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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20) | 재취업 프로젝트(2)] 재취업에 필요한 스펙은 따로 있다 

 

김동호 중앙일보 논설위원 dongho@joongang.co.kr
현직 경력 활용한 ‘이모작’ 쉽지 않아... 사전에 기술·자격 갖춰야

#1. 두 해 전 경기도 소재 공공 분야에서 조기 퇴직한 박모(58)씨는 퇴직 전 3년 간 인생이모작 준비로 고3 수험생 같은 시간을 보냈다. 작은 조직이지만 기관장을 지냈으니 사회적 지위도 누렸고 연금도 준비돼 있었지만 퇴직 후 30년을 보내자니 새로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박씨는 일모작이 사무직이었으니 이모작은 땀 흘릴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가지 학원에 다녔다. 주로 퇴근 후 또는 토요일을 이용했다.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퇴직자 재교육 프로그램에도 다녔다. 이런 준비를 통해 박씨는 중소기업을 컨설팅해주는 데 필요한 재무와 회계, 인사와 마케팅 과목을 수강했다. 평소 실무를 통해 익힌 일이라 큰 어려움 없이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지금은 재교육 코스에서 만난 동료들과 만든 컨설팅 회사를 운영한다. 소득은 적지만 지금도 직장에 다니는 것 같아 늘 활기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2. 회사원 출신인 이모(57)씨는 퇴직 전 야간 대학원에 등록해 무역 관련 공부를 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샐러던트’의 길은 험난했다. 부서장이었기 때문에 업무는 근무 시간에 처리하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야간 수업 때문에 밤에는 사회적 관계가 거의 단절됐다. 형설지공 덕에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한동안 일자리는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퇴직 러시가 본격화하고 있는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자 710만명)가 몰려들면서 강사 자리 하나도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다. 그래도 3전4기 끝에 김씨는 충청도권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강의를 하게 됐다. 그는 “퇴직 전 고생해서 학위라도 따뒀으니 가능했던 일”이라며 “소득은 적지만 하고 싶은 공부하면서 젊은 학생들에게 나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해준다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1막이 내리고 인생 2막에 안착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전에 준비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대기업 경력을 스펙으로 중소기업에 옮겨갔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퇴직자 열에 한 명꼴도 안 된다. 퇴직자 십중팔구는 사실상 오라는 곳이 없다. 결국 자신이 새롭게 길을 열어야 한다. 처음 입사할 때 자격시험을 보고 관문을 뚫은 것과 다르지 않다. 아파트관리사무소장이나 해야지 하면 큰 코 다친다. 전국 40만 곳에 이르지만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기술을 배워도 마찬가지다. 중장비 기사나 제빵제과, 이탈리안 푸드, 커피 바리스타를 하려고 해도 일정 기간 공부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어서 오십시오’ 하면서 모셔가는 행운에 당첨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더구나 김영란법(부청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현직에 있는 공직자 등에게 취업청탁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결국 앞으로 재취업하려면 발품을 팔아 자신의 능력으로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왕도는 없다. 앞서 컨설팅업에 나선 박씨와 대학강사가 된 이씨 사례처럼 이모작에 필요한 스펙을 새로 갖춰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주변에서 보고 들은 사례를 활용해도 좋고, 인생 이모작을 지원하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서울시를 비롯해 주요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설한 인생 이모작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재취업에 필요한 정보가 많고 재교육 과정도 개설하고 있어 퇴직 후 공백없이 빠르게 이모작을 시작할 수 있다. 경제단체 또는 고용노동부 산하 재취업 전문기관, 공공단체에서 개설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지름길일 수 있다. 일단 부딪혀라. 그러면 길이 열릴 것이다.

필자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다(dongho@joongang.co.kr).

1357호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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