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교감하는 AI 로봇, 이미 상용화 단계...
CES 참가 로봇 업체 中 500여 곳, 韓 10여 곳
▎원두커피를 내리고 컵에 따르는 카페 덴소로봇을 선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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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 모닝.” 아침에 눈을 떠 거실로 나오니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개발한 로봇 지보(JIBO)가 아침 인사를 건넨다. 주방에서는 바리스타 덴소 로봇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는 동안 LG전자 로봇 청소기 로보킹이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그 사이 코웨이 로봇 공기청정기 에어메가는 안방으로 이동해 미세먼지를 없앤다. 지보에게 오늘 날씨를 물으니 “날씨가 꽤 쌀쌀하니 따뜻한 외투를 입으라”고 말한다. 출근 전 어제 세탁해둔 마른 빨래는 세븐드리머즈의 런드로이드에 넣는다. 런드로이드는 옷 소재와 색을 구분해 알아서 빨래를 갠다.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에 들어가니 퓨처로봇의 퓨러데스크가 인사를 건네고 자리까지 안내해주며 식사 주문을 받는다. 퇴근 후에 거실에 앉아 체스로봇과 체스를 두며 저녁시간을 보낸다. ’미래 얘기가 아니다. 이 로봇들은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실제로 등장했다. 이번 CES는 인공지능(AI)과 결합한 로봇들이 일상 생활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이번에 선보인 로봇의 특징은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와 빠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로봇 제품들이 모여있는 라스베이거스 샌즈 컨벤션홀에서 각국 기자들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로봇 중에 하나는 중국 탄스코프(Tanscorp)의 유유(UU)였다. 이 회사 직원인 레온 리는 “사람의 말을 듣고, 대답하는 것은 물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며 “선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람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닮은 로봇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기업들 미래 성장동력으로 로봇 꼽아
▎중국 링(Ling)사의 책 읽어주는 로봇 버디(Bir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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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AI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 자기학습)이 도입되면서 빠르게 발전 중이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 수석 경제학자인 션 듀브라백은 “2020년에는 500만 개 이상의 가정용 음성제어 로봇이 생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곳에서 만난 로봇업체들도 로봇에 대해 무한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 소셜 로봇회사 지보의 한 직원은 “이제는 로봇은 사람과의 교감이 얼마나 이뤄지는지, 감정 연출이 얼마나 되는지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들이 선보인 지보 로봇은 얼굴 주변에 센서를 장착해 얼굴과 몸통 사이를 건드리면 고개를 크게 흔들며 간지러워하는 것처럼 움직인다.시장조사기관 트랙티카는 2025년 세계 AI 산업 연매출이 368억 달러(약 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AI와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AI와 로봇을 꼽았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CES에서 기자들과 만나 “로봇은 LG전자 미래 사업의 한 축이 될 것”이라며 강한 애착을 보였다. LG전자는 CES에서 AI를 탑재한 공항안내·청소로봇을 처음으로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공항 로봇은 한국어·영어를 구사하며 고객들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내해준다. 올해 안에 인천공항에 도입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내부적으로 로봇 사업을 준비 중이다. CES에서 만난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는 “로봇 대중화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며 “1인 1로봇 세상이 이제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로봇 기술 2년 내에 중국에 밀릴 수도”
▎LG전자의 가정용 허브 로봇은 로봇얼굴에 LCD 화면을 부착해 웃음·슬픔·놀람 등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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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CES 로봇 시장에서는 중국이 단연 우위였다. CES에 참가한 약 3800개 업체 중 중국 업체가 30% 정도였다. 미국(4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로봇 관련 업체였다. 반면 CES에 참가한 한국의 정보기술(IT) 기업 55곳 가운데 로봇 관련 기업은 유진로봇·퓨처로봇 등 10여 개에 불과했다. 한국은 세계 산업용 로봇시장에서 중국에 이어 2위다. 중국의 로봇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이다. 중국은 베이징을 포함해 주요 도시에 오는 2018년까지 40억 위안(약 7184억원)을 투입해 AI 로봇 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오는 2020년까지 세계 로봇시장 점유율을 4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그러나 국내 로봇기업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로봇기업의 93%가 중소업체인 만큼 육성책이 절실하다. CES에 참가한 로보스타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국내 기술이 더 우위에 있지만 이 상태라면 2년 내에 기술력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만산업기술연구소(ITRI)가 선보인 양팔로봇(체스로봇)은 체스조각을 움직여 사람과 게임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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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이사는 “로봇산업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품화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마케팅 역시 쉽지 않다”며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도 로봇산업 육성 정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진·중견 연구자가 5년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연 1억~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지원한다는 계획이다.