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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서별관회의 대우조선 지원 결정 그 후 1년] 빗나간 전망…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4조2000억원 투입해도 정상화 첩첩산중... 경제 충격 우려에 정부 “살리겠다” 의지
‘4조2000억원을 지원하면 2016년에 이익이 나는 것은 물론 부채비율을 500%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29일 발표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에 담은 예측이다. 발표 일주일 전인 같은 해 10월 22일 열린 청와대 서별관 회의(비공개 거시경제정책회의)에서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이런 예측은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은 올해 상반기 기준 1조1894억원의 적자(당기순손실 기준)를 냈다. 부채비율은 7000%인데다 완전자본잠식(1조2284억원) 상태다. 한국거래소가 부여한 경영개선 기간인 내년 9월까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야 상장폐지를 모면할 수 있다. 정부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통해 4조2000억원을 지원(1조원은 미집행)했지만 경영난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가장 큰 원인은 계속되는 수주난이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 때 삼정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대우조선의 신규 수주를 115억2400만 달러어치로 예상했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올해 9월 말까지 예상치의 10%에도 못 미치는 9억8000만 달러어치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낙관적 전망에 근거해 신규 수주 예상치를 정하는 바람에 과도한 지원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금이 제 때 들어오지 않은 것도 문제다.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의 드릴십 인수 지연으로 1조원의 건조 대금을 못 받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대우조선의 몸집을 줄이는 자구안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6월 두 차례를 합쳐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부동산을 포함한 비핵심 자산 매각과 자회사 100% 매각, 인력 감축 등이 담겨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자산 매각이 지연되는데다, 노조의 반대로 인력 감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 ‘대우조선 자력 생존 불가능’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조선업계 컨설팅 보고서 초안은 대우조선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맥킨지는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대우조선이 2020년까지 3조3000억원의 자금 부족이 발생해 자력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측은 “컨설팅이 터무니없는 가정 하에 진행된데다 자구노력이 반영되지 않아 수용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맥킨지 보고서는 참고자료 용도로 쓸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우조선 회생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우조선을 살리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법정관리에 보낼 경우 정규직 1만2000명을 포함해 총 4만여 명의 고용인력과 협력업체, 지역경제가 받을 충격이 막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대우조선해양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에 충격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드러냈을 정도다.

금융당국은 회생을 위한 컨틴전시플랜(비상 계획)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연말까지 신규 자금 지원과 자본확충을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 4~11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9400억원을 갚으려면 대우조선에 실탄을 채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지원한 4조2000억원 중 집행하지 않고 남아 있는 1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그간 1조원 집행을 미뤘다. 대우조선 분식회계와 전직 경영인 구속 등으로 여론의 시선이 차가운 점을 감안했다. 더구나 대우조선 실적이 악화된데다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가면서 여신건전성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췄다. 요주의는 채권 회수에 잠재 위험 요인이 존재하는 단계다. 이런 기업에 1조원이라는 신규 대출을 해 주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회생으로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대우조선에 1조원의 대출을 해주겠다는 게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방침이다.

자본확충 금액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원래 계획한 자본확충 금액(2조원)으로는 자본잠식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이런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은행 측도 “수출입은행도 자본확충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수출입은행 측은 “참여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은은 당초 대우조선 지원금(4조2000억원)의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는 논리로 자본확충 참여를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 당시 대우조선 지원금은 산은 2조6000억원, 수은 1조6000억원씩을 각각 내서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산은 지원금 중 2조 원은 자본확충(출자전환·자본 확충)에 쓰고, 6000억원은 신규 대출해주기로 했다. 이와 달리 수은 지원금 1조6000억원은 모두 신규 대출 용도로만 쓰기로 했다.

수출입은행 반발에 한진해운과의 형평성 논란도

그러나 산은은 수은의 대출금 1조6000억원 중 일부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악화됐으니 수은도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산은 관계자는 “수은은 대우조선 최대 채권은행(신용공여액 9조원)인데다가 선수금환급보증(RG)을 쉽게 발급해 줘 대우조선 부실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작지 않다”고 강조한다. RG는 선주가 선박 건조 계약 때 조선사에 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지급보증하는 상품으로 선박 건조에 문제가 생기면 조선사 대신 은행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돌려줘야 한다. 수은의 대우조선 대출금 중 80% 이상이 RG다. 이와 달리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신용공여액 4조원은 대부분 대출금이다.

산업은행은 대규모 감자(減資)도 추진 중이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존 주주의 자본금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큰 폭의 비율로 주식가치를 줄이는 대신 소액주주는 소폭으로 주식가치를 줄이는 차등감자가 유력하다. 대우조선의 자구안 실행 속도도 지금보다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월 1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자구계획을 당기고 빨리 많이 집행해서 수주절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기존 5조3000억원의 자구안 차원에서 생산직을 포함한 1000명의 희망퇴직을 추진한다. 또 2000명의 지원 인력을 별도 조직으로 분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연말까지 수주난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생산 규모 축소와 인력 감축 규모 확대를 골자로 하는 2조원의 추가 자구안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의 자구안에는 회사 내 ‘캐시카우’로 불리는 특수선 사업부(방산부문)를 분리해 상장한 후 일부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있다. 다만 이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인데다 국방부·방위사업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의 이 같은 회생계획과는 달리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대우조선 회생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간 기업 구조조정의 문제로 지적된 대마불사(大馬不死,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 논리가 적용됐다는 얘기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3조원대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면서 전직 사장 두 명이 구속된 점도 회생에 부정적인 여론의 근거다. “분식회계 기업에 신규 대출을 해 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한진해운과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한다. 한진해운의 경우 신규 지원을 하지 않고 법정관리로 보냈는데 대우조선은 신규 지원을 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더구나 신규 대출과 자본확충을 했는데도 대우조선의 실적이 회복되지 못할 경우엔 문제가 더 커진다. 법정관리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내년 조선업황이 회복되느냐가 대우조선 회생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지금 같은 수주난이 내년에도 계속된다면 정부와 채권단이 추가 지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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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7호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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