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구·과천 분양권 거래 제한... “투기수요 잡겠지만 시장 침체 우려”
▎분양권 전매 금지 등을 포함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11월 3일 서울 잠실동의 한 아파트 상가 내 부동산 중개업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 사진:강정현 기자 |
|
‘청약 규제 종합세트’라고 할 만하다. 정부가 내놓은 11·3 부동산 대책 얘기다. 부동산 과열 양상을 보인 일부 지역에 한해 분양권 전매 기간 조정,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재당첨 제한 등 청약 제도만 세 개를 손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1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주택 공급 축소를 골자로 한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 이후 두 달여 만이다. 다만 주택시장 정책 노선은 ‘공급 속도 조절’에서 ‘수요 억제’로 방향을 틀었다. 공급을 줄이고 중도금 대출 규제를 강화키로 한 8·25 대책에도 청약 과열 양상이 계속되고 일부 지역의 집값이 계속 들썩인 데 따른 것이다.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서울 강남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을 정착시키기 위해 지역 선별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애초 예고한 ‘핀셋 규제’ 구체화이번 대책은 분양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수요가 들끓는 분양시장을 잡으면 기존 집값도 안정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일부 지역에 한정된다. 이른바 ‘조정 대상 지역’으로 서울 전체(25개 구)와 경기도 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화성시, 부산 해운대 등 5개 구, 세종시 등 37곳이다. 정부가 당초 예고했던 ‘핀셋 규제’를 구체화한 것이다. 핵심은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다. 지역별로 차등 적용된다. 부동산 과열의 진원지로 지목된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과천시는 민간·공공택지 구분 없이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금지된다. 기존 민간택지 전매 제한 기간은 6개월에 불과했으나 입주 이후 등기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30~40개월로 늘어난 셈이다. 강남 4구를 뺀 나머지 서울 지역의 분양권 전매 기간도 종전 6개월에서 1년 6개월로 늘어난다. 수도권 주요 지역 전매 제한에 따라 하남·고양·남양주·화성시(동탄2신도시) 등 인기 택지지구 내 공공·민영주택 모두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해진다. 강화된 전매 제한 기간 규정은 11월 3일 입주자 모집공고 단지부터 바로 적용된다. 다만 부산은 기존처럼 분양권 전매 제한을 받지 않는다. 주택법상 민간택지 전매 제한이 수도권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앞으로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청약 과열 양상이 지속한다면 부산 전매 제한 기간을 부과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초 예상된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규제 범위가 넓어 제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청약자격, 전매 제한 외 재건축 등 10여 개 항목에 규제가 가해진다”며 “현재로선 투기과열지구는 ‘저인망식’ 규제여서 선별적·맞춤형 대책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1순위 청약자 요건도 까다로워졌다.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와 그 가구에 속한 사람은 1순위 청약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또 가구주가 아닌 사람, 최근 5년 이내에 다른 주택 청약에 당첨된 기록이 있는 사람과 그 가구원도 마찬가지다. 2순위 청약 때도 청약통장을 사용하도록 했다. 조정 지역에 대해서 청약 재당첨도 제한된다. 전용 85㎡ 이하인 주택을 기준으로 과밀 억제권역에 속하는 조정 지역(서울·과천·성남·하남·고양·남양주시)의 당첨자는 5년 간, 이외 지역 당첨자는 3년 간 해당 지역을 포함한 모든 조정 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민영주택 등에 재당첨이 제한된다. 공공택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이미 재당첨 제한을 받고 있다. 1순위·재당첨 제한은 주택공급규칙 개정안 시행일 후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분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중도금 대출보증 발급 요건도 강화한다. 주택 중도금 대출보증을 받기 위한 계약금 비중을 총 분양가의 5%에서 10%로 높였다. 1순위 청약경쟁률을 부풀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같은 거주 지역별로 나눠 청약을 접수하는 안도 내놨다.건설·부동산 업계는 이번 조치가 분양시장에서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등 분양권 전매가 입주 때까지 금지되면서 단타를 노리는 가수요가 많이 줄고 청약 열기도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순위 청약자격이 가구주로 제한되고 다주택자가 빠지면서 1순위 청약자 수가 절반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11월 3일 이후 연말까지 조정지역 37곳에서 나오는 전매제한 적용 물량은 1만6233가구다.분양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의 유입이 막히면 실수요자의 당첨 가능성이 커지게 돼 실수요 중심의 시장이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우려되는 건 시장 위축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예상보다 강도 높은 규제라서 건설경기를 받쳐 온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건설경기 전체가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정지역에서 신규 분양이 예정된 건설사는 당혹해한다. 한 대형 건설사의 분양팀장은 “투기수요가 끊기면 실수요자도 관망으로 돌아설 수 있다”며 “달라지는 시장 상황 변화를 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밖 지역에 수요 몰리는 ‘풍선효과’ 가능성강남권 주택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부동산 중개업소엔 “집값이 얼마나 떨어지겠느냐” 묻는 집주인의 전화가 잇따른다. 서울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매수세가 움츠러드는 분위기”라며 “2~3년 후 일반분양에 돌입하는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개포시영 이승희 재건축조합장은 “과도한 제한 조치”이라며 “공사기간 35~40개월 동안 분양권 거래가 묶여 분양계약자가 재산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조정지역에서 이미 분양이 끝나 전매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는 단지나 그 외 지역에 투자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자유롭기 때문에 조합원 입주권 거래로 가수요가 쏠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국토부는 주택법 등을 개정해 조정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법정지구로 규정하고,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주거정책 심의위원회를 통해 지정·해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청약시장 과열이 지속하거나 확산하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강호인 장관은 “이번 대책은 과도한 단기 투자수요를 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춘 1단계 방안으로 앞으로 시장상황을 점검해 필요할 경우 규제 강도와 지역 범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