하면 실제로는 미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올 초 이후 전년 동기 대비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오직 7월만이 예외였다. 이와 달리 오일 섹터의 산업생산은 지수 차트로는 계속 증가 중에 있다. 즉, 오일 섹터는 산업생산에 여전히 플러스 작용을 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저유가에 따른 에너지 섹터의 부진으로 산업생산이 위축되었다는 설명은 옳지 않다. 원인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이 산업생산 둔화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과잉 재고다. 미국의 재고 수준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으며, 과거 사례로 볼 때 현재 수준의 재고량은 불경기 때에나 나타났다. 지난 7월 기준으로 미국의 기업 재고·판매 비율은 1.36:1이며, 원유 부문을 제외한 재고·판매 비율은 1.4:1로 오히려 더 높다<그래프 2 참조>. 재고 증가의 원인은 소비 둔화에 있다. 미국의 8월 소매 판매 지표는 전달 대비 0.2%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인 0.3% 증가에 미치지 못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5% 증가에 그쳤다. 과거의 미국 경기 사이클과 비교하면 경기 호황기에는 소매 판매 증가율이 전년 대비로 평균 4.5% 이상을 기록했다. 또 완만한 경기 확장기(modest to moderate expans ion)에는 소매 판매 증가율이 3.5% 이상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6개월 평균 소매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2.04%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는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졌을 때의 수치에 해당한다.

그래프 3은 1999~2002년의 36개월 동안의 미국 소매 판매 증가율(전년 동기비, 비계절조정치)과 최근 36개월간의 소매 판매 증감률을 나타낸 것이다. 현재의 미국 소매 판매 증가율은 2000년 초의 경기 침체기보다도 부진하다. 즉, 소비 부진이 산업생산 둔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지난 2013년(3차 양적완화 시행 이후) 미국의 경기 확장은 소비나 투자로 인한 것이 아니다. 미래의 수요를 기대하고 기업들은 생산을 늘렸지만 실제 소비는 나타나지 않아 결국은 유지 불가능한 수준에까지 도달한 재고 증가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실업률이 5.1%까지 떨어지고, 성장률이 3.7%에 달하는데 소비가 이토록 부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소비가 부진한데, 어떻게 실업률 하락(기업들의 고용 증가)이 가능할까? 먼저 통계의 착시 현상이 존재한다. 지난 2013년 이후로 미국 경제가 건강하다는 주장과 그를 뒷받침하는 GDP 성장률이 제시됐지만, 미국은 지난 2014년부터 이전 경제지표들을 계속 수정해오고 있다(5년마다 행하는 경제 실수 조사에 따른 벤치마크 조정). 그 결과로 지난 2013~2014년의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연평균 2.1%에 그치는 것으로 후행 수정됐다. 대부분의 언론과 이코노미스트들은 1년 전, 2년 전 수치를 하향 수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통계는 인구 센서스와 경제 실물 조사에 따라 끊임없이 수정된다(2009년도에는 2001년분까지 소급해 하향 수정한 적도 있다). 그러므로 대중의 인상 속에서는 미국의 경제가 아주 좋은 것처럼 각인되어 있을지라도, 실제 후행 수정을 거친 통계 수치를 보면, 미국 경제는 그럭저럭 완만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거나, 혹은 지난해 4분기 이후에는 완연한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 다른 요인은 강(强)달러의 착시 현상이다. 미국의 노동지표를 보면 노동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매우 더딘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겨우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정도다. 또 신규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강달러로 인한 소비재 물가 하락과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잉여 구매력이 소비되는 ‘먹고 마시는 섹터’에 집중됐다. 즉 저임금·임시직의 서비스 섹터가 강달러·저유가로 인해 과잉 성장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밝힌 강달러·저유가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만일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유가가 상승한다면, 미국인들의 잉여 구매력은 급속하게 낮아질 것이며, 이는 서비스 섹터의 둔화와 고용 감소가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경기 침체의 전조인 것이다.

경기 침체의 전조 곳곳에

이러한 미국 경제의 구조 때문에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서는 달러화의 지속적 강세(특히 소비재와 원자재 수입국의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강세)가 필요하며, 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아야만 한다. 이런 조건 하에서만이 미국은 아주 완만한 경기 확장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려는 시그널을 강하게 보내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경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경기 침체를 저지하기 위해서 미국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국면에까지 도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국제경제 분석 전문 매체 Global Monitor 특약

1306호 (2015.10.1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