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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자기부상열차] 공중에 떠서 달리며 꿈의 속도에 도전 

독일·일본·한국·중국 개발 각축전... 진공 터널로 달리면 서울~부산 16분 만에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인천국제공항 일대를 운행하고 있는 자기부상열차 에코비.
지난 7월 20일 대전 유성구 한국기계연구원. 올해 2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된 중저속형 자기부상열차 에코비와 똑같은 모델이 시범 구간 1.3㎞를 운행 중이다. 이날 에코비를 견학하러 온 부여여고 2학년 박소정(17)양은 “자석이 붙는 힘을 이용해서 열차가 공중에 뜬다고 하는데 미는 힘을 이용하면 안되나”라고 질문했다. 한형석 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연구실장은 “미는 힘을 사용하려면 차량과 레일에 모두 자석을 깔아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든다”고 답했다.

열차 내부에 들어가 탑승해 보니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열차가 항상 떠 있기 때문에 주행 시 소음은 일상 대화 시 발생하는 정도인 65데시벨(dB) 이하다.

중저속형 자기부상열차 일본에 이어 상용화


▎일본의 고속형 자기부상열차. 시속 500㎞ 이상으로 도쿄~오사카를 운행할 예정이다.
에코비는 2006년부터 시작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으로 시범 노선 건설비 3300억원과 기술 개발 850억원을 비롯해 41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최고 속도 시속 110Km에 무인운전방식으로 설계 중으로 2개 열차가 1개조로 편성돼 1개 열차 당 승객 115명이 탈 수 있다. 박일하 국토교통부 광역 도시철도과장은 “소음과 분진이 없는데다 지하와 지상 구분 없이 달릴 수 있어 미래 도심형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로 자석(Magnet)과 공중부양(levitation)의 합성어인 마그레브(Maglev)로 불리는 자기부상열차는 독일에서 처음 개발됐다. 바퀴로는 마찰 한계가 있어 시속 300㎞ 이상 내기 어려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석으로 열차를 띄워 밀어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독일은 1969년 첫 실험 모형을 만들고 89년 시속 412.6㎞를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를 세상에 내놨다.

트란스라피드라 불리는 독일의 첫 고속형 자기부상열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한국은 89년부터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93년 대전 엑스포 행사 때 전시용으로 자기부상열차를 운행했다. 2016년 2월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영종도 일대 6.1㎞ 구간을 운행하는 자기부상열차 ‘에코비’가 등장했다. 중저속형 자기부상열차로는 일본(2005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했다.

에코비는 철로 위에 8mm 간격으로 떠 있다. 한형석 실장은 “부상 거리가 멀면 전기료 부담이 크고 가까이 하면 차량과 레일이 접촉할 수 있어 최적의 간격을 찾은 게 8mm”라고 말했다. 열차에 붙은 전자석 코일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자력이 생겨 철로 된 레일과 붙으려는 성질이 생긴다. 전자석이 레일보다 아래에 설치 돼 있어 차량은 공중 부양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전기료는 일반 바퀴 열차보다는 30% 더 들어가지만 수리비와 인건비를 감안하면 전체 운영비는 70% 수준으로 낮아진다. 레일과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마모가 없어 수리비가 준다.

태풍이 오거나 폭설이 쏟아져도 간극 8mm를 지키는 게 자기부상열차 기술의 핵심이다. 에코비는 섬이라 바람이 많은 영종도라는 지역 특색 때문에 일반 열차의 풍속 기준 초속 25m보다 높은 초속 26m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폭설에 대비해 열차 앞부분에 장애물을 치우는 장치가 장착됐다.

비가 올 때를 대비해 방수에 취약한 출입문에는 방수 고무를 사용해 빗물 침투를 방지하고 조금이라도 물이 스며들면 쉽게 배출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국가 간 기술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비밀이다.

저속 자기부상열차에 쓰이는 기술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도 적용된다. 이동하면서 먼지와 진동이 없기 때문에 정밀한 기기를 옮기는 데 사용된다. 최근에는 1인용 승용차가 길이 막히면 바퀴를 접고 자기부상열차 철로를 활용해 주행하는 컨셉트카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중국도 한국보다 3개월 후인 지난 5월 중저속형 자기부상열차를 상용화했다. 후난성 창사에서 시범 운행 중인 이 열차는 48m 길이로 363명이 탑승할 수 있다. 최대 시속 100km을 낼 수 있다. 독일 기술로 먼저 상하이에서 초고속형 운행을 시작한 중국은 중저속형 기술을 개발해 고속철도와 함께 해외에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속 500㎞ 이상 고속형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최근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28조엔(약 301조원)이 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리니어중앙신칸센을 조기 개통하겠다고 밝혔다. 리니어중앙신칸센은 세계 최고 속도인 시속 603㎞로 도쿄~오사카를 운항하는 자기부상열차다. 2045년에 개통할 계획이었지만 시기를 8년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시속 150㎞ 저속일 때는 바퀴를 이용해 달리다가 속도가 빨라지면 비행기처럼 안으로 접고 공중에 떠서 달리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자기부상열차도 시속 600㎞가 넘으면 공기 저항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은 아직도 남아 있다. 공기 저항을 해결하기 위해 진공관을 만들어 자기부상열차를 운행하는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도 진공 속에 시속 1200㎞ 속도로 달리는 열차를 2013년에 제안한 바 있다. 이 열차가 상용화되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 만에, 서울에서 부산은 16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하이퍼루프원이라는 기업은 8000만 달러(약 930억원)를 투자받아 음속 열차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계열사인 GE벤처스와 프랑스 국영 철도(SNCF)까지 가세했다.

시속 600㎞ 넘으면 공기 저항에 효율 떨어져


진공 터널용 자기부상열차는 차량 기술보다는 긴 터널을 진공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 물질을 터널로 수백 ㎞로 이으면 기술상 큰 문제는 없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최근에는 섬유강화플라스틱과 같은 신소재 물질을 진공 터널로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이관섭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자기부상철도연구팀장은 “터널을 잇는 연결 부분에 물 한 방울뿐 아니라 공기 입자도 들어오지 못하게 밀봉하는 기술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1970년대까지 시속 200㎞를 넘지 못했던 기차도 레일의 이음매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게 관건이었다. 바퀴가 레일 이음새를 지날 때마다 덜커덩하는 소리와 함께 큰 진동이 생겼다. 바퀴 파손 우려 때문에 더 이상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이 문제는 80년대 일본에서 특수 합금강을 이용해 용접한 1㎞ 이상 레일이 나오면서 해결됐다. 이후에 등장한 것이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열차다. 바퀴식 열차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운 프랑스의 TGV는 시속 574.8㎞에 달했다. 직선에 높낮이 굴곡이 없는 노선을 만드는 토목 기술도 고려돼야 한다. 지진이나 화재 시 대피로를 찾는 문제도 남아 있다. 박주남 원광대 토목 공학과 교수는 “고속 자기부상열차는 한국이 기술력에서 뒤져 있지만 진공 상태의 하이퍼루프 자기부상열차는 시제품을 먼저 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1346호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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