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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 미국은 잰걸음 한국은 제자리걸음 

미 FAA 승인 허가 기업 매년 늘어 … 제작비 하락으로 스타트업 가세 


▎사진:중앙포토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서 무인항공기(드론) 전용 전시관이 최초로 별도 설치됐다. 6500㎡ 규모의 전시관에서는 퀄컴·에어도그 등 16개 업체가 드론과 관련 제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현재 드론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업체가 주를 이뤘지만 DJI, 이항(Ehang), 훕산(Hubsan) 등 중국계 기업의 약진도 돋보였다. 지난해 10월 리눅스 재단과 손잡고 ‘드론 코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한 인텔과 퀄컴도 제품 출시를 알리며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와 달리 드론 전용 전시관에 참여한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바이로봇이 코트라 한국관에서 레저용 소형 드론 모델을 선보였다.

2023년 1조원대 시장으로


드론은 본래 군사적인 목적으로 개발됐다. 작은 크기를 내세워 은밀하게 수행하는 정찰이나 무기를 실어 공격하는 폭격용으로 주로 활용한 것. 미국은 이미 2000년대부터 드론을 군사용 무기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IT·통신 기술과 결합해 상업용으로 개발됐고, 이제 각종 산업 현장에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방위산업컨설팅업체인 틸그룹은 지난해 5조원 규모이던 세계 드론 시장이 2020년 12조원 규모로 커지고, 특히 상업용 드론 시장이 2023년까지 연평균 35% 성장하면서 군사용을 포함한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체 드론 시장의 1%(약 660억원)에 불과한 상업용 시장의 비중이 2023년 7%대(약 972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상업용 드론을 눈여겨보는 기업은 전자상거래업체, 택배회사, 배달음식 프랜차이즈, IT 기업 등 다양하다. 방송·영화계에서는 드론을 촬영용으로 많이 활용한다. 항공촬영용 드론은 기존의 항공촬영에 비해 값이 매우 저렴하고 빠르고 안전하게 항공촬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건인 촬영 품질을 높이기 위해 드론 무선 통제 기능, HD급 고화질 소형 카메라 탑재 기술 등의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태양광 무인항공기 제조 업체인 멕시코의 타이탄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드론을 이용해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지역에 연결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 업체는 앞서 페이스북이 눈독을 들인 드론 제조사이기도 하다. 비록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페이스북 역시 온라인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드론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등 상거래 업체와 DHL을 비롯한 배송 업체들은 드론이 배송시간 단축, 비용감소 등 배송시스템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3년부터 드론을 이용한 무인 배달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에어’를 개발해왔다. 프라임 에어의 상용화를 앞두고 미국 시애틀에서 시험 운용을 하기 위해 일찍이 미국연방항공국(FAA)에 무인항공기 테스트를 위한 허가 신청서 제출했지만 아직 승인은 받지 못한 상태다.

이와 달리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지난해 FAA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미국 드론 제조사 에어로바이론먼트와 협약을 맺은 BP는 향후 5년간 알래스카 지역의 유전 탐사에 드론을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국영화협회(MPAA)와 항공사진·비디오 제작사 등 7곳도 허가를 받았다. CNN은 뉴스 보도에 무인항공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상업용 드론으로 FAA의 승인 허가를 받은 기업이 늘면서 업계에서도 상업용 드론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드론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일본에서는 살충제 배포, 농업용수 관리 등 농업 분야에 드론을 적극 활용한다. 미국과 프랑스의 와이너리는 드론을 이용한 포도밭 관리에 골몰하고 있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재난상황의 생존자 탐색이나 화재 진화에도 이용한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취미용 드론을 이용한 동영상 촬영이 큰 인기를 끌며 레저 활동의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군사용 드론이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발된 것과 달리 상업용 드론 개발은 스타트업이 강세다. 드론 제작에 필요한 마이크로칩이나 센서 등 관련 부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500달러 이하로 드론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제작 비용 감소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스타트업의 참여가 활발해졌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 에어드로이드다. 이 업체는 지난해 소형 액션캠을 장착한 ‘포켓 드론’을 내놓았다. 무게가 450g에 불과할 정도로 작고 가볍지만 구글지도를 이용한 자동 조종이나 GPS 경로를 따라 비행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장착해 기술면에선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다. 이 업체는 미국 스타트업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트에서 목표액인 3만5000달러를 가볍게 초과 달성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단순히 영상 촬영용 드론을 제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데이터를 수집·분석·처리하는 소프트웨어가 점차 중요해지면서 에어드로이드처럼 기술력을 앞세운 신생 업체가 도전할 수 있는 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은 군사용 시장만 기지개


글로벌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가세한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활약은 미미하다. 군사용 드론 납품 업체 유콘 시스템이 상업용 드론을 개발 중이고, 올 초 CES에 참여한 드론 전문 업체 바이로봇도 프랑스·일본 등 해외 유통사와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대기업 가운데는 대한항공이 2013년 군사용 틸트로터(고속·수직 이착륙) 드론의 시험비행에 성공한 이후 상업용 드론 개발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드론 시장은 1000억원 대규모로 군사용에 집중돼 있다. 군사용 드론은 연평균 22% 성장해 2022년 6000억원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상업용 드론 활성화의 움직임은 찾기 어렵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11년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틸트로터 기술을 개발했을 만큼 한국은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하드웨어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상업용 드론 개발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드론산업협회 류승국 사무국장은 “상업용 드론을 발전시키려면 기술 개발을 위한 인력과 자금 지원 등이 필수적이지만 아직까지 미흡한 실정”이라며 “이미 선진 기술을 보유한 미국·유럽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사이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1308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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