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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 위드이노베이션의 심명섭 대표] “올해 종합 숙박 O2O로 도약” 

호텔·펜션·게스트하우스·민박시장 진출 ... 공간 특화 서비스도 준비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여기어때’ 위드이노베이션의 심명섭 대표. / 사진:위드이노베이션 제공
위드이노베이션의 ‘여기어때’는 숙박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의 신흥강자다. 2014년 4월 출시 후 2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제휴점 수 순이용자 수, 이용후기 수, 앱 평점 등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엔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3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3월 9일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여기어때 본사에서 위드이노베이션의 심명섭(39) 대표를 만났다. 그는 “올해 안에 모텔뿐만 아닌 호텔·펜션·게스트하우스·민박시장으로 진출해 종합 숙박 O2O로 거듭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모텔에 대해 정의해 달라.

“모텔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서 사랑은 친구·동료·가족 간의 사랑도 포함한다. 현재의 모텔은 데이트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여행·비즈니스와도 연결할 수 있는 게 모텔이다.”

왜 모텔이었나.

“3년 전까지만 해도 PC 기반의 비즈니스를 했다. 그러다 소비자들의 소비행태가 ‘모바일 온리’로 바뀌면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택시와 대리운전, 숙박과 같은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그러다 모텔시장의 잠재력을 봤다. 전국 3만 개 모텔 중 선발 주자가 제휴를 맺은 곳은 2500개에 불과했으니까. 음지라는 인식과 부정적 성격이 강해 대기업이 쉽게 못 뛰어들 시장이란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

모텔업은 폐쇄적이어서 어려움이 많았겠다.

“영업이 가장 어려웠다. 여기어때란 브랜드도 없을 때 팀원 4명을 꾸려 영업을 시작했다. 뛰어들 당시 구글스토어에 ‘모텔’을 검색하면 나오는 스타트업이 40여 개 정도 됐다. 대구·광주 등 각 지역만 서비스하는 숙박앱이었는데 홍보를 해주겠다고 돈만 받고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제휴 업체들과 신뢰를 쌓는 게 가장 중요했다. 계약을 위해 한 곳을 수 차례 찾아가기도 했다.”

부정적 인식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초창기 기획 팀장이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모텔 앱이란 것 때문이라고 하더라. 우린 숙박산업을 혁신한다고 했지만 아이들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를 대더라.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음지에 있는 산업을 양지로, 낙후된 시설을 현대화·글로벌화한다는 점에서 멋진 일을 한다고 믿는다.”

힘이 나는 순간이 있었다면.

“외곽 지역의 작은 모텔이 있었다. 업주가 매각을 고민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됐다. 그러다 우리와 제휴를 하면서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자연히 모텔 가치도 크게 뛰었고. 업주가 사무실까지 찾아와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때 기분 좋다.”

여기어때는 직원 8명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타임커머스 앱 ‘호텔타임’을 통한 호텔 예약 사업까지 병행하면서 직원이 150명으로 늘었다. 심 대표는 “우리 성장 속도가 빠르지만 중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라며 “중국 O2O 시장은 한국보다 3년 정도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인 ‘메이투완’의 기업가치는 20조원이 넘는다”며 “생활과 밀접한 모든 산업이 메이투완 앱 안에 있다. 메이투완이 우리의 미래 모습이자 경쟁자”라고 덧붙였다.

여기어때의 강점은.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쓰는 첫째 이유는 모텔 검색이다. 지역별로 내 위치를 기반으로 한 거리순 정렬뿐만 아니라 가격순 정렬까지 가능하다. 다음으로 할인이다. 여기어때를 통하면 제휴점에서 작게는 몇 천원에서 많게는 몇 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예약이다. 지난해 12월 바로예약 서비스를 오픈했다. 호텔에만 있었던 시스템을 모텔 앱에 그대로 적용했다.”

모텔은 대실을 활성화해 회전률을 높여야 장사가 되지 않나. 바로 예약 서비스에 대한 업주들의 반발은.

“업주와 시장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다. 모텔은 프론트에서 업주와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민망할 때가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그 단계를 줄여준다는 데 의미가 크다. 외국에 비해 우리는 예약 문화가 덜 정착돼 있다. 모텔 바로예약 서비스가 도입된 후 놀랍게도 이용률이 높다. 과거엔 주말이나 평일 저녁 시간대에 모텔에 가려면 일일이 모텔을 돌며 방이 있냐고 물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전에 방을 예약하고 앱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현재 기업가치는 어느 정도로 보나.

“2000억원 이상이다. 3년 내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2차 투자도 계획하나.

“올 상반기 안에 유치 예정이다. 국내 사모펀드와 글로벌 투자 은행과 2차 투자를 논의 중이다. 국내 O2O 시장은 배달로 시작해 부동산을 거쳤고, 이젠 숙박이다. 우리의 기업가치를 높여 줄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선발 업체가 오래 잠식해왔던 시장에서 단기간에 수치를 뒤집을 수 있었던 비결은.

“캐릭터 ‘콩이’와 같은 브랜드 구축이 최우선 전략이었다. 다음으론 서비스 운영 능력이다. 나는 개발자 출신이다. 우리 앱의 서비스나 기술력 부분에서 경쟁사를 앞선다고 믿는다. 또 마케팅에 강하며, 영업 능력이 월등하다. 우리 영업팀 직원들은 통이 넓은 구식 스타일 바지를 여전히 입는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제휴점 사진을 다양한 각도에서 찍다 보니 움직임이 많아 바지가 터져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이 우리의 경쟁력 중 하나다.”

심 대표는 대구 출신의 프로그래머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우연히 친구를 따라 워드프로세서 학원에 가면서 컴퓨터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고 졸업 후 부산의 한 IT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다 회사가 상장하면서 서울로 이전하자 부산에 남아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원래 레크레이션 강사를 꿈꿨었다”며 “대학 때 자격증까지 땄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부끄러웠다. 학교로 돌아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고 했다.

학창 시절은 어땠나.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몰랐다. 공부를 못하니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다 운명처럼 컴퓨터를 만났고 혼자 프로그램을 익혔다. 한 우물을 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숙박산업과 여기어때의 미래는.

“6월에 프랜차이즈 1호점을 연다. 다방이 스타벅스로 바뀌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모텔 프랜차이즈가 늘어날 것이다. 중소형 호텔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직영이 아닌, 기존 모텔을 리모델링하고 서비스 질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종합 숙박 O2O 다음은 ‘여행’ 또는 ‘공간’이다. 많은 공간 공유 서비스가 있지만 여행과 접목한 우리만의 특화된 공간 서비스를 추가해 나갈 것이다.”

어떤 CEO로 남고 싶나.

“내 20대 초반 모습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난 변화와 동기 부여의 귀재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믿고 그렇게 변신해왔다. 사업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변화와 동기 부여를 통한 재능기부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1328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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