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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의 이끄는 전태병·박아론 만나씨이에이 공동대표] 아쿠아포닉스 기술 러시아에 수출 눈앞 

적은 비용으로 생산성 향상... 농업은 잠재력 큰 미래 산업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충북 진천에 자리한 만나씨이에이 본사에는 6000평 규모에 달하는 비닐하우스 농장이 있다. 전태병(왼쪽)·박아론 공동대표가 만나씨이에이 농장에서 재배한 채소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우연히 일본 교수가 쓴 논문 한 편을 접했다. 일반 토마토보다 수십 배 많은 토마토를 열리게 하는 기술을 소개하는 논문이었다. 지구의 기압보다 2배 높은 기압 기계 속에 토마토를 넣고 키워냈다는 것이다. 그 논문을 본 고등학생은 자신도 해보기로 결심했다. 기술과 돈이 없던 고등학생이 2배의 기압을 유지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압보다 1.1배 높인 기계를 만들었다. 그 안에 콩과 비슷한 작물을 넣고 키웠는데, 훨씬 많이 열린 것을 확인했다. 이런 내용을 주에서 열리는 과학경진대회에 제출했고, 상도 탔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과 생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지금 농부가 됐다.

충북 진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마트팜 스타트업 만나씨이에이 박아론(29) 공동대표의 이야기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동기인 카이스트 기계과 출신의 전태병(27) 공동대표와 함께 2013년 3월 만나씨이에이를 창업했다. 전 공동대표는 카이스트 입학 전 서울대 농대에 원서를 넣을 정도로 농사에 관심이 많았다. 두 사람은 카이스트 기숙사 룸메이트였고, 만날 때마다 농업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함께 농사꾼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박 대표는 “이곳에 터를 잡고 농사를 짓기까지 너무 어려웠다”며 “농민 자격을 따는 것도 힘들고, 땅을 구매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전 대표는 “투자도 받아야 하니 서울과 가까운 곳을 찾다가 진천을 택했다”며 “지역의 텃세를 이겨내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대표부터 직원까지 카이스트 출신 많아

내비게이션에 만나씨이에이 주소를 입력하고 찾아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규모 비닐하우스다. 1만9800㎡(약 6000평)에 달하는 농장 규모에 놀라게 된다. 60여 명의 임직원이 저마다의 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박 대표와 전 대표처럼 카이스트 출신이 많이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이스트 기계항공시스템학부 석사를 마친 임준기씨는 총괄 연구원을 맡고 있고,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친 파울로 켐퍼(Paulo Kemper)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학교 선후배들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다니면 뭐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요즘 창업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에 내 제안을 듣고 손을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만나씨이에이에서 일하는 주방장은 ‘2016 마스터셰프 코리아’에 출연해 파이널까지 올랐던 케빈 김이다. 전 대표는 “요즘 농업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구인 공지를 내면 좋은 인력이 많이 몰려온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와 전 대표는 2011년부터 이 사업을 구상했다. 당시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아쿠아포닉스라는 수경재배 방식 솔루션이다. 박 대표는 “대형 수조에 향어와 역돔 같은 담수어를 기르고 담수어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를 질산염으로 처리하면 식물 배양액을 추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배양액은 식물을 키우는 데 사용하고, 자체 개발한 필터로 정화해서 다시 담수어를 양육하는 물로 사용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먹거리를 재배할 수 있는 것이다. 전 대표는 “아쿠아포닉스는 친환경적인 농사 방식”이라며 “이 기술을 상용화한 것이 우리의 기술력”이라고 자랑했다.

만나씨이에이는 아쿠아포닉스라는 수경재배 방식을 상용화하면서 유명해졌다. 기존 노지재배 방식 대비 일반 작물은 20%, 특정 작물은 15배 이상 생산량이 증대하는 효과도 보여줬다. 2014년 진천의 장미 재배 농장 700평을 2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농장의 매출은 7000만원 정도. 만나씨이에이는 아쿠아포닉스 방식으로 채소를 재배해 1년 만에 12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어 효과도 입증했다. 이산화탄소, 광원, 배양액, 온도와 습도 등을 모두 제어하는 제어기를 개발했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광원 시스템 같은 솔루션 덕분에 수경재배를 위한 시설투자비도 줄이면서 상용화가 가능했다. 만나씨이에이는 15건의 특허를 출원한 상태고, 등록된 특허는 10개나 된다.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만나씨이에이의 최대 장점이다. 해외에서도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박 대표는 “러시아와 기술 수출을 두고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며 “몇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수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과를 보여준 덕분에 창업 후 케이벤처그룹, DSC인벤스트먼트 등을 통해 12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6명으로 시작했던 만나씨이에이의 규모가 60여 명으로 커지고, 6000평의 농장 시설을 갖출 수 있는 이유다. 만나씨이에이는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다른 농민들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활용도가 떨어지거나 고령화 농민이 판매하는 온실을 매입하거나 임대해 장비 설치와 함께 유지보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자 단체를 형성할 수 있게 되고, 이들과 함께 농장 운영 및 수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전초전은 지난 1월 시작한 ‘만나박스’ 서비스다. 만나씨이에이 농장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좋은 채소를 매주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다. 농민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농산물 유통을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도인 셈이다. 만나박스는 4인 가구 기준의 ‘패밀리 박스’(월 9만원)와 1~2인 가구 ‘싱글 박스’(월 5만5000원)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담는 채소는 매주 바뀐다. “우리가 재배하는 채소와 허브 등은 100여 가지가 넘는다. 한국에서 사기 힘든 허브와 샐러드 채소 등을 만나박스에 담아서 배달해주고 있다” 전 대표는 말했다. 심지어 인삼도 재배하고 있다. 만나박스에 담긴 채소들은 뿌리 채 배송되기 때문에 저장 기간이 길다. 1주일 내내 신선한 채소를 맛볼 수 있는 셈이다. “농업의 혁신은 결국 판로가 있어야 가능하다. 농민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생산량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아니라, 생산한 농작물을 어떻게 팔 수 있느냐다”고 강조했다.

만나박스 회원은 어느덧 4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6월 말 주변 농민을 위한 특별 서비스도 마련했다. 만나박스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만나박스 플러스 서비스다. “쌀과 같이 진천의 유명 농산물을 원하는 회원에게 주변 농민들의 농산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농민들의 호응이 좋다“고 박 대표는 웃었다.

공유농장 ‘팜잇’에 투자자 몰려

만나씨이에이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팜잇’이라는 공유농장이다. 사람들이 만나씨이에이의 농장에 투자를 하면 농장 운영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직접 내려와서 일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6월 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선보인 팜잇 1호 농장은 오픈 6시간 만에 230명이 투자 목표액 5억 원을 채웠다. 인기가 높아 투자 목표액을 7억원으로 높여야 했을 정도. 7월 초에도 팜잇 2호 농장 프로젝트를 와디즈에 선보였고, 목표액 7억원을 무난히 달성했다. 박 대표는 “공유농장은 5호까지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막연하게 농사를 짓고 싶다거나 귀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을 위해서 공유농장을 선보였다. 농사도 경험이 많아야 하는데, 공유농장에서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만나씨이에이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이다. 모두들 어렵다고 한 농업에 뛰어든 카이스트 출신의 청년 두 사람은 “외부 생각과는 다르게 농업의 사업성은 너무나 크다”며 웃는다. 만나씨이에이는 성경에 나온 ‘하늘에서 내려준 음식’이란 뜻의 ‘만나’와 환경제어농업(Controled Environment Agricul ture)을 합친 말이다.

1344호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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