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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와 기대 교차하는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보험료 오른다” “오히려 vs 떨어진다” 

보험료 통제 장치 전면 재정비 ... “보험 소비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 우려도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목련실에서 열린 ‘보험 규제 개선 사장단 간담회’.
summary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월 18일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보험사의 상품 개발, 보험료 산정, 자산운용 등의 자율성이 확대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다만, 보험료가 오르고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보험업 30년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한 획기적인 변화다.”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에 대한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의 평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월 18일 보험산업 로드맵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보험 규제를 손본 건 1993년 이후 22년 만이다. 업계에서 “보험 빅뱅이 시작됐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22년 만에 보험업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는 것이다. 현행 실질적으로 인가제 형태로 운영되는 보험상품 사전신고제는 원칙적으로 폐지된다. 즉, 의무보험이나 새로운 위험보장 상품을 개발하는 경우만 사전신고하면 되고, 나머지 보험상품 개발은 사후보고제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상품개발 건수가 8100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5%에 해당하는 400여건만 사전신고 대상이다. 나머지 95%는 개발 이후 보고만 하면 된다.

금융당국이 직접 제정하는 ‘표준약관’도 폐지된다. 현재 금감원은 생명·손해·질병·상해·실손·자동차보험 등의 분야에 10개의 표준약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론 민간 기관이 자율적으로 약관을 만들어 금융당국에 신고하기만 하면 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보험사·소비자단체·의사협회·자동차정비업계·학계·보험개발원·손해보험협회 등으로 구성된 표준약관정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 상반기 중 세부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민에게 미치는 파장이 큰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은 금융당국이 제정하는 표준약관을 두기로 했다.

‘표준이율’도 마찬가지다. 표준이율은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험금·환급금을 지급할 때 적용하는 예정이율이다. 환급금을 결정할 때 쓰는 공시이율의 기준 역할을 해 보험료 인상·인하를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보험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공시이율 조정범위는 현행 20%에서 내년 4월부터 30%로 확대되고, 2017년 1월부터는 아예 폐지된다.

뜨거운 감자인 ‘경험위험률’도 상시 조정이 가능하다. 경험위험률은 보험계약자 보험사고 발생비율 예상치다. 지금까진 규정에 따라 보험사가 상품별로 1~3년마다 경험위험률을 25% 범위 내에서 올리거나 내리는 식(위험률 조정범위 한도)으로 산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위험률 조정범위 한도가 사라진다. 쉽게 말해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자율적으로 올리거나 내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 악화가 보험료 급등으로 직결될 수 있어 위험률 조정범위가 단계적으로 완화된다. 실손보험의 위험률 조정범위는 2016년 30%, 2017년 35%다. 2018년 이후에는 향후 상황을 보고 조정범위 한도를 추가로 설정할지 아니면 폐지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위험률 조정 한도와 표준이율 제도도 폐지

자산운용 관련 각종 규제도 상당수 폐지된다. 외국환, 파생상품 및 동일인 유가증권 투자 등에 대한 한도 규제가 폐지된다. 후순위채 발행 요건도 완화되고 신종자본증권도 상시로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린다. 대주주 및 관계회사 관련 자산운용비율 규제만 유지될 뿐이다.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국내외에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한편, 사후 책임은 대폭 강화된다. 부실 상품을 판매할 경우 과징금이 대폭 높아진다. 가격 덤핑, 자산운용 리스크 확대 등에 대비해 재무건전성 감독도 강화한다. 보험사의 경영 활동이 지급여력비율(RBC비율)에 즉각 반영될 수 있도록 RBC비율 제도도 손본다. 결국 보험료 책정과 상품개발 통제권을 줄이는 대신, 보험사 자율권은 늘리고 사후 책임을 묻겠다는 게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의 주요 방향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상품 개발·가격 관련 사전 규제를 전면 재정비해 침체돼 있는 보험산업의 질적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며 로드맵 발표 계기를 설명했다.

일단 보험사들은 “규제 프레임의 획기적 변화(장남식 회장)”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로 보험사들이 보험상품을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정도를 제외하면 보험료를 산출하는 위험률 조정 한도도 폐지돼 보험사의 보험료 산정의 자율성이 높아진다. 후순위채 발행 요건 등 자금 조달과 자산운용 규제도 완화될 예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표준약관 폐지로 다양한 상품이 등장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그간 어느 보험사에 가든 비슷비슷한 ‘붕어빵 보험’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관행에서 벗어나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골라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보험 업계는 보험료 규제 때문에 고령자 보험 같은 상품은 아예 내놓지 않았다”며 “보험료가 자율화돼 다양한 보험상품이 개발되면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거리는 역시 전면 정비되는 가격 통제 장치다. 금융위원회는 “표준이율을 없애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보험료를 내리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익명을 요한 보험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실손의료비는 상승하지 않겠나”라고 본다. 지난해 기준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138%에 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보다 보험금 지출금액이 38% 많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5년째 실손의료보험 인상을 억제해 실손보험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구조에서 이와 같은 제도 변화는 당연히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다만, 인상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당국이 11월 중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을 열어 보험사간 경쟁을 유도하기 때문에 실제 인상폭이 30%까지 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은 소비자들이 웹사이트 한곳에서 보험 상품과 가격을 비교·선택할 수 있는 공간.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의 주력 상품은 온라인전용보험과 방카저축성보험, 실손보험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현재 보험 상품의 99%가 보험 설계사나 보험 대리점과 같은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보험판매비율은 1% 남짓에 불과하다.

“규제 프레임의 획기적 변화”

표준약관 폐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당국이 표준약관을 폐지하는 이유는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상품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불완전판매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표준약관 폐지로 정말 소비자에게 유리한 상품이 나올 순 있겠지만 이런 상품은 매우 높은 보험료가 책정되고, 보험사에 유리하게 개발된 상품만 덤핑판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생명보험국장은 “금융당국이 표준약관과 개별약관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표준약관이 없으면 보험사가 유리한 내용으로 보험계약이 체결되고 보험 계약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 문희철 기자 moon.heechul@joins.com

1308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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