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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 뺨치는 디지털 혁신] 스타벅스는 은행의 경쟁자? 

스마트폰으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 스마트워치로도 커피값 지불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스타벅스 방문 고객이 스마트 주문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를 이용하고 있다. / 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1분이 아쉬운 바쁜 출근길. 커피 한 잔을 사기 위해 회사 근처 카페에 들렀지만 가게 안은 이미 모닝커피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줄을 서서 기어코 커피를 사느냐 혹은 지각이 두려워 발길을 돌리느냐. 그 카페가 만약 스타벅스라면 제 3의 선택도 가능하다. 스타벅스의 스마트 주문 시스템인 ‘사이렌 오더’를 이용하는 것이다. 스타벅스 카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료를 사전 주문하는 방식이다. 방문하려는 매장 반경 500m 내에서 스마트폰 앱을 켜고 원하는 음료를 고른다. 결제는 미리 저장된 신용카드나 스타벅스의 충전식 적립카드로 하면 된다. 음료 주문부터 완료까지의 전 과정이 팝업 메시지를 통해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예컨대 지하철역에서 회사로 걷는 동안 사이렌 오더를 완료하면 매장에 도착해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앱을 켜고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음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별도의 POS(판매관리시스템)와 주문확인 모니터(Bar Display System)를 개발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사이렌 오더는 학생과 직장인 고객이 많은 사무실 밀집지역이나 대학가 매장에서 아침 출근과 점심 시간대 사용 빈도가 높다”며 “바쁜 시간대에 주문 대기 시간을 줄이려는 고객이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사이렌 오더 서비스 미국 본사에 역수출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는 2014년 5월 처음 선보였다. 앱으로 커피 결제 버튼을 누르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을 이용해 앱 스스로 사용자 주변 500m 반경 안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을 검색하는 O2O(Online to Offline) 기반 비즈니스다. 기본 메뉴는 물론이고, 샷이나 시럽, 휘핑 크림 등을 추가하고 우유 종류와 두유를 선택하는 ‘나만의 음료’를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어 개인의 기호를 중시하는 젊은층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점원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 없이 앱에 저장된 메뉴를 점원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서비스를 처음 실시한 곳이 한국 스타벅스라는 점도 독특하다. 한국에서 시작된 사이렌 오더는 지난해 본토인 미국으로 역수출됐다.

사이렌 오더의 탄생은 한국 특유의 매장 환경에서 비롯됐다. 단층 매장이 주를 이루는 외국에 비해 국내 스타벅스는 2~3층 이상의 다층 매장이 많다. 이는 다른 커피브랜드도 마찬가지여서 커피빈·앤제리너스·탐앤탐스·할리스·투썸플레이스 등 국내에서 영업 중인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은 주문 후 ‘진동벨’이라고 부르는 페이저를 나눠준다. 고객들이 각자 자리에서 기다리다 진동벨이 울리면 음료를 받아오는 식이다. 그러나 스타벅스엔 진동벨이 없다. 스타벅스 본사가 진동벨 사용을 금지하는 지침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기계적인 진동벨이 고객과의 소통의 최우선하는 경영 철학과 맞지 않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손님들은 제품이 나올 때까지 줄을 서서 기다렸다 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매장이 큰 경우엔 주문한 손님을 찾지 못해 점원이 큰 소리를 지르는 일도 다반사다. 서울의 무교동점, 동부이촌동점 등 규모가 큰 다층 매장 7곳엔 주문 내역을 알리는 스크린을 설치했다. 불편을 느끼는 고객이 늘자 한국 스타벅스 역시 수차례 본사에 진동벨 사용을 권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구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사이렌 오더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한국의 사이렌 오더 개발 소식을 접하고 ‘환상적(fantastic)’이라며 반겼다는 후문이다. 사이렌 오더는 2014년 말부터 미국 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 매장에서 ‘모바일 오더&페이’라는 이름으로 시범 서비스한 후 현재 650여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스타벅스 본사는 미국 전역의 매장으로 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아 미국 내 1만2000여 곳의 모든 매장으로 확대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한국에서 시작된 모바일 서비스를 역수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진동벨의 역할을 결국 스마트폰이 대신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핀테크마케팅의 조화

스타벅스는 IT 기술 접목에서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유난히 많다. 2010년 KT와 공동으로 국내 최초의 매장 내 무료 무선 인터넷 서비스(와이파이)를 도입한 곳도 스타벅스였다. 이젠 많은 커피매장에서 일상화된 충전식 적립카드도 스타벅스가 시초였다. 적립카드로 결제하면 프로모션 음료나 무료 음료 쿠폰을 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이용자 수를 꾸준히 늘렸다. 적립카드의 편리성과 혜택을 극대화한 것이 바로 모바일 앱이다.

미국 스타벅스 앱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모바일 결제 앱으로 손꼽힌다. 스타벅스 전체 매출의 3분의 1이 자사 멤버십 카드를 통해 발생한다. 모바일 결제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스타벅스는 은행의 새로운 경쟁자로 주목받고 있다. 선납식 충전 카드로 결제되는 스타벅스 앱은 앱을 다운로드 받은 후 일정 금액을 충전해 두면 커피를 구매할 때 앱 속 바코드 화면을 찍어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내 매장에선 이제 스마트워치만으로도 커피값을 지불할 수 있다. 선불카드 형태로 충전하면 결제가 가능하도록 삼성 기어S2용 앱을 개발한 덕분이다. 웨어러블 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스타벅스 앱이 출시된 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한국이 처음이다.

