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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에 빠진 부동산 정책] 띄우자니 시장 과열 걱정 식히자니 경기 침체 우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수출·소비 부진 속 부동산만 나홀로 호황... 건설 부문 흔들리면 경제에 직격탄 가능성

최근 서울 강남지역에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을 넘는 아파트가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청약 경쟁률은 300대 1을 넘었다. 수출과 소비 모두 어려운 가운데 부동산만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구나 한국 경제에서 건설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건설투자의 성장 기여율은 51.5%를 기록했다. 1993년 이후 가장 높다. 노무라증권은 올 3분기에는 건설투자가 경제 성장률의 68%를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동산에 대한 ‘과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건설 이외의 다른 부문이 회복 기미를 좀처럼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정부가 섣불리 ‘메스’를 들이대고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3분기 경제성장률에서 건설투자 기여 비율 68% 추정

지난 8월(2.6%) 19개월 간의 마이너스 행진을 멈췄던 수출은 9월엔 전년 동월 대비 5.9% 감소하며 증가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갤럭시 노트7 단종과 자동차 파업 등의 여파가 영향을 미치며 수출 전선의 먹구름은 짙어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10일 수출액은 94억6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나 줄었다. 집계 기간이 짧긴 하지만 단기 부진으로만 보기에 내용이 좋지 않다. 이 기간 승용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9% 급감했다. 올 1~9월의 승용차 수출 감소율(-13.9%)보다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무선통신기기 수출도 1년 전보다 31.2% 줄었다. 승용차를 포함한 자동차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무선통신기기는 6% 정도다. 연관 산업까지 감안하면 비중은 더 크다. 자동차 업계의 파업에 이어 갤럭시노트7 사태의 충격이 수치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내수 또한 취약하다. 정부는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행사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켰다고 하지만 연휴를 맞아 대거 한국을 찾아온 중국인 관광객의 씀씀이를 제외하면 증가율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인식이다. 무엇보다 1200조원을 넘는 막대한 가계부채 탓에 소비 여력이 구조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된 것도 단기적으로는 소비에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영란법이 공직자와 관련된 식사·선물 등의 가액 기준을 담은 만큼 농수축산업계, 골프 등 레저스포츠업계, 호텔 등 외식업계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연간 11조 60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음식업(8조5000억원)을 비롯해 선물 관련 산업(2조원), 골프장(1조1000억원)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이 수치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후 소비 위축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해운업 등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과 같은 악재도 있어 올해 4분기에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아예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와 투자 쪽에서 4분기에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삼성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를 제외하더라도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쓸수 있는 ‘카드’도 마땅치 않다. 통화·재정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1.25%다.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외화 유출 등의 우려를 감안하면 더 내리기 어렵다는 게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나라 곳간이 넉넉한 상황도 아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에 처음으로 40%가 넘어서는 상황에서 경기를 부양하고자 마구 돈을 풀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10월 초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찾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로 ‘금리 여력’과 ‘재정 역할’을 강조하며 ‘핑퐁게임’을 벌인 것도 통화·재정 정책 어느하나 쉽게 쓰기 어려운 한국 경제의 환경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로선 딜레마다. 국가 경제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현상황에서 부동산 경기마저 죽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정부 역시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세가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가계부채 등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지울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그래서 대대적인 규제 대신 일부 지역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현실적 판단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10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일부 지역은 부동산 시장에 과열 현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외과수술 방식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를 계속 부동산에만 기댈 수는 없다. 한은은 내년 건설 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4.1%로 제시했다. 올해(10.5% 전망)와 비교해 절반도 안 된다. 또 건설투자는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 올렸지만,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자원이 덜 생산적인 주택부문에 잘못 할당돼 왔다”며 “이 영향으로 향후 몇 년 간 한국의 잠재 GDP 성장세가 빠른 속도로 둔화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 급증, 자원배분 왜곡 부추겨

건설투자가 고용에 따른 민간소비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수준도 축소됐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의 고용유발계수는 지난 2006년 15.2명에서 재작년 10.2명으로 32.8% 줄었다. 한국은행도 지난 7월 경제전망보고서에 수록된 ‘최근 건설투자 적정성 평가’ 현안 분석에서 “우리나라 SOC 투자는 스톡 수준이 성숙단계에 진입한데다 일부 경제성이 낮은 토목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개혁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금리를 내리고 재정을 더 푼다고 해도 구조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라며 “단기 성장률에 연연하기보다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노동 시장 개혁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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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7호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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