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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곽태선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비과세 해외 펀드 십분 활용해야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 ... 근성과 끈기가 베어링의 강점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곽태선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 사진:김현동 기자
1762년 설립된 글로벌 자산운용사 베어링엔 최근 큰 변화가 있었다. 베어링을 뱁슨·코너스톤·우드크릭과 통합하기로 한 것. 이들 4개 회사는 모두 미국 생명보험사 매스뮤추얼의 자회사다. 통합 회사의 명칭은 ‘베어링’으로 하기로 했다. 이번 통합으로 베어링은 전 세계 20개국에서 2600억 달러(약 3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종합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베어링의 한국법인은 1988년 설립됐다. 1997년부터 약 20년 간 회사를 이끌고 있는 곽태선 대표를 3월 23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만났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였던 그는 1992년 집을 팔아 마련한 1억7000만원으로 운용 업계에 뛰어든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다. 좀처럼 회복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각국이 돈을 풀어 지탱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어려운 상황인 건 맞다. 운용 여건이 좋다고 볼 순 없지만 역설적으로 저금리는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측면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욕심을 좀 버리고, 긴 안목에서 접근하길 권한다.”

다들 상황이 좋지 않은데 그나마 괜찮은 지역을 꼽자면?

“상대적으로 미국이 양적완화의 수혜를 봤고, 일본과 유럽은 회복이 좀 더딘 상황이다. 한동안 좋지 않았던 이머징 시장으로 서서히 눈길을 돌려도 괜찮다고 본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있지만 너무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가량 줄어든 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각국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미래를 내다본 전략적 투자였다. 성장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중국의 파워는 여전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아세안 지역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베트남·미얀마 등은 개발 수요가 많은데다 점점 소비국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들이기도 하다. 다이내믹한 성장을 기대할 만하다. 외부 환경 변화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독일도 매력적이다. 수출경쟁력을 갖췄고, 실업률도 낮다.”

국내는 어떤가?

“25년 간 한국 증시를 지켜봤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결국 주가는 기업의 이익이 늘어야 오른다. 금융위기를 겪은 뒤 전반적으로 한국 기업의 이익이 줄었다. 아직도 완전한 회복이 안 됐다는 의미다. 미국 기업이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을 바꾸고, 이익을 늘리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한국이 안이하게 생각한 측면이 없지 않다. 부실한 기업이 여전히 쌓여 있고, 규제 완화 등 시장 환경을 정비하는 노력도 부족했다. 코스피지수가 5년째 2000선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본질적인 이유다. 그래도 멀리 보자면 한국 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적응하면서 실적을 개선해 나가지 않겠나. 여전히 한국 기업의 주가는 싸다. 실적만 뒷받침해 준다면 상승할 걸로 본다. 언제든 박스권을 한번만 돌파하면 큰 저항 없이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최근 재테크 시장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해외 펀드 비과세다.

“생각보다는 인기가 덜 하다. 2월 말 해외 주식형펀드 비과세 제도가 부활한 이후 약 1500억원가량이 유입됐다. 운용사의 당초 기대보다는 저조한 규모다.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반전시킨 정도다. 금융위기 전후의 해외 펀드 대란과 최근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에 따른 학습효과로 보인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 정부가 세제 혜택까지 주며 장려하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 해외 투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까지 누릴 수 있어 장점이 많다. 투자에서 중요한 건 시점인데 지금은 타이밍도 나쁘지 않다.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보면 고평가된 나라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만 해도 PER이 10배 미만이다. 오를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베어링의 차이나 셀렉트, 아세안 프론티어스 등은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서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실력을 갖춘 중견기업을 주로 포트폴리오에 담는다.”

배당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지수에 큰 변동이 없을수록 배당투자의 매력이 커진다. 기업이 배당을 할 수 있다는 건 현금을 창출할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안전하다. 재미없고, 지루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꾸준한 수익을 내기엔 배당주 펀드 만한 게 없다. 실패할 확률을 낮추는 합리적 투자법이다. 당장 신성장산업에서 스타로 떠오를 한국 기업을 찾기 어렵다면 배당을 많이 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곽 대표는 2002년 국내 최초로 ‘고배당 펀드’를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소프트 클로징(신규 판매 중단)을 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 ‘베어링 고배당 주식형 펀드’는 지난해까지 누적수익률 350%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올해도 연초 이후 수익률 3.14%로 안정적이다).”

여유 자금은 있는데 금리가 워낙 낮아 자산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조언을 한다면?

“2억원 정도의 여유자금이 있는 퇴직자라고 가정하자. 고수익을 욕심 낼 이유가 없다.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60%은 예금·채권 등 안전 자산에 두고 40%는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 중 절반(4000만원)은 비과세 해외 펀드를 활용하고, 나머지 중 3000만원은 국내에 투자하면 적절하다. 1000만원 정도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다이나믹자산배분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ELS 투자는 추천하지 않는다. ELS로 얻는 수익은 시중 금리보다 3~4% 정도 높은 수준인데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다. 개인투자자가 한번이라도 녹인 구간에 진입할 확률을 계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리스크(위험)와 리워드(보상)가 비례해야 좋은 금융상품이다. ”

최근 베어링이 뱁슨·코너스톤·우드크릭과의 통합 계획을 발표했는데.

“협력을 거의 안 하는 상황이었는데 통합으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베어링은 자산배분과 주식 투자, 뱁슨은 채권과 하이일드, 코너스톤은 부동산, 우드크릭은 실물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 우리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훨씬 다양해졌다는 의미다. 베어링 한국법인은 약 25년 동안 아무것도 없는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직원들 중 상당수가 나와 함께 10년 이상 호흡을 맞추고 있다. 단기적 성과에 흔들리지 않는 근성과 끈기가 우리 회사의 최대 장점이다.”

-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1328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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