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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한국 경제 구하기’(1)] 금융으로 국부 늘리자 

경상수지 흑자 적극 투자할 만... 中 구조조정 과정의 기회 잡아야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사진:중앙포토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106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인구변화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몇 년 간 상당폭 흑자를 낼 전망이다. 국민소득 결정식(소비+투자+정부지출+수출=소비+저축+조세+수입)에서 정부가 균형 예산을 편성한다면, 저축과 투자의 차이는 수출과 수입의 차이와 같게 된다. 따라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으면 수출이 수입을 넘어서 무역(경상)수지가 흑자를 이루게 된다. 실제로 1998년 이후 한국의 저축률이 투자율보다 높아졌고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특히 2015년에는 총저축률이 36%로 국내총투자율(28%)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그래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사상 최대로 확대된 것이다.

중년층 증가, 투자 부진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행진


그렇다면 왜 저축률이 투자율을 초과하고 있는가? 우선 인구 구조 측면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중장년층(30~59세) 인구 비중이 늘 때 저축률은 올라간다. 이들이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버는데, 다 소비하지 않고 노후를 대비해서 저축을 늘리기 때문이다. 이를 이른바 ‘소비의 평활화’라고 하다. 한국의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1990년 36%, 2000년 42%에서 2015년에는 48%로 올라갔다. 2020년 이후에는 비중이 줄어들겠지만, 그전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늘어난 것과 달리 유청년층(29세 이하) 인구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 1990년에 56%였으나 2000년 45%, 2015년 34%로 크게 낮아졌다. 이들이 줄어들면서 교육이나 주택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가계의 소비심리 위축과 기업의 투자 부진도 저축률과 투자 율의 차이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1%대의 예금금리와 더불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조정으로 가계 자산이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여기다가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국면으로 가면서 고용도 불안해지고 있다. 주변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 가계가 이제 절약하고 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11년에 3.4%로 떨어졌던 가계 순저축률이 2014년에는 6.1%에 이르러 2004년(7.4%)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현재 591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 국내총생산(GDP)의 14%까지 올라갔던 설비투자가 최근에는 9%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 안팎으로 떨어진데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업이 투자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자 위축은 다시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중장년층의 증가와 가계 소비 및 기업 투자심리 위축으로 앞으로도 5년 정도는 저축률이 투자율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하락 때문에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다. 2015년 한국 에너지 수입이 1731억 달러로 2014년에 비해 713억 달러 줄었다. 원유 수입에서만 거의 400억 달러를 아낀 것이다. 크게 보면 세계 소득이 에너지 생산 국에서 한국과 같은 소비국으로 이전되고 있다.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는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를 통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금융계정을 통해 유출된 돈이 1096억 달러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보다 많았다. 이 중 해외 직접투자가 226억 달러였고, 해외 증권투자로 나간 돈이 496억 달러였다. 이처럼 경상수지 흑자가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로 나가다 보니 한국은 2000년부터 순채권국으로 돌아섰고, 지난해 9월 말 현재 순채권액이 3129억 달러에 이르렀다.

문제는 우리가 이 돈을 얼마나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은 데 투자하는가에 달려 있다. 우선 해외 직접투자는 특허권 획득이나 중요한 소재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면 경상수지 흑자에서 나온 돈으로 일본의 일부 소재기업을 사는 것이다. 내가 대학원에 다니던 1980년대 초중반에 소재산업을 육성해 대일 무역적자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203억 달러로 30여 년이 지났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허와 소재 핵심기술을 사들여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수 있다면, 한국 경제성장률을 올리고 고용도 늘릴 수 있다.

다음으로 경상수지 흑자에서 나온 돈으로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둬야 한다. 따지고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대부분 상품수지 흑자에 기인한다. 상품수지 흑자는 우리 기업(국민)이 땀 흘려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이다. 이런 자금으로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손실을 본다면 얼마나 아쉬운 일이겠는가?

한국의 이자와 배당소득을 합친 투자소득이 2010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이자소득은 2001년부터 15년 동안 흑자를 기록했고, 2012년부터는 배당소득도 흑자를 냈다. 이제 우리가 금융으로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한 해도 투자소득이 60억 달러였고, 2010년 이후 누적으로는 405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문제는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데 있다. 글로벌 환경을 보면 그 기회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요를 부양하기 위해 선진국 중심으로 각국의 정책당국이 재정 및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했다. 그러나 아직도 거의 모든 국가와 산업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경기를 부양할 수단이 별로 없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지출을 늘린 결과 선진국 정부가 부실해졌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영(0)’퍼센트까지 내리고 양적완화를 통해 천문학적 돈을 풀었으나, 통화정책이 소비나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초과 공급을 해소하려면 공급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쉽게 말하자면 산업은 존재하지만, 거기에 존재하는 기업 수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과잉투자의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중국에서 앞으로 1~2년 안에 보게 될 전망이다. 이 시기에 해외 기업, 주식, 채권을 헐값에 살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를 여기에 잘 활용하면 우리는 금융으로 해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해외 금융자산에 적극 투자해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높은 투자수익을 거두기 어렵다. 최근 국채(10년) 수익률이 1.8%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도 사상 최고치였던 2011년의 2230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적정 수익률을 얻으려면 해외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이 그 역할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 금융자산, 특히 주식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말 현재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에 68조원을 투자했다. 총운용자산(507조원)의 13%에 해당한다. 2005년과 2010년에 각각 0.4%와 6.2%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투자가 얼마나 빨리 증가하고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금과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회사도 해외 금융자산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대신증권·하나대투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거쳤다. 2010년 한국창의투자자문 리서치대표로 자리를 옮겨 ‘랩 어카운트’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3년 후 미래] [이기는 기업과 함께 가라] [컴퓨터를 활용한 경제 분석 길잡이] [프로로 산다는 것] 등의 저서가 있다.

1325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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