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만 위안 벌어도 아파트 살 엄두 못 내
부동산 안정과 사회안전망 확충 시급30여 년이 흐른 지금, 위안화 가치는 크게 바뀌었다. 당시 일반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약 28위안이었다. 2015년 베이징의 근로자 평균 월급인 7086위안(약 120만원)의 약 250분의 1이다. 이미 120만원을 넘어선 베이징 평균 월급은 적은 돈이 아니다. 게다가 매년 10% 이상 오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의 고속 성장을 통해 중국의 경제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실감케 한다. 특히 베이징·상하이·선전 이 세 도시의 소득수준은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난 지 오래다. 2016년 3월, 중국 최대 채용정보 사이트인 자오핀닷컴이 중국 각 도시별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상하이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은 8825위안(약 15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8717위안(약 148만원)을 기록한 베이징, 3위는 8141위안(약 138만원)을 기록한 선전이었다. 중국 청년들의 로망인 ‘베이상광선(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중 3개 도시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한 것이다.베이징·상하이·선전은 중국에서 흔히 1선 도시(First-tier city)로 불린다. 1000만 명이 훨씬 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도시의 대명사다. 근로자 평균 월급이 평균 150만 위안 대이지만, 우리 돈으로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외국계 기업 화이트칼라나 금융업계 종사자들도 부지기수다. 특히 금융업계 연봉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높은 경우도 있다.중국 가구의 평균 재산은 얼마나 될까. ‘중국가계재산 조사 보고’에 따르면, 2015년 도시인구의 자산은 1인당 20만8000위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3인 가구인 경우 자산은 62만위안(약 1억500만원)인 셈이다. 중국도 도농 격차가 커서 농촌인구의 자산은 도시인구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산 구성 측면에서는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등 비(非)금융자산의 비중이 크다. 최근 10여 년간 중국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7%를 넘어섰다.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1선 도시에서는 80%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요즘 중국에서 화제가 되는 말은 ‘중산층 함정’이다. 한 국가의 국민총생산이 일정 수준에 이른 후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는 중진국 함정처럼, 중국 중산층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정체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산층 함정의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20~30대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고 부모의 힘을 빌려야만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모의 도움을 얻지 못하는 가구는 사실상 중산층 진입이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교육과 의료문제다. 중국도 사교육비가 급등하면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단계에서의 교육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의료비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중병에 걸리거나 가구주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저소득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급증한다. 중국은 2020년까지 국민소득을 2010년보다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경제발전의 근간이 되는 중산층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4년간의 경제성장률이 6.5% 이상이어야 한다. 중국이 매년 6.5% 이상의 성장률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중국이 중산층 육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득증대 못지않게 부동산 가격 안정과 사회 안전망 확충도 중요하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