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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스튜디오] 직원 복지는 생존 수단이자 문화 

결혼·출산 축하금 1000만원 … 매주 게임대회도 열어 


▎김동훈(왼쪽)·안준희 핸드스튜디오 공동대표. / 사진:오상민 기자
결혼하면 축하금 1000만원, 출산하면 또 1000만원을 준다. 유연한 출퇴근 시간을 보장하고 직급에 상관없이 직원 간에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든 직원이 참가하는 게임대회를 연다. 분기에 한 번 정도 열리는 쇼핑 데이도 있다. 업무시간 중 1시간 정도를 할애해 전 직원이 백화점을 간다. 2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과 미션을 준다. 정해진 예산과 시간 안에 최고의 결과물을 가지고 온 직원에겐 추가로 또 상품권을 준다.

함께 고생한 직원에게 적절한 보상은 당연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회사 핸드스튜디오의 이야기다. 이런 회사를 만든 CEO는 어떤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을까? 어떤 결심을 해야 수년 동안 이 같은 복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래서 물었다. 안준희(33)·김동훈(31) 핸드스튜디오 공동 대표를 만났다. 다짜고짜 경영의 철학을 묻자, 다소 실망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솔직히 대단한 철학은 없어요. 경험이 부족한 가운데 회사를 경영하다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지금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는 매번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다가 나온 결과물입니다. 힘들게 고생했고 앞으로 고생할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필요했어요. IT 회사의 특성상 창의적 발상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한데 그런 것을 끌어낼 방법을 찾았을 뿐입니다.”

핸드스튜디오는 2010년 2월 5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창업했다. ‘창업을 하자!’라는 결의만 있었을 뿐 뚜렷한 사업 아이템도 계획도 없었다. 먼저 창업을 하고 창업 아이템을 찾는 이상한(?) 과정을 거친 것.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구글이 미래 TV의 이미지를 그려낸 광고를 보게 됐고, 그 분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급하게 홈페이지를 만들어 대문에 ‘스마트TV 전문 소프트웨어 회사’라는 문구를 걸었다. ‘스마트TV’라는 용어도 생소하던 시절(당시엔 인터넷TV라는 용어가 널리 쓰였다)에 스마트TV 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마침 스마트TV 사업을 시작하려는 삼성전자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하드웨어를 가진 삼성전자는 이를 채워줄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다.

창업자인 안준희 대표는 “운이 너무 좋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회사는 많았어도 스마트TV와 관련된 회사는 거의 없었어요. 삼성전자도 고민이 많았죠. 삼성전자의 담당자와 함께 스마트TV에 대한 개념부터 잡으며 공부를 시작했고, 첫발을 디뎠어요. 수십 개의 기획을 냈다가 반려 당했죠. 3개월 간의 시행착오 끝에 첫 작품을 만들었어요. TV를 보면서 운동을 따라 할 수 있는 헬스케어 소프트웨어예요. 지금 기술과 비교하면 너무나 어설펐어요. 지금은 초등학생들에게 보여줘도 비웃음을 살 걸요?” 삼성전자 스마트TV에 탑재된 핸드스튜디어오의 애플리케이션은 8개 국어로 제작해 전 세계에 수출됐다.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유럽에서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프로젝트의 기회를 제공받았고 회사는 성장할 수 있었다.

2011년 힘들게 고생했던 직원 중 하나가 결혼을 하게 됐다. 안 대표는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고생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회사에 돈도 있었다. 은행에서 1000만원을 출금하고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전달했다. 직원들은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직원은 없었다. 불안한 환경에서 함께 동고동락했던 사람들 사이에선 전우애가 싹터있었다. 핸드스튜디오에 결혼축하금 1000만원, 출산축하금 1000만원 제도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매주 벌어지는 게임대회도 다소 우연한 계기로 출발했다. 창업 당시 20대 후반이던 안 대표는 컴퓨터게임을 좋아했다. “혼자 몰래 숨어서 게임을 할 수는 없잖아요. 직원 몇 명을 꼬셔서 같이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했어요. 그러자 여직원들이 소외되는 게 보였어요. 함께 할 만한 게임을 고민하다 발견한 것이 카트라이더(넥슨에서 개발한 인터넷 레이싱 게임)예요. 매주 팀을 짜서 경쟁하고 이긴 팀에겐 상으로 문화상품권을 줘요. 지금까지 문화상품권 구입비로 쓴 돈만 수천만원이 될 걸요?”

카트라이더는 이제 핸드스튜디오 직장 문화의 상징이 됐다. IT업계의 근로환경은 솔직히 열악하다. 마감이 정해진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다 보니 업무 강도가 높고 야근도 많다. 게임은 그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직원들 사이에 수평적 문화가 정착할 수 있었던 것도 카트라이더의 영향이 컸다. “아무리 자유로운 회사라도 신입사원이 처음 오면 바짝 긴장을 하는데, 카트라이더 몇 판 하고 나면 순식간에 친해진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핸드스튜디오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안준희 단독대표 체제에서 김동훈 대표가 합류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 김 대표는 2010년 핸드스튜디오에 직원으로 합류해 CEO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최근 회사 경영 전반은 김 대표가 맡고 있다. 회사 복지와 관련한 업무도 김 대표의 소관으로 넘어온 셈이다. 핸드스튜디오에는 여전히 수평적 조직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핸드스튜디오는 직장 내 정치를 없애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어요. 조직에 정치가 생기는 것은 ‘힘’ 때문입니다. 어떤 힘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생기고 그것이 세력이 되거든요.”

사내 정치 없어야 좋은 회사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방법은 두 대표가 다르다. 안 대표는 카리스마형 리더였다. 스스로 모든 힘들 독점해 직장 내 정치를 막았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자신을 중심으로 했다. 대표의 독단적 판단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성장이 급한 신생기업에게는 긍정적면이 많았다. 바통을 이어 받은 김 대표는 민주형 리더다. 스스로 힘과 권력을 최소한으로 만들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팀에 합류해 다른 팀원들과 동등한 역할과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보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핸드스튜디오의 복지제도가 외부에 알려진 후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평가절하하거나 ‘그럴 돈 있으면 월급이나 올려주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곱지 않은 시선에 김 대표는 이렇게 답한다. “핸드스튜디오가 처음부터 최고의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면 그들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핸드스튜디오는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최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다 지금과 같은 복지 제도가 탄생했습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의 시선에 새로운 복지를 늘릴 생각도 없고 거창한 목표도 없어요. 핸드스튜디오의 복지는 생존을 위한 수단,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리잡은 우리의 문화입니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1308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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