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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몸으로 닦고 마음으로 벤다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싸움을 할 때에는 시야(視野)를 넓고 크게 두어야 한다. 사물을 보는 눈에는 마음의 눈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관(觀)의 눈’과 육체의 눈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견(見)의 눈’이 있다. 싸움을 할 때에는 ‘관의 눈’을 강하게 해 상대방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견의 눈’을 약하게 해 상대방의 움직임을 대국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 물의 장

눈에는 육체의 눈과 마음의 눈이 있다. 육체의 눈으로는 사물의 외양을 보고, 마음의 눈으로 사물의 본질을 통찰한다. 무사는 육체의 눈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마음의 눈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읽는다. 무사의 결투에서 먼저 마음이 움직이고 다음으로 몸이 따라간다. 따라서 무사는 상대방의 육체적 동작에 현혹되지 않고 마음을 먼저 읽을 수 있어야 이길 수 있다. 검도 수련에서 강조하는 ‘몸으로 닦고 마음으로 벤다’는 경구는 몸은 도구이고 본질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실력이 쌓이고 연륜이 깊어지면서 고단자가 될수록 마음에서 승부가 갈린다. ‘젊어서는 검도를 발로 하고, 나이 들수록 손으로 하고, 그다음에는 마음으로 한다’는 말의 배경이다.

수원대학교 경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이종원 검도 8단의 말을 음미해보자. “젊을 때는 체력이 좋으므로 많이 움직이면서 좋은 기회를 포착하려 한다. 경험이 쌓여 검도가 몸에 붙으면 정확한 손동작을 익히고 손과 발의 조화를 이루려 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상대의 마음을 읽고 압박하면서 움직여 상대의 동작을 미리 알고 선의 선(先의 先) 공격을 할 수 있게 된다.”

세상만사가 나타나는 현상이 있고 깔려있는 본질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 본질을 이해해야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법이다. 군대 지휘관이든 기업 경영자이든 상대방과 싸울 때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읽고 의도를 파악해 허를 찔러야 승리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질을 놓치고 피상적 행동에 현혹돼 기만당하거나 판단을 그르치게 된다. 검도 수련생에게 가르치는 교훈인 기산심해(氣山心海)는 ‘기세는 산같이 하고, 마음가짐은 바다와 같이 하라’는 의미이다.

무사시는 활동 초기에 검도 명문 요시오카(吉岡) 형제와의 결투에서 승리하면서 일약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1604년 21세의 무사시는 궁벽한 지방에서 벗어나 중심부인 교토로 진출해 요시오카 세이주로에게 도전했다. 요시오카 가문은 240년간 지속된 무로마치 막부에서 대대로 검술사범을 이어내려온 가문이었다. 무사시는 자존감이 넘치고 인내심이 부족한 상대방의 성격을 이용하기 위해 공개 도전장을 던졌고 결투장에 일부러 늦게 나타났다. 조급해져 집중력이 분산된 세이쥬로는 패배했고, 뒤이어 친동생 덴시치로까지 나섰지만 무릎을 꿇었다. 천하제일을 자부하던 요시오카 가문의 대표들이 촌뜨기 무사시에게 연속으로 패하는 굴욕적 상황에서 세이주로의 아들 마다시치로가 복수의 일념으로 도전했다. 약속된 이른 새벽의 야산에 모여든 요시오카 가문 수십 명 무사들은 무사시가 종전대로 늦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며 경계하고 있었다. 이와 달리 무사시는 전날 밤 약속 장소에 미리 도착해서 결투장 옆 대나무 숲에서 매복하고 있다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상대방에게 일격을 가해 승리를 거두었다. 무사시는 요시오카 가문을 멸문시키는 산해지심(山海之心)의 전술로 천하에 이름을 알리는 검객이 됐다.’

1360호 (201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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