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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브랜드별 기상도] 랜드로버·혼다 선전, 폴크스바겐·푸조 고전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비(非) 독일 브랜드 상대적 강세...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판매 정지 직격탄

▎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2016년 수입차 시장 기상도는 대체로 흐림이다. 악재가 이어지며 주력 브랜드들이 타격을 입었다. 10년 넘게 이어온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2016년 1~9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 수입차는 총 16만5189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판매량인 17만9120대에 비해 7.8% 줄어든 수치다.

수입차 시장 역성장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후폭풍이 꼽힌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며 폴크스바겐·아우디의 주력 차종의 인증 취소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승승장구하던 유럽산 디젤 차량에 대한 수요도 꺾였다. 법인 차량에 대한 규제 강화도 하나의 수입차 판매량 감소의 한 원인이다.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하며 받던 세금 감면 혜택이 사회적 지탄을 받자 정부가 규제를 강화했다. 결국 고급 브랜드 판매가 위축됐다. 수입차 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가까워진 점도 있다. 다 같이 성장하던 시기가 지났다. 이제 한정된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점유율을 지키거나 늘릴 수 있다.


변수가 많았던 2016년이기에 브랜드 간 성적도 크게 엇갈렸다. 크게 웃은 브랜드론 메르세데스-벤츠, 랜드로버, 볼보, 혼다가 꼽힌다. 벤츠는 7년 만에 수입차 판매 1위를 탈환했다. 2009년부터 수입차 시장 1위를 지켜오던 BMW코리아는 2위로 밀릴 전망이다. 아직 두 달이 남아있지만 BMW코리아가 1위를 지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벤츠와 BMW는 상반기 내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월별 성적으로 보면 상반기의 경우 벤츠가 1·2·3월을, BMW가 4·5월 수입차 시장 판매 1위 자리를 번갈아 차지했다. 벤츠가를 승리로 이끈 선봉장은 6월 출시한 신형 E클래스다. 특히 E300과 E220 d 모델은 4개월 동안 연속 베스트셀링카 톱 3안에 이름을 올렸다. BMW 5시리즈가 밀린 이유로는 임박한 모델 변경이 꼽힌다. BMW는 내년 상반기에 풀체인지 5시리즈 내놓을 예정이다. BMW 관계자는 “내년 신모델이 나오면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업계 1위에 연연하기보다는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디젤 게이트 후 소비자들 일본차로 발길


▎CR-V는 혼다가 판매하는 차량 중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다.
랜드로버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2015년 판매 10위에서 올해 6위로 올라왔다. 올 들어 10월까지 모두 886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인 7171대에 비해 1700대나 더 팔았다. 프리미엄 브랜드 대부분이 고전한 상황에서 거둔 실적이라 더욱 인상적이다. 시장점유율도 2.94%에서 4.77%로 뛰었다. 국내 시장에서 불고 있는 ‘SUV 열풍’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보크 컨버터블 등 신차도 적절한 시기에 들여왔다. 같은 그룹 내 재규어의 성적도 좋다. 2998대의 자동차를 팔아 4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재규어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XE, XF, XJ 등 주력 라인업을 새롭게 정비했다. 재규어는 아우디 인증 취소 사태의 수혜자로 꼽힌다. 독일 3사가 주도하던 프리미엄 시장에 생긴 균열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점유율을 높였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일본 브랜드들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도요타·혼다·닛산의 일본 3사는 다양한 가솔린·하이브리드 제품군을 한국에서 출시 중이다. 일본 브랜드의 선전은 디젤 게이트의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디젤 모델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을 제공하는 일본 브랜드로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일본차 가운데에선 혼다가 빛났다. 10년 만에 10위권에 들어왔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2016년 1~9월 각각 6525대, 6869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전년 대비 16.9%, 29.6% 성장한 것이다. 프리우스, ES300h 등 주력 차종들이 선전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도 같은 기간 2691대를 팔아 33.9% 성장했다. 인피니티는 Q50 등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QX60 등 신차 공세를 더하면서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혼다 역시 어코드, CR-V 등 대표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4709대(28.3% 성장)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스웨덴 감성을 앞세운 볼보 역시 XC90 등 신차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면서 전 년 대비 27.6%(3861대) 성장했다.

힘든 시간을 보낸 브랜드로는 폴크스바겐·아우디·푸조가 있다. 다양한 악재에 노출되며 판매가 급감했다. 판매 정지로 주력 차종을 잃은 폴크스바겐의 올해 1~3분기 판매량은 1만 314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7679대) 대비 52.5% 빠졌다. 점유율도 15.45%에서 7.69%로 떨어졌다. 아우디 역시 이 기간 1만5544대를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 동기 실적인 2만3373대에 비해 33.5% 낮아졌다. 같은 그룹 내 고급 브랜드인 포르쉐도 부진했다. 2663대로 15.1% 판매가 줄었다.

마땅한 신차 없었던 푸조도 경쟁서 밀려

부진한 업체로 프랑스 푸조도 있다. 매출이 전년 대비 41.7%나 떨어졌다. 지난해 1~9월 4862대의 자동차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2835대에 그쳤다. 2015년엔 2008 등 주력 차종이 판매를 이끌었다. 하지만 올 들어 마땅한 신차를 내지 못했고, 디젤차 인식이 나빠지자 경쟁에서 밀렸다. 당분간 신차 출시 계획도 없는 탓에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 협회 관계자는 “내년엔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며 “프리미엄·SUV·디젤·하이브리드 등 각 분야의 선두 그룹이 입지를 더욱 굳힐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362호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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