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사장 출장에 관한 가상 청문회 

 

이상호 참좋은레져 대표

청문회 시즌이다. 한자로는 ‘들을 청(聽)’과 ‘들을 문(聞)’을 쓰고, 영어로도 ‘히어링즈(hearings)’라는 단어를 쓰니, 사전적 뜻대로라면 묻기보단 듣기에 중점을 두는 행위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청문회는 딴판이다. 답변 대신 호통만 난무한다. 청문회의 단골 메뉴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특히 고위 공직자와 대기업 경영자의 해외 출장 관련 건이 그렇다. 작심하고 망신만 주려는 인상이 강하다. 일반 기업의 직원들이 ‘우리 사장 출장에 관한 청문회’를 연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

첫째 ‘하필 그날만 부지런’형. 많은 경영자가 오후 늦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출장 당일에도 짐을 꾸리고 출근해 종일 근무하고 퇴근길에 공항으로 향하는 경우가 있다. 평소에는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다가 꼭 출장 가는 날만 유독 부지런을 떤다고 여기면 이거야말로 대략난감한 일이다. 저녁 비행기 밖에 없거나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덜기 위해 일부러 밤에 떠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둘째 ‘전천후 폭격기’형. 분명 해외 출장중임에도 해외인지 국내인지 모를 정도로 회사에 문자나 e메일 보낸다면. 휴가나 출장 가선 회사 생각만 하고 회사에서는 놀 생각만 하는 청개구리형 경영자라고 놀림감이 되지는 않을까? 그러나 누군 뭐 좋아서 연락하는 줄 아는가? 몇십 년 직장생활에 회사는 숨 쉬는 공기 못지 않게 친근한데, 간간이 돌아가는 소식이라도 보내온다면 왜 전화질을 하겠는가. 출장지가 마치 무인도처럼 느껴지는 사장의 입장을 누가 알까.

셋째 ‘시차 무관’형. 분명 지구 반대편으로 출장 갔던 사장이 이른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회사로 출근한다면. 면전에서는 ‘우리 사장님 체력 하나는 끝내준다’는 아부성 발언이 나오겠지만, 사석에서의 평가도 과연 그럴까? ‘회사에 꿀단지 숨겨놓았나?’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누가 자기 자리 넘볼까 전전긍긍하는 경영자로 인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이건 직원들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장기간 비운 회사 일 때문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지경인데 어떻게 집에 가서 푹 쉬나.

넷째 ‘현실도피’형. 국회 청문회나 국정감사를 피하기 위해 돌연 해외로 떠나는 도피성 해외 출장은 과거 그룹 총수들이 애용하던 단골 메뉴다. 이는 중소기업 경영자에게도 통하는 부분인데, 시행이 어려운 중요 현안이나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의 결정이 임박한 경우 꽤 유용하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다 회사를 지키고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장이 혼자 욕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도피가 아니라면, 결정의 시기를 늦추는 ‘경영상 스킬’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몇 가지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경영자의 출장에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반드시 관련자에게는 공개적이어야 하고, 객관적인 일정과 동선을 가져야 하며, 분명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장 출장의 덤으로 임직원의 책임감을 강화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직원들에게 ‘약간의 휴식’이 될 수도 있다. 괜히 회사에 연락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그래서일까? 우리 회사는 내가 해외 출장만 가면 실적이 올라간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출장가방을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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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7호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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