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 사진만 전문으로 찍는 스튜디오
온라인의 한 반려동물용 수제 간식 전문점 관계자는 “동물용 식재료 대신 사람용 식재료를 썼다”며 “당연히 동물용 식재료에 비해 유통 과정이 투명하고, 유통 기한도 길다”고 설명했다. 메뉴도 사람 입맛 뺨치게 구성됐다. ‘소떡심닭갈비’는 항생제를 쓰지 않은 닭 가슴살과 농약을 쓰지 않은 국내산 채소로 요리했다. 국내산 오리 안심살을 재료로 쓴 ‘오리안심육포’도 인기다. 이런 가게들이 입소문이 나면서 오프라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 같은 반려 동물용 수제 간식 시장은 전년 대비 70~80%가량 성장한 것으로 파악됐다.영양제 등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 보조 식품도 인기다. 사람이 ‘비타민C’나 ‘오메가3’를 영양제를 통해 섭취하듯, 반려동물에게도 건강 보조 식품을 먹이는 경우가 늘어서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 회사의 반려동물용 건강 보조 식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강아지용이 364%, 고양이용이 86% 각각 증가했다. 이들 영양제는 효능도 다양하다. 유산균 함유, 관절 보호, 피부 재생, 모근 강화, 눈 건강 증진 등 없는 것이 없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관절을 보호해주는 영양제가 특히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고령 반려동물의 관절염 예방과 회복에 효과적인 성분이 함유됐다”고 말했다.고령 반려동물의 관절염 예방 보조 식품도 인기기업들은 반려동물 상품 인기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정관장’ 브랜드로 유명한 KGC인삼공사는 지난해 10월 반려동물용 건강식 브랜드 ‘지니펫(GINIPET)’을 새로 출시했다. 회사 연구진이 3년 간 맛과 성분을 연구해 특허를 출원한 상품이다. 1.2㎏짜리 한 봉지 가격이 2만4000원으로 일반 사료보다 10배 넘게 비싸지만, 출시 3개월 만인 올 초 판매량 1만 세트를 달성할 만큼 잘 팔리고 있다. 이 회사가 전하는 지니펫의 성공 비결도 고급화와 전문화다. 회사 관계자는 “차별화한 원료와 상품 기획,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며 “정관장을 통해 오랜 기간 집약된 전문적 노하우를 반려동물용 건강식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95% 유기농 원료에다 117년 역사를 통해 우수성이 입증된 정관장 홍삼을 원료로 사용했다”며 “기존 사료들의 알맹이 크기가 보통 0.8cm 이상인데 지니펫은 0.6cm크기로 동물들이 씹기 편하게끔 차별화했다”고 덧붙였다. KGC인삼공사는 올해 현재 전국에서 300곳이 넘는 판매망을 구축했고, 이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반려동물용 먹거리만 인기인 게 아니다. 반려동물 생활용품도 인기다. 온라인에서 15만원대에 판매되는 ‘애견 가구 풀세트’는 이른바 ‘개집’을 고급화한 상품이다. 주인이 청소하고 관리하기 좋도록 개방형으로 구성됐으며 애견을 위한 선반장과 옷장까지 있다. 20만원대의 ‘반려동물용 욕조’도 있다. 가정마다 있는 샤워기를 연결해 쓸 수 있는 상품으로, 반려동물의 목과 발을 고정시킬 수 있어 주인과 반려동물 모두 편안하다는 게 이 욕조를 만든 업체 측 설명이다. 좀 더 돈을 쓴다면 30만 원대 ‘프리미엄 캣타워’가 있다. 고양이용 놀이터로, 고급 인조 모피를 깔아 여러 고양이가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놀 수 있다.펫코노미의 진화는 상품 하나하나를 넘어 서비스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동물병원은 반려동물과 함께 이곳을 찾는 방문객 급증에 지난해 말 병원 공간의 3배가량 증축 공사에 들어갔다. 사람의 암 치료에나 쓰이던 방사선 암 치료기도 도입할 예정이다. 아픈 반려견의 요양을 위한 호스피스 시설도 최근 등장했다.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을 위한 상조 서비스도 나날이 발달하고 있다. 사람이 죽었을 때처럼 운구에서부터 화장, 유골의 납골당 안치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해준다. 업체·동물별로 다르지만 보통 30만~80만원선에 이용할 수 있다.저출산·고령화 문제 심화와 상관관계 높아반려동물을 위한 보험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 2008년 처음 출시한 반려견용 보험 상품은 출시 첫 해 41건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는 1000건 가까이가 판매됐다. 만 6세 이하 반려견을 대상으로 각종 상해와 질병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이밖에 애견 유치원, 고양이 카페 등도 갈수록 인기다. 대형마트들은 반려동물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거나, 반려동물을 위한 유치원과 호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마련, 운영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 ‘펫가든’, 이마트 ‘몰리스펫샵’, 홈플러스 ‘아이러브펫’이 대표적이다.이 같은 펫코노미의 진화는 계속되는 저출산,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등 사회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구 자연증가 건수(전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빼서 집계)는 16만3000명으로 해당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7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인구 자연증가 건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년 간 20만 명대를 가까스로 유지하다가 2013년부터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반려동물 관련 업계 관계자는 “반사이익이라 칭하긴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자녀 대신(반려동물에게) 애정을 쏟는 사례가 이전보다 일반화됐다”며 “소비자들이 자녀에게 투자하듯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걸 아끼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했다.전문가들은 펫코노미 시대에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더 현명하게 고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며,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만 선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정부도 최근 민·관 합동의 ‘반려동물 산업 육성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진화하는 펫코노미를 적극 활용키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정부와 지자체, 관련 연구원,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TF 발대식을 갖고 반려동물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수립과 조직 구성, 소요예산 확보 방안 모색에 나서기로 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박스기사] 창업할 만한 펫코노미 아이템 - 아이디어와 전문성으로 승부하라펫코노미는 창업 아이템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레드오션 천지인 국내 시장에서 그나마 덜 레드오션인 게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서비스 시장이며, 잘만 파고들면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도 있다. 단, 아이디어와 전문성으로 승부할 필요가 있다.지난해 초 반려동물의 대소변 냄새를 잡는 전용 음료 ‘애니수(ANISU)’를 선보인 윤여길(39) 피오비 대표는 원래 호랑이를 돌보던 동물원 사육사 출신이다. 호랑이의 지독한 대소변 냄새에 곤혹을 치르다가, 집에서 여러 약재로 만들어본 음료에 대소변 냄새가 줄어드는 걸 경험한 후 시제품 출시를 거쳐 본격 창업했다.강아지용·고양이용 음료를 따로 낼 만큼 연구와 사업에 의욕적이다. 전에 없던 신선한 창업 아이템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전국 롯데마트 10개 지점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헤어메이크업에 자신 있는 미용사라면 전국에 차고 넘치는 ‘사람용’ 미용실을 여는 길을 택하는 대신 반려동물 미용실이나 애견 미용학원 등을 여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이쪽도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 질 분위기이긴 하지만 아직까진 그래도 ‘덜’ 레드오션이다. 반려견의 경우 소형견 기준 평균 미용비용이 1회당 3만~4만원일 만큼 만만찮지만 수요가 꾸준한 편이라 숙련도에 따라 고수익을 기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