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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비즈니스 모델 | ‘지켜주는’ 서비스] 여행자 보호에서부터 홍채 인식까지 

트래블가디언·락인컴퍼니·이리언스 등 ... 보안 관련 스타트업 관심 한몸에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지난해 11월 방한한 리커창 중국 총리(왼쪽)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황창규 KT 회장(가운데)으로부터 이리언스의 홍체 인식 핀테크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뉴시스
해외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고민할 일이 있다. 바로 안전 문제다.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는 남유럽이나 동유럽도 있지만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미국, 감염병을 조심해야 하는 아프리카 등 위험은 도처에 널렸다. 지난 2013~2015년 해외 한국인 피살 사건의 40%가 발생했다는 필리핀, 여성 여행자를 노린 성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는 인도 같은 요주의 여행지도 있다. 워낙 위험하다 보니 이색 사업도 뜨는 곳이다. 지난해 필리핀에 다녀온 직장인 이서연(34)씨는 “현지인이 관광객과 모든 일정을 함께하면서 차로 픽업해주는 신종 서비스업이 유행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비용 문제가 고민된다면 무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볼 만하다. 최근 해외 여행자 사이에서 인기인 모바일 앱 중에 ‘트래블가디언(Travel Guardian)’이란 무료 앱이 있다. 여행자를 각종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 앱이다. 여행자와 인솔자 사이에 실시간 위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안전 반경을 설정해놓는 일이 가능해, 안전 반경 밖으로 벗어난 여행자의 위치 정보는 즉시 인솔자나 보호자에게 전달된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사고 가능성으로부터 여행자를 지켜주는 것이다. 특히 처음 해외에 나간 나이 어린 여행자를 챙기려는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다.

이 앱을 만든 곳은 동명의 국내 스타트업인 트래블가디언이다. 조재현 트래블가디언 대표는 브레이브이노베이션이라는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다가 동업자 둘을 만나 지난해 창업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한 조 대표는 “자녀가 수학여행 등을 가면 전화를 잘 안 받는데, 학부모는 자녀가 안전하게 잘 있는지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창업 아이템으로 안전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여행과 관련해서 여행지나 숙박시설, 교통편 등을 안내하는, 혹은 예약해주는 서비스는 많지만 안전에 대한 서비스는 거의 없어요.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컨대 전 세계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트래블가디언 앱을 설치하면, 여행자나 외교부가 여행 유의·자제를 권고한 지역에 모르고 들어서려 할 때 자동으로 경고음을 듣게 된다. 아울러 다른 곳에 한눈을 팔다가 혼자 일행과 멀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트래블가디언 앱에서 안전 반경을 설정해놓으면 일행 중 한 명이 특정 지역을 벗어났을 때도 나머지 일행이 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회사 측은 현재 한국어 버전으로만 운영 중인 앱을 연내에 영어와 일본어 버전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안전 반경 설정하면 이탈시 경고

트래블가디언처럼 소비자의 안전 문제를 책임지는 생활밀착형 기술 스타트업이 뜨고 있다. 최근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관련이 깊다. 혼자 살면서 여행하거나, 집을 비우거나, 나홀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 1인 가구 소비자로서는 안전 문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나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과 서로의 안전을 지켜줄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1인 가구 소비자를 위한 홈 시큐리티(Home Security) 서비스가 인기를 모으는 배경이다. 혼자 살면서 자신이 집에 있든, 집을 비우든 도둑이 들까 평소 고민하던 사람이라면 이런 서비스 이용을 적극 고려할 만하다.

한국보다 먼저 1인 가구 증가세가 두드러졌던 일본에서는 근래 들어 집에 설치할 수 있는 소규모 경보장치가 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관심을 모은 경보장치 중에 ‘시큐얼(Secual)’이란 제품이 있다. 가로와 세로가 모두 7cm인 자그마한 정사각형 기기다. 설치하기가 매우 간편하다. 각 가정에서 현관문이나 창문에 기기를 달고 수신기를 연결해 전원을 꽂으면 끝이다. 이후 설정을 마치고 경보 기능을 작동 시키면 기기가 진동을 감지해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이를 알리고 수신기 스피커가 울린다. 특정 시간대에 자동으로 전원을 끄거나 켜는 기능도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에스원 ‘세콤’ 같은 검증된 유명 경비 업체의 홈 시큐리티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1인 가구 소비자들은 이를 설치하고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에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소규모 경보장치의 구매를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큐얼의 일본 내 가격은 1만2500엔, 경보기 세 개와 수신기 한 개가 포함된 가격이다. 수신기 하나당 월 사용료는 980엔으로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한국에서도 이처럼 원룸 등에 달기 적합한 소규모 경보장치가 점차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라면 눈길을 둘 만하다.

좀 더 큰 범주에서 보안을 창업 아이템으로 잡고 조금씩 시장의 인정을 받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모바일 보안 전문 스타트업인 락인컴퍼니(Lockin Company)와 홍채 인식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이리언스(Irience)가 대표적이다. 락인컴퍼니는 2013년 보안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했다. 최명규 락인컴퍼니 대표는 네오위즈게임즈에서 게임 해킹 방지 업무를 맡았던 보안 전문가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데다, 점차 커지고 있던 앱 시장에서 보안의 중요성도 그만큼 더 커질 것으로 봤다.

이 회사가 만든 앱 보안 솔루션 ‘리앱(LIAPP)’은 소스 코드와 앱 전체를 암호화해 보호한다. 누군가 외부에서 시도하는 해킹을 원천 차단한다. 현재 시중의 앱은 소스 코드가 해독하기 쉽게끔 되어 있다. 따라서 소스 코드 전체를 암호화하는 방법만이 해킹과 위·변조 위협으로부터 앱을 보호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설명이다. 락인컴퍼니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200% 늘었다. 최근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모바일 보안 전문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등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지문 인식보다 홍채 인식이 더욱 안전

이리언스는 미국 글로벌혁신센터(KIC)-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실리콘밸리에도 입성한 촉망받는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실리콘밸리의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제품 현지화를 추진 중이다. 김성현 이리언스 대표는 2010년 창업한 이후 지금껏 홍채 인식 관련 기술 확보에 전념한 홍채 인식 전문가다. 그는 홍채야말로 얼굴이나 지문, 음성 등 최근 각광받는 여타 생체 인증 수단보다 더 철저한 보안을 가능하게 하는 인증 수단이라고 여긴다. 아직 실생활에서보다는 공상과학영화를 통해 주로 알려졌을 만큼 갈 길이 멀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최근 핀테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리언스에도 더 많은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지난해 말 국내 한 증권사와 협업해 홍채 인식 결제 인증 시범사업을 전개하기로 하는 등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바일 증권 거래 화면에서 공인 인증서 없이도, 번거로운 암호 입력이 없이도 홍채 인식만으로 결제 인증이 가능하도록 한 시범서비스다. 업계 관계자는 “지문 인식은 지문의 본을 떠서 누군가 위조할 수 있지만 홍채는 위조하기가 훨씬 어려워 보안성 면에서 탁월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에게 계속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소스 코드(Source Code) :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술한 글. 보통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텍스트 파일로 구성된다.

1320호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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