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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자재값 어디로] 금값은 당분간 ‘반짝반짝 

원자재 펀드 투자는 신중론... 분산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ins.com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금 거북이와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공포가 재차 부상한 7월 6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금 1g 가격은 전날보다 2.33% 오른 5만9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금 시세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6월 23일부터 3일 내내 가파르게 올라 처음으로 5만원을 돌파했다. 1월 초 약 4만1000원 수준이었으니 대략 2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사실 연초까지만 해도 금값이 이렇게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말 트로이온스(31.1g)당 1050달러까지 금값이 떨어진 터라 반등 의견은 있었지만 ‘소폭 상승’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연초부터 국제 금융시장이 여러 이슈로 크게 요동치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도 6월부터 금 통장 가입자가 증가했다. 가입 금액은 약간 줄었지만 계좌 수는 크게 늘었다. 금 통장은 적금처럼 돈을 붓고, 그 시점의 금 시세에 따라 금이 쌓이는 상품이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중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것도 KINDEX 골드선물 레버리지였다. 4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4~5위 역시 금 관련 ETF였다.

금 매매 땐 수수료·환율 따져봐야


가파르게 상승했던 국제 금 가격은 올 1분기 1200달러 대까지 오른 뒤 주춤하다가 브렉시트 이후 결정 이후 1380달러까지 상승했다. 현재로선 약간의 조정을 받는 분위기다. 7월 22일(현지시간) 기준으로 금은 1320달러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전됐고, 달러화 강세 전망이 연이어 나오면서다. 유럽 역시 고용지표가 나쁘지 않았다. 브렉시트 우려가 줄었고, 특히 영국의 3~5월 실업률은 2005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선진국이 연이어 추가 양적완화 의견을 피력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금리를 0%로 동결하고 매월 800억 유로의 자산 매입을 내년 3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엔 더 연장할 방침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브렉시트 충격이 완화됐으나 그 여파가 심각해지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추가 부양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돼 귀금속 가격이 조정을 보일 수 있으나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수요 강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금값은) 1200~140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내년 전망도 나쁘지 않다.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부정적 변수가 겹칠 가능성이 작지 않아서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달러로 계산되는 상품인 금의 가격은 하락하는 게 보통이다.

그래도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 금 투자는 의외로 쉽다. 주식처럼 종목을 고르는 데 오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금값이 오를 거란 판단이 들면 사고, 반대의 경우 팔면 된다. 그러나 시세 예측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성공가도를 달린 존 폴슨이나 데이비드 아인혼 같은 유명 투자가들이 체면을 구긴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금이다. 전문가들이 ‘차익실현보단 분산투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8월에 사서 12월에 팔겠다는 생각보단 최소 1년 이상의 긴 그림을 그려야 한다. 더구나 금은 금융상품이든 실물이든 거래비용이 많이 든다. 골드바를 사면 10%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하고, 펀드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금 통장은 환율 변동 탓에 금값이 많이 올라도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은은 워낙 많이 올랐다. 국제 은 가격은 지난해 말 13.8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7월엔 20달러를 넘어섰다. 약 40% 이상 상승한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만 보면 주요 32개 원자재(농산물 포함) 가운데 은 가격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10% 수준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보지만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금과 비교할 때 은은 워낙 가격 변동 폭이 큰 금속이라 유의할 점이 많다.

원유는 투자 경고음이 켜졌다. 7월 27일 두바이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42.56달러를 기록했다. 1월 중순 배럴당 25.56달러로 추락했던 두바이유는 이후 꾸준히 상승해 50달러를 목전에 뒀다. 그러나 브렉시트 등의 영향을 받으며 이후 두 달째 하락세다. 나이지리아의 원유 공급 차질, 미국 원유 생산 감소 등 가격 지지 요소가 있지만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유럽 경기 우려 등의 부정적 변수도 하락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9~10월까지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 전망은 여전히 ‘우상향’인 만큼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연말까지 최대 30%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근 2년 간 반복된 유가 급락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그 근거로 ▶전과 다른 원유 수급 상황 ▶경기 사이클 ▶달러화 추이 ▶중국 경기상황 등을 들었다. 그는 “셰일오일 시추 건수가 반등하고 있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생산 규모 역시 감산 흐름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우호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급락 가능성 작아

상반기 큰 관심을 받았던 농산물 투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올 들어 달러 강세와 곡물 재고량 감소로 국제 농산물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밀과 옥수수 등 여러 농산물에 분산 투자하는 ‘TIGER 농산물선물’은 3월 이후 상승해 6월 중순 7400원 고지에 올라섰지만 한달 동안 계속 떨어져 현재 6000원 초반에 거래 중이다. 농산물 펀드도 최근 흐름이 좋지 않다. 하반기 역시 낙관하긴 힘들다는 예상에 힘이 실린다. 다만 올 가을 라니냐(La Nina: 태평양 수온이 평균보다 낮아지는 현상) 가능성이 커진 것은 호재로 꼽힌다. 홍춘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라니냐 영향에 따른 가격 반등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2015년 기준 전 세계 곡물 재고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올 연말을 전후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재차 부각될 여지도 있는 만큼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이외의 대체투자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기관투자자 대상의 사모펀드 중심이던 부동산·실물자산에 대한 개인의 참여를 허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중 펀드를 통해 실물자산에 간접 투자하는 재간접펀드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투자자도 최소 500만원 이상이면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특히 해외 인프라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다. 다만 대체투자는 보통 투자 기간이 길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346호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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