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플랫폼 매개로 두 개 이상 집단이 거래
구글은 제2의 스탠더드 오일인가?
양면시장을 대하는 장 티롤의 자세는?여하튼 세계 시장에서 가장 막강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구글은 양면시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시장에까지 진출하는 등 위세를 더 높이고 있다. 구글의 입장에서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네티즌은 보조금을 받는 집단(Subsidy side)이다. 구글은 광고주(Money side)들을 대상으로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로부터 기업 운영의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구글은 자신들의 높은 시장점유율과 네티즌에게 영향력이 강하다는 사실로 광고주를 끌어들여 이윤을 창출하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장 티롤 교수는 201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산업조직 이론과 게임이론의 대가다. 그는 평생 경쟁과 공정거래 정책에서 규제를 어떻게 디자인할지를 연구하고 시장의 독과점 문제에 정책 당국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논리적 틀을 제공했다. 그의 주된 연구 분야 중 하나가 양면시장 플랫폼에 대한 연구다. 시장 구조의 독과점화가 세계적으로 다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시장 집중도에 대해 정책 당국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논리적 틀을 제시한 티롤 교수의 연구를 양면시장에 적용해 보자. 그에게서 슘페터를 닮은 ‘경쟁과 혁신’의 향기가 물씬 풍길까? 아니면 독과점 규제에 대한 서슬이 퍼런 ‘칼의 향기’가 날까?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경쟁 방식은 전통적인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메커니즘과는 다르다. 플랫폼 시장에서 소비자에 대한 가격 책정은 자유롭지만 새로운 기술 경쟁이 발생해 일시적인 시장 지배로 이어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정책 당국자가 이들에 대해 어떤 규제를 사용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전통 시장과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시장과 달리 고객은 구글 검색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데 돈을 내지 않는다. 헐! 누군가 말한다. “바보야, 페이스북을 사용하며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순간 페이스북 상품이 된다는 것도 모른단 말이야? 문제는 양면시장의 속성이라고!”무슨 말인가? 애플의 수익 중 상당 부분은 앱스토어에서 발생한다. 앱 개발자들은 아이폰 사용자의 관심을 고려한다. 아이폰을 사는 소비자도 수많은 앱이 아이폰 구매를 고려하는 요소가 된다. 양면시장에서 보조금을 지급받는 집단이 많으면 많을수록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구글과 페이스북의 경쟁력은 강화된다. 고객이 제공한 빅데이터(거대 정보) 덕에 구글과 페이스북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고객이 너도나도 구글과 페이스북이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있을지 모른다. 공짜라는데 공짜가 아닌 것이다. 양면시장에서 고객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한쪽 시장에 돈을 물리지 않는 것은 그들의 나름대로의 전략이다. 어차피 페이스북 고객 하나 더 늘어도 페이스북이 지불해야 할 제품 한 단위를 추가로 생산할 때 부담하는 추가 비용인 한계비용은 제로수준이다.티롤은 양면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가 완전경쟁시장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하게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양면시장에서 올바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봤다. IT 양면시장 같은 네트워크 산업에 있어서는 정부가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나 담합,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부당성이나 불법성을 판단할 때는 단면시장과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면시장을 장악한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시장지배력에 대한 정의, 독과점에 대한 규제방식이 기존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 티롤이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이 부분에서 스웨덴 노벨위원회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티롤은 시장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데 어떤 정책이 특정한 상황에서 잘 작동하고, 다른 상황에서는 단점이 되는지 설명했다. 일반적인 규제 원칙이 어떤 조건 하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다른 조건 하에서는 이득보다 해악이 크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달라진 게임의 법칙에 적극 대응해야단면시장에서는 규모가 큰 기업이 한계비용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 다른 기업에 손해를 입혀 내쫓는다. 약탈가격이다. 이 원리를 양면시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양면시장에서의 낮은 가격 책정 행위에 대해 티롤은 비(非) 약탈가격으로 면죄부를 준다. 그는 이것이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정당한 가격 책정 행위라고 주장한다.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의 편을 들어 준 결과가 됐다. 양면시장에서는 두 집단 중 어느 한쪽에 제공하는 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낮거나 무료이고, 심지어는 보조금 지급으로 마이너스 가격도 가능하다. 다른 한쪽에서 네트워크 효과로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설현이나 쯔위를 닮은 여성을 나이트 클럽에 초청하자. 무료로 입장시켜 구름처럼 몰려드는 남성 팬들로 한 몫 챙겼다고 하자. 그 나이트클럽이 싹쓸이를 했다고 규제 대상으로 판단할 수 있나? 티롤의 이론에 따르면 양면시장이기에 그렇지 못할 것 같다. 구글은 소비자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엄청난 이윤을 얻을 수 있다. 구글은 고객에게 단 한 푼의 요금도 물리지 않기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행위를 찾을 수 없다. 티롤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양면시장에서 시장지배력 행위를 규제할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도 논란과 고민의 여지가 많다.양면시장에서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다양하다. 정부가 독과점 규제를 할 때도 획일적인 규제보다는 시장의 다양한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 티롤의 주장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새로운 기업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진입장벽을 쌓기도 한다. 티롤 이후 많은 경제학자와 경영학자가 양면시장과 플랫폼의 작동 방식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반독점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에서 제대로 된 연구가 조속히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는 전자·조선·자동차 등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했다. 양면시장 규제에 대한 논의를 떠나 세계 경제는 플랫폼 기반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이제 기존의 제조 업체를 위협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변화하는 게임의 법칙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흔히 우리 대기업들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는 건 어렵다고 한다. 기존의 대기업이 만들어 놓은 전통적인 메커니즘을 플랫폼 메커니즘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소기업과의 협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성공적인 플랫폼 모델을 가진 벤처·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그래서 숙명이다. 때마침 구글·애플 대항마로 토종 앱장터인 원스토어가 등장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키워 앱 개발자와 수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장 티롤(Jean Tirole, 1953년 8월~) - 프랑스 최고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꼴의 하나인 에콜 뽈리떼끄니끄(Ecole Polytechnique)를 졸업했다. 1981년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4년부터 MIT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1991년 프랑스 툴루즈대로 옮긴 후 금융, 거시경제, 경제와 심리, 게임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논문을 집필했다. 산업조직 이론과 게임이론의 대가로 개별 시장 주체의 전략적 선택이 어떤 경제적 결과를 낳는가를 심도 있게 연구했다. 이를 통해 201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조원경 -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 물가, 복지, 소비자, 국제금융, 통상, 대외경제 분야에서 일했다. 미주개발은행 이사실에서 한국 대표로 근무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