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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디지털 헬스 기기] 지능의료 앞당길 전문 장비로 

구글·애플·삼성, 전문화·고성능화에 주력 ... O2O 의료로의 발전도 기대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정보기술(IT)과 헬스케어를 접목한 디지털 헬스 기기는 세계 굴지의 기업이 활발하게 투자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그만큼 전도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라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투자된 스타트업의 40%가량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였다. 한국과학기술정보 연구원은 세계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지난해 30억 달러에서 2018년 8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 기기는 건강관리 면에서 소비자가 저비용 고효율 수단이라 느낄 수 있다”며 “기업도 미래 먹거리가 마땅찮은 시대에 유망한 투자처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세계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규모 80억 달러


▎사진:AP 제공
세계 IT 업계 강자인 구글과 애플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애플은 ‘헬스킷’, 구글은 ‘구글핏’이라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2014년 처음 선보였다. 이들 플랫폼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기능을 갖췄다. 두 기업의 최근 행보는 한층 공격적이다. 구글은 새 백신의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쓰이는 스마트밴드를 새로 개발 중이다. 임상시험 중 환자가 손목에 착용하면 실험실과 병원 밖에서도 맥박이나 심장의 파동, 체온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측정해 백신의 효능을 보다 쉽고 정확히 평가하게 끔 하는 기기란 게 구글 측의 설명이다. 기존 스마트밴드는 사용자의 일상에서 건강을 관리해주는 정도였다. 이 기기는 이를 넘어 전문 의료기기의 성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글의 최신 스마트밴드 개발은 지주사인 알파벳의 생명공학사업부 ‘베릴리(Verily)’에서 맡고 있다. 곧 임상시험을 시작하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허가받는 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구글은 일반 소비자용인 B2C에서 B2B, 특히 의료 분야로 초점을 바꿔 사업 영역을 넓혔다”며 “이를 위해 스마트글래스 ‘구글글래스’ 관련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는 한편, 수술실과 같이 실제 환자와 환자의 의료정보를 의사들이 동시에 봐야 하는 분야로 (디지털 헬스 기기의) 활용성을 급격히 넓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애플도 디지털 헬스 기기 실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통해서다. 애플워치는 애플의 헬스킷을 기반으로 헬스애플리케이션(앱)을 탑재, 개인의 수면 상태와 칼로리 소모량 등 건강정보를 저장, 관리해준다. 애플은 이 기능을 의사들이 열람하는 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연동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애초 헬스킷을 미국 메이요클리닉과 공동으로 개발해 현재 미국 주요 병원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 효과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전문화와 고성능화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이처럼 의료기관과 연계해 헬스케어 플랫폼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IBM은 각종 의료정보를 클라우드로 수집, 의사나 의료 관련 기업 등에 분석 기능을 제공하는 ‘왓슨헬스클라우드’를 만들었다. GE는 50만대 이상의 의료영상장비를 연결, 전문가들이 언제 어디서나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한 ‘GE헬스클라우드’를 구축했다. 필립스 역시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의료영상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68개 앱을 탑재한 ‘인텔리스페이스포털’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한국 기업들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는 데 적극적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은 2014년 각종 건강 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개방형 웨어러블 센서 모듈 ‘심밴드(Simband)’와 생체신호를 실시간 수집해 분석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사미(SAMI)’를 선보였다. 이후 이를 발전시키는 데 착수했다. 다른 기업들이 SAMI를 이용해 앱을 만들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공개해 SAMI의 활성화를 도모하면서, 하나의 칩으로 다양한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바이오 프로세서’ 개발에 나섰다. 바이오 프로세서는 웨어러블 기기 형태로 올 1분기 중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는 환자 몸에 부착하지 않고도 검진할 수 있는 의료용 센서를 만든 이스라엘 스타트업 ‘얼리센스(Early Sense)’에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삼성으로선 큰 규모 투자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분석이다. 모바일 헬스케어 기술을 또 다른 신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스마트 홈(Smart Home) 분야에 접목해 향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는 지난해 초 “의료용으로 사용 중인 얼리센스 제품을 삼성의 가전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밝히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밖에 LG전자는 지난해 초 생체신호 분석 기술을 탑재한 기기를 연동할 수 있는 웰니스 플랫폼을 선보이고 LG CNS·LG유플러스 등과 함께 헬스케어 사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1분기 중 바이오 프로세서 상용화 계획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당장은 기기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엔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기 자체보다는 기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빅데이터화해 인공지능(AI)으로 처리하고, 이를 사용자의 건강 증진으로 연결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인 ‘PSS(Product Service System)’로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란 얘기다. 이미 관련해서 기업들이 투자와 시도를 아끼지 않는 데서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민화 교수는 “연결의료, 즉 원격의료에 이어 AI가 결합된 형태인 지능의료가 등장하고 있다”며 “이제 디지털 헬스케어는 센서를 이용한 측정과 인터넷을 통한 연결 단계를 거쳐 지능화 단계에 돌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사업과 연계돼 O2O 의료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여기서 O2O 의료란 단순히 의료정보가 원격으로 의사에게 전달되고 끝나는 원격의료 개념이 아니다. 사용자 맞춤형의 스마트의료 개념이다. 예컨대 지능화한 디지털 헬스기기가 ▶환자와 담당 의사들의 위치를 추적해 ▶환자에게 이동을 위한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대기 환자들에게 다음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시간, 또는 투약 시간과 검사 시간을 전달하고 ▶의료정보와 그에 따른 위험신호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등의 일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바꿀 미래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스마트홈(Smart Home): 가전제품 등 집안의 모든 장치를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 또는 이 같은 자동화를 지원하는 개인 주택.

1325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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