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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 “트렌드에 현혹되지 말고 증권방송도 믿지 말라” 

헬스케어·소프트웨어·소비재가 증시 이끌 것... 하반기 코스피 1700선 우려도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김한진(55)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왼쪽)과 이종우(53) IBK투자증권 센터장. / 사진:오종택 기자
김한진(55)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과 이종우(53)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1세대 애널리스트다. 1세대로 꼽히는 애널리스트는 여럿 있지만 그들과 다른 점은 증권 업계에 발을 내디딘 이후부터 지금까지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주식시장과 산업·기업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투자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1980년 중후반에는 애널리스트가 낯선 용어였다. 당시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은 300여개, 시가총액 100조원도 되지 않는 작은 시장이었다. 코스피 지수도 500선에 불과해 애널리스트의 기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종우 센터장은 “당시 증권사는 개인 주식 위탁매매 정도의 업무만 했기 때문에 기업을 분석하고 주가를 예측한다는 건 매우 낯선 일이었다”며 “당시 대형사였던 대우증권에서 대우경제연구소를 만들어 거의 처음으로 애널리스트 업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삼성도 변화 없으면 쇠퇴기업 될 수도

이종우 센터장은 지난 1989년 대우경제연구소로 입사해 애널리스트 활동을 시작했다. 대우증권·한화증권 센터장 등을 지냈다. 김한진 연구위원은 1986년 신영증권 조사부로 입사해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삼성자산운용 리서치 책임자를 거쳐 피데스투자자문 리서치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들이 활동한지 20여 년이 흘렀고 그 기간 동안 국내 주식시장도 성장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31일 현재 상장기업 수는 2046개, 시가총액은 1474조원에 이른다. 코스피지수는 2000선 안팎을 오르내린다. 애널리스트들의 주가 분석이나 전망 등은 투자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김한진 연구위원은 “지난 20여 년 간 주식시장에 있으면서 애널리스트들이 건전한 투자문화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두 사람을 만나 주식시장의 변화상과 투자전략에 대해 물었다.

국내 주식시장은 외환위기 전후로 나눠볼 수 있다. 외환위기 전까지는 일부 자산가들이나 기업 정보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투자했다. 당시 상장기업 수도 많지 않고 기업 정보도 부족해 종목 선택이 쉽지 않았다. 정보 부재 때문인지 1980~90년대에는 한 종목이나 특정 섹터가 오르면 관련 종목들은 모두 상승세였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오르면 별다른 호재가 없어도 전기 전자 업종이 모두 오르는 식이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종목 선택의 범위가 좁고 비체계적인 내부정보로 주가가 움직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1990년대에는 일산, 분당과 같은 신도시 건설 붐이 일면서 건설주와 자동차, 전기전자 주가 증시를 이끌었다.

1994년 말 코스피지수가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넘었지만 얼마 후 위기를 맞았다. 외환위기다.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사에 매우 아픈 과거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는 데 기폭제가 됐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을 개방하면서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서다. 외환위기 전에는 종목 당 20%의 투자 제한을 뒀지만 1998년 5월 외국인 투자한도를 없앴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2001~2005년 기업 구조조정을 거치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을 담았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이른바 ‘차·화·정(자동차·화학·석유)’ 주식이 증시를 이끌었다. 그는 이어 “국내 주식시장의 절정기는 2000년대 초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로 이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처음으로 돌파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저성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몇 년째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답답한 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은 시장을 어떻게 바라볼까. 김 연구위원은 “예상했던 것보다 미국과 유럽 등의 경제지표나 상황이 좋지 않다”며 “유럽은 실물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질 확률이 높고, 하반기 미국 금리가 오르면 코스피지수는 1700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 센터장도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경기 둔화와 수요 감소로 주가가 부진했고 조선이나 철강 주가는 바닥권”이라며 “앞으로 제2의 아모레퍼시픽이나 한미약품과 같은 기업이 나오지 않는다면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을 뚫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스권 장세 속에 한미약품과 아모레퍼시픽은 높은 주가를 기록했다. 한미약품 주가는 지난해 말 72만8000원으로 1년 새 600% 넘게 올랐다.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를 비롯 베링거인겔하임·일라이릴리·얀센 등에 신약 기술을 수출하면서다.

두 사람은 앞으로 헬스케어·소프트웨어·소비재가 증시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시장을 넓히거나 개척하는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며 “변화가 있느냐 없느냐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령 최근 삼성이 비주력 계열사와 자산을 파는 건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지만 그것으로 그친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며 “새로운 미래를 열 새로운 비전이 없으면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요즘 애널리스트 공부 안 해”

20여 년 간 주식시장을 분석해온 전문가들인 만큼 투자자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트렌드에 현혹되지 말고 증권방송을 믿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투자자들이 돈을 벌려면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일을 삼가라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개인투자자는 외국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처럼 자본금이 많지 않고 투자기간도 짧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는 투자는 성공 확률이 낮다”고 조언했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종목 선택의 범위가 좁고 내부정보 만으로 돈이 몰리는 곳에 가면 돈을 벌 수 있었지만 2000년 이후에는 비슷한 정보를 갖고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은 애널리스트 후배들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이 센터장은 “2000년 이전에는 5~6년의 주니어(보조) 애널리스트를 거쳐야 시니어 애널리스트가 됐지만 지금은 1~2년만 하면 가능하다”며 “시니어가 돼서도 정보는 부족한데 공부하지 않는 후배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도 “지금은 기업공시제도로 애널리스트들의 소스가 비슷해 기업 분석보고서의 차별성이 없다”며 “정보는 제한됐지만 해외 기업이나 과거 사례를 접목하는 등 입체적인 분석 같은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1329호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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