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한국 금융투자 업계에 중국계 자본 진출의 ‘신호탄’이 올랐다. 대만의 금융기업 유안타 그룹이 동양증권을 약 3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당시 동양증권은 모기업인 동양그룹의 부도로 위기에 내몰렸다. 그러나 그 해 10월 ‘유안타증권’으로 이름을 바꾼 후 모기업의 지원 속에 빠르게 회복했다. 유안타증권은 2014년 1695억원의 순손실에서 지난해 당기순이익 583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유안타 그룹은 현재도 한국에 진출한 유일한 중화권 금융 투자 회사다. 그래서인지 이들을 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특히 대만 유안타 본사 임직원이 대규모 ‘점령군’으로 와 회사를 장악할 거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2014년 인수 당시 본사에서 온 대만 임직원은 4명(사장 1, 부장 2, 과장 1)뿐이다. 한국 진출 후 햇수로 3년이 지난 지금도 이 인원은 변함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유안타증권의 전체 임직원 수인 1700여 명의 0.2%다. 한국보다 금융업이 발전한 홍콩에서도 유안타 그룹은 현지 법인의 약 6%를 본사 인력으로 채웠다.사람 수만 적은 게 아니다. 유안타증권에 파견된 대만 본사 인원 중 유일한 임원인 황웨이청(黃維誠) 사장은 동양증권 출신의 서명석 사장과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회사 내 모든 보고를 동시에 받는다. 보고 내용을 토대로 두 대표가 의견을 조율해 의사결정을 한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한국 마케팅 및 대외 업무는 서 사장이, 조직 관리 및 대만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황 사장이 주로 맡는다”며 “하지만 두 사람이 수시로 의견교환을 해 대부분의 업무 내용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황 사장과 함께 대만에서 온 린훼이징 재무전략팀장도 한국인과 공동 팀장을 맡고 있다. 대만 유안타 그룹 관계자는 “다른 아시아 지역에 비해 선진화된 한국 금융시장을 존중한다”며 “특히 대만보다 발전된 동양증권의 IT기술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유안타증권은 자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인 ‘티레이더(tRadar)’를 대만 본사에 수출했다.물론 초기에는 대만과 한국 간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교류로 양사의 이해가 깊어졌다. 최영수 유안타증권 IB사업부문장은 “지난해 8월 북한이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 지뢰 도발을 벌인 당시 대만 임원이 출장을 왔다”며 “그는 한국 사람처럼 (도발 사건을) 종종 있는 일이라며 아무렇지 않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안타 증권 직원은 “대만은 사회주의 성향의 중국 본토도 아니고 미국 등 서구 증권사 문화도 아니어서 한국 증권 업계와 이질적인 부분이 많지는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아직 본사와 한국 유안타증권 간 직접적인 인력 교류는 없다. 특정 업무에서 공동 대응이 필요할 경우 TF팀을 구성한다. 다만, 리서치 부문에선 한국·대만·홍콩·중국 간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대만 유안타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50여 명이 홍콩·중국 법인 애널리스트 10여 명과 실시간으로 연락하며 경제 및 금융 정보를 주고 받는다. 일각에선 자칫 두 대표 간의 의견이 엇갈려 의사결정이 느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간이 흐르면 본사 출신 황 대표 위주로 의사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유안타증권 주요 부서는 본사와 매일 콘퍼런스콜을 진행하고, 사내 직원들의 본사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후강퉁(중국 상하이거래소와 홍콩거래소 간 교차거래) 등 해외 영업비중을 늘리고 있어 단기적으론 실적이 저조할 수 있다”며 “동양증권 시절 회사채,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로 인한 투자자 소송이 진행 중인 점 역시 불안 요소”라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