스타벅스가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은 비결은 IT 기술을 마케팅에 적절히 활용한 덕분이다. 우선 NFC 대신 바코드를 사용한 결제 방식이 긍정으로 작용했다. NFC는 이용 가능한 휴대전화 기종에 제약이 있는데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려면 은행 인증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와 달리 바코드 방식은 별다른 인증이 필요하지 않아 간편하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바코드를 스티커 적립에도 활용한다. 이벤트 행사 때 활용되는 e-프리퀀시는 종이 스티커 대신 디지털 스티커로 적립하는 서비스로, 바코드를 통해 웹이나 모바일 등에서 간편하게 스티커 적립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스티커 보내기’ 기능이 있어서 상대방 e프리퀀시의 바코드 번호만 알면 누구에게나 스티커를 온라인으로 보내 공유할 수도 있다.

음료 마일리지 적립뿐 아니라 매년 말에는 다이어리를 증정하는 등 추가 마케팅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배포한 스타벅스 ‘2016년 다이어리’의 경우 약 65만 부가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다이어리는 매년 11~12월 크리스마스 신메뉴를 포함해 음료 17잔을 마시고 음료 마일리지(스티커)를 모은 고객에게 스타벅스가 무료로 증정하는 사은품이다. 특히 2013년부터 실제 스티커 대신 스마트폰 앱으로 음료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해지면서 배포량도 급증했다. 2013년 32만 부에서 2014년에 60만 부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65만 부로 늘었다.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프로그램도 모바일 앱 결제 비중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됐다. 이 제도는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별’이 한 개씩 쌓이는 프로그램이다. 별을 모아 회원등급을 올리고 가격 할인이나 쿠폰 혜택을 준다. 스타벅스는 리워드 제도로 충성고객을 늘리고 앱으로 기록되는 회원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를 쌓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또한 스타벅스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스타벅스 e 기프트 카드 등 매장과 온라인을 연계한 다양한 디지털 프로그램을 개발해 모바일 금융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엔 ‘마이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으로 등록한 200만 명이 스타벅스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2011년 처음으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선보인 스타벅스의 앱 다운로드 수는 월평균 6만 건에 이른다.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2015년 말 기준으로 295만 건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전체 결제 건수 중 모바일 앱이나 스타벅스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의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고 말했다.

리워드 제도 실시 후 충성고객 늘고, 빅데이터 확보

자동차 안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역시 IT를 접목한 서비스다. 차량이 매장 입구로 진입하면 센서를 통해 직원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하게 고객을 응대한다. 2012년 국내에 처음 도입해 현재 전국 12개 매장을 운영한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선 자체 개발한 최첨단 화상 주문 시스템으로 자동차 안에서 42인치 스마트 패널로 주문한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디지털 대화형 장비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모든 메뉴를 편리하게 검토할 수 있고, 주문 내용과 결제 금액을 화면으로 상세하게 볼 수 있다. 커피를 찾을 때도 결제금액을 확인하는 화면이 제공되므로 편리하게 계산할 수 있다. 디지털 혁신을 거듭하는 스타벅스의 약진은 IT업체는 물론 금융회사도 긴장하게 만든다. 김예구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핀테크 시대의 핵심 과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욕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고객이 최적의 금융·재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수집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펼치는 스타벅스의 사례를 금융업계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hur.jungyeon@joins.com

[박스기사] 미국 스타벅스의 다양한 TI 서비스


미국 스타벅스 모바일 앱 가입자 수는 1040만 명에 달한다. 고객 네 명 중 한 명은 커피값을 낼 때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7~9월) 스타벅스 매출액 40억 9011만 달러(약 4조8000억원) 가운데 25%(약 10억300만 달러)가 모바일 결제로 이뤄졌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9월 포토샵으로 알려진 이미지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 출신의 제리 마틴 플리킨저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한 것도 모바일 혁신 강화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플리킨저는 앱 프로모션과 각종 모바일 기술 도입 등을 주도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케빈 존슨도 IT 업체 출신이다. 아직 국내엔 도입이 되지 않았지만 해외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 IT 기술을 소개한다.

1. 스타벅스 앱으로 차량을 부를 수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스타벅스는 앱에 자동차 공유서비스인 우버 호출 버튼을 삽입했다. 스타벅스 앱에서 특정 버튼을 누르면 우버 앱으로 연결되고 바로 택시나 리무진을 부를 수 있다.

2. 매장에서 무선으로 휴대전화를 충전한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3월부터 무선충전 업체 ‘듀라셀 파워매트’와 공동으로 미국 내 6000여 매장에 무선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것이다. 영국에도 10개 매장에 이 장치가 설치돼 있다.

3. 스타벅스 커피도 배달이 된다

지난해 초부터 배달 전문 스타트업인 ‘포스트메이츠’와 손잡고 시애틀과 뉴욕에서 커피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앱을 통해 스타벅스 커피를 주문하면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배달비 5.99달러(약 6900원)가 추가된다.

4. 매장에서 듣고 싶은 곡을 신청한다

미국 스타벅스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앱으로 고객의 신청곡을 받아 매장에서 틀어준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는 지난해 5월 디지털음원 제작업체 ‘스포티파이’와 음원 독점공급계약을 했다. 고객들은 바리스타의 선곡 리스트에 대해 스타벅스 앱과 스포티파이를 통해 평가도 할 수 있다.

1319호 (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